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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찾은 날] 어머니가 집을 떠나고 나서도 우리 삼 형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아니, 하지 않았다. 한 달이 지나면, 혹은 두 달이 지나면 다시 어머니가 돌아오겠지. 매번 그랬던 것처럼 돌아올 때 달큰한 동지팥죽을 한 아름 싸들고 오시겠지. 형형색색의 옥춘과 부드럽고 짭조름한 쌀과자, 때 아닌 송편을 바구니에 한가득 담아 다시 집으로 돌아오시겠지, 생각할 뿐이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부처님. 엄마가 돌아오게 해주세요. 엄마가 보고 싶어요.   관세음보살님. 나무묘법연화경. 소원성취진언. 엄마를 만나게 해 주세요.     간절히 빌고 또 빌어도 어머니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어머니가 떠나고 한 달쯤 지났을 무렵, 삼형제는 누가 먼저 시작할 것도 없이 등굣길에 의논을 하기 시작했다. .. 2025. 2. 14.
[어머니가 집을 떠나던 날] 함박눈 나부끼던 겨울이었다. 삼 형제는 부모님이랑 함께 외출했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어디를 다녀왔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여느 때처럼 종로, 청량리, 동묘였을까. 아버지의 양손에는 무언가를 가득 담은 커다란 검은색 비닐봉지가 쥐어져 있었다. 잠시 검은 비닐봉지를 문 앞에 내려놓고 헛기침을 몇 번 한 뒤 아버지의 손이 허리 쪽으로 이동한다. 허리춤에서 수많은 열쇠들이 부딪히는 쨍쨍한 소리가 들린다. 아버지는 혁대고리에 끈을 하나 묶고 그 끈에 아버지가 사용하시는 모든 열쇠를 다 연결해 두었다. 그 짤랑거리는 것들 중 하나를 동그란 열쇠구멍에 맞춰 꽂은 뒤 돌려 문을 열었다. 부엌에 신발을 벗어두고 엄마방으로 올라가자마자 아버지는 무서운 표정을 짓더니 다짜고짜 어머니를 패기 시작한다.    또 왜 때.. 2025. 2. 14.
어머니께 어머니 사랑해요. 어머니 보고 싶어요. 그보다요. 궁금한 게 하나 있어요. 줄곧 강아지 없는 곳에서 살고 싶다 하셨잖아요. 강아지 없이 삼 형제와 넷이서 사는 날이 언제 올까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잖아요. 근데요 그렇게 들으면서도 참 이상하다 싶었어요. 허리가 아프다 다리가 찌른다 하셔도 언제나 강아지들 깨끗이 목욕시켜 주고시끄럽다 더럽다 지저분하다 하셔도 아롱이 다롱이 안아주시고 예뻐해 주셨잖아요.사실은 강아지들 많이 사랑하셨지요? 뭉치 칠순이 칠복이 칠칠이 설공이 아공이 사오정 일순이 대보름 준이 사미타 이월이  로또 아롱이 다롱이 짱아  대통이 방통이 꼴통이 몽실이 복실이 정실이  짧은 27년을 살아온 제가 보아도 예쁜 그 아이들을 어머니가 보셨을 때는 얼마나 사랑스러웠겠어요. 아직도 그때가 많이 기.. 2025. 2. 14.
[싫어하는 음식] 너는 싫어하는 음식 있어?    이런 질문을 받을 때면 여러 개의 단어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미역, 식판, 미끌거리는 촉감, 구토, 신맛, 닭껍질, 기름, 돼지비계. 그것들은 절대 지워지지 않는다. 긴 세월 속 바뀌어버린 음식 체질에 이따금씩 나열된 음식들을 먹곤 하지만, 그럼에도 그 음식들의 미끌거림을 느낄 때면 옛 기억들이 혀 끝에서부터 흘러나와 온몸을 휘감는다. 이따금씩 숟가락을 들고 앉아서, 미역국 너머로 천천히 그려지는 그 기억의 장면들을 멍하니 바라본다. [미역]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할 무렵한 어느 봄날이었다. 형과 동생과 나란히 방바닥에 정좌로 앉아 어머니가 차려주실 저녁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머니는 미역국을 만들어 가져왔다. 그때 나는 미역국을 싫어했다. 미역의 미끌거리는 촉감이 불쾌했다.. 2025. 2. 12.
삶이란마음 속 쌓인 눈이봄이 오기 전모두의 마음 속에서녹아 녹아사라져버리는 것그래서 아무도 기억할 수 없는 것2025.02.10. 2025. 2. 11.
#31 목적 목적이 모든 행동의 목적을 모르겠습니다.왜 자연에서 당연히 주어지는 자유를 위해, 인간들은 피 흘리며 싸우는 것인지 왜 회사를 다니고 왜 아이를 낳아야 하고 왜 밥을 먹어야 하고 왜 도덕을 지켜야 하는지 아주 기본적인 본능과 욕구와 상식을 이해하고 있음에도 도저히 의문이 사라지질 않습니다.저기 창공을 가르는 새들은 자신들의 날갯짓에 의미를 담고 있을까요.겨울이 오면 나무는 그 때를 이해하고 노랗게 익어버린 이파리들을 떨구는 걸까요.저 앞에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여인은 자신이 왜 우산을 쓰는지 알고 쓰는 걸까요.매일 교차하여 떠오르는 해와 달은 자신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알고 존재하는 걸까요.우리는 과연 주변의 모든 것들에게서 선동되지 않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요.오로지 자신의 생각으로 자신만을.. 2025. 2. 11.
