사십구재3 49재 - 삼재 소원성취 양초에 불을 붙이고 괜히 양초 몸을 어루만진다. 너는 끝자락부터 천천히 녹아가는 양초를 아무 말 없이 바라본다. 양초가 타고 있을 동안에는 양초 주변의 냄새를 잡아준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일까, 양초와 향을 함께 태우면 향내가 덜 나는 것도 같았다. 양초 너머에 있는 영정사진을 또 한참 바라본다. 보고 싶어요. 보고 싶습니다. 엄마 보고 싶어. 겉으로는 괜찮았지만 보고 싶다는 말을 세 번 반복하고 나면 어느새 목이 매어왔다. 엄마를 부르는 동안에는 나이 든 어른도 어린아이가 되어버린다는 시를 기억한다. 밝게 웃다가도 섧게 울고 좋다가 했다가도 싫다고 투정하고. 너도 그랬을까. 누구보다 도움이 필요했을 어머니에게, 너도 그렇게 철없이 세월을 흘려보냈을까. 숨이 가빠.. 2024. 12. 17. 49재 - 이재 초강대왕님이시여. 인사드리옵니다. 상산 김씨 김 혜선의 둘째아들 최 영명입니다. 저희 어머니께서 초강대왕님께 불리어 화탕지옥 앞으로 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청이 하나 있사오니, 부디 어머니를 불쌍히 여기시어 어머니께 아무런 벌도 내리지 말아주시옵소서. 64년 일평생을 부처님 관세음보살님을 모시고 불도를 닦아오신 사람입니다. 혹여 어머니께서 지은 죄가 있다면 제가 받겠습니다. 제가 괴롭지 않겠냐구요. 괜찮습니다. 제가 할 수만 있다면 대신 불지옥에 떨어져 영겁의 시간이라 할지라도 견디고 버티겠습니다. 부탁드리옵니다. 덜컹거리는 버스 창밖으로 두껍게 껴입은 사람들을 바라본다. 찰나의 시간에 그 사람들은 네 세상에서 사라진다. 잠시 보였던 그들은, 네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들이 된다. 깊은 한숨을 .. 2024. 12. 10. 49재 - 초재 너는 사십구재를 지낸다. 일주일에 한 번씩, 일곱 번의 제사를 통해 슬픔을 달래야 한다.초재날 저녁 새하얀 함박눈이 내렸다. 다음 날에 발목 높이로 쌓인 눈을 보고 사람들은 오늘 첫눈이 내렸다고 말하지만, 오늘이 첫눈이 내린 날이 아니다. 소설절 여러 날이 지난 어젯밤 첫눈이 내려 쌓이기 시작했다. 너는 우산을 쓰지 않는다. 내리는 눈을 피한다거나 검정 코트 어깨부분에 쌓인 눈을 털어내지도 않는다. 흩날리는 눈들 사이로 옛추억들이 비집고 들어온다. 머리칼이 눈들에 적셔지고 너는 다시 그 아픈 기억들을 고스란히 품어안는다. 마치 벌을 받듯이, 그래야만 금생에 어머니께 효도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덜 수 있다는 듯이.* 함박눈 내리는 하얀 길을 걷는다. 느리게 떨어지는 눈이 너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주머니.. 2024. 11. 2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