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지마당]
한글을 읽기 시작할 때부터 어머니는 우리 형제들에게 한자를 가르쳐주었다. 사람인변, 두인변, 받침, 제부수 등 손수 한자 부수들을 표로 만든 뒤 코팅하여 우리 형제들에게 하나씩 소리내어 읽어주었다. 천자문과 사자소학은 어린 삼 형제들의 교재였다. 날이 좋을 때는 불암산 산속이나 쌈지마당에서 돗자리를 펴고, 구름이 잔뜩 낀 짙은 날이면 집에서 우리 삼 형제는 늘 어머니와 함께 천자문과 사자소학을 공부하였다. 집이 학당이었고 어머니가 선생님이었고 우리들은 어린 학생들이었다. 하늘 천, 땅 지, 검을 현, 누를 황. 집 우, 집 주, 넓을 홍, 거칠 황. 날 일, 달 월, 찰 영, 기울 측. 별 진, 잘 숙, 벌일 렬, 베풀 장. 느티나무 고목이 그려낸 커다란 그늘이 시원하다. 불암산 너머로부터 실..
2025. 1.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