#30 사랑합니다 이 모든 글들, 나에게 말해주고픈 이야기. 친구이따금씩 그런 생각도 들어요. 진짜 친구는 무엇일까- 하고요. 연인 같은 친구 친구 같은 연인 이런 사이가 존재할까요. 존재한다면 어떤 형태로 존재할까요.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떤 이유에서 존재할 수 없는 걸까요. 사실, 그런 사이는 단어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그런 존재들은 내 마음 깊숙이 자리 잡은 여러 복잡한 감정들의 집합체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가족과 형제자매들에게서 느끼는 그 감정들과는 조금 다릅니다. [대기 중의 수증기가 찬 기운을 만나 얼어서 땅 위로 떨어지는 얼음의 결정체]싸라기눈, 함박눈, 진눈깨비 등 다양한 눈의 이름처럼같은 대상이어도 기준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다르고 그 기준 또한 생각의 주체에 따라 다른 까닭입니다.제 마음 속에 걸리는 이.. 2025. 2. 10.
20,Nov,2024 / From. Karen 어머니가 돌아가셨던 날.내 동생 카렌에게서 연락이 왔었다.번역기를 사용한 그녀의 메시지는, '오빠'가 '형'이 되었다.   그녀는 그녀의 어머니에게도 그 소식을 전한 모양이다.그녀를 통해 그녀의 어머니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고마워.진심으로. 2025. 2. 10.
2024.02.06. 6차 尹탄핵심판···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 증인신문 내용 정리 곽종근 특수전사령부 사령관 증언 내용 정리변호인들과의 증인신문 중.1. 병력 투입은 국방부장관 지시. 2. 당시 경황이 없었음. 다만 병력 투입은 잘못되었다고 생각. 3. 무력행사, 민간인 피해 등 불법 피해 지시 내용 없음. 4. 예하부대에게 "절대 사람이 다치지 않게 하라" 지시. 5. 증인은 12/3 22:30 경, 전 간부 소집 명령 내림. 6. 증인은 계엄 이전, 707부대에게 미리 출동 명령을 내린 적 없음. 7. 일부 병력이 계엄 이후 출동했던 것은 12.3을 예상한 것이 아닌, 야간 훈련때문. 8. 증인에게 부여된 임무는 "국회를 확보하고 인원을 통제하며 경계하라" 그대로의 워딩. 다른 지시사항은 받은 적 없음. 9. 증인도 예하부대에게 "시설을 확보하고 경계하라" 지시만 내림. 10. 국.. 2025. 2. 8.
2024.02.04. 5차 尹탄핵심판···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 증인신문 내용 정리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 증인신문 내용 정리1. 증인은 윤대통령이 검찰총장까지 하셨기에 법쪽으로는 아주 뛰어나다고 생각했으며 이에 따라 계엄은 적법했다고 생각. 2. 계엄 당일 국회 경내로 들어간 부하군인들은 총 14명. (나머지는 경외에서 대기. 사유는 혼잡한 인파) 3. 증인은 부하직원 두 명(대령 2명)에게 실탄과 총기 등을 제외하고 투입할 것을 명령했고 실제로 그렇게 투입됨. 4. 공포탄 불출 논란 관련 발언 : "12.3 계엄 관련해서 불출했던 것이 아니고 그 전 단계에 제가 (병력)소집을 시키면서 훈련 목적으로 공포탄을 불출하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것이 이렇게 연결되어버렸습니다." 5. 청구인 측에서 흑복(?) 및 안면마스크를 착용하고 투입되었다고 했지만, 증인은 그런 지시를 내린 적 없음... 2025. 2. 8.
섬의 반란 - 현길언 섬의 반란, 1948년 4월 3일「대한민국정체성총서」제7권『섬의 반란, 1948년 4월 3일』. 이 책의 저자 현길언은 ‘제주4.3사건 진상보고서’ 는 정치 논리로 4.3을 왜곡시키기 위하여 작성된 것이라 말하며 이 책을 통해 4.3의 실상을 밝혀내고자 한다. 저자는 객관적 시선으로 4.3을 직접조사하여 그 전개과정을 들려준다. 4.3사건의 본질은 반란군과 국군 양쪽에서 제주 사람들에게 희생을 강요당했다고 말하며 저자 자신이 직접 겪은 4.3을 생생하게 묘사한다.저자현길언출판백년동안출판일2014.06.25 저자는 1940년 2월 17일 제주도에서 출생한 제주도민이다.열 살도 되지 않은 어린 나이에 이념싸움의 중심에 서 있었다.저자는 좌익도 우익도 아니다. 어쩌면 그렇게 좌우로 나누고, 이념적 잣대를 들이.. 2025. 2. 4.
[규칙1] 아가리 찢지 마라.  일절 웃어서는 안 됐다. 명심보감에 따라 웃는 자들은 정신이상자라고 아버지는 말했다. 만에 하나 옅은 미소라도 지은 것이 아버지의 눈에 띄었을 때는 주먹으로 머리를 수십 차례를 맞았다. 아버지는 다른 곳은 건들지도 않고 오로지 머리만 때렸다. 머리에 하얀 피가 들어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 꼴통을 빠개서, 머리통을 부숴서 하얀 피를 다 꺼내야 한다고 말했다. 아버지에게 맞을 때마다 머리에서 피가 나기를 바랐다. 정말로 내 머릿속에 하얀 피가 들어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머리는 단 한 번도 깨지지 않았다. 맞은 곳을 또 맞아 오래된 배터리처럼 부풀어 오른 혹들이 터지기를 바랐지만 더욱 단단하게 붓기만 할 뿐, 그 혹들은 찌그러지지도 않았다.   이따금씩 아버지는 쇠몽둥이로 머.. 2025. 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