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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재 - 칠재 양초 아래에 적힌 '소원성취' 네 글자가 검게 타들어간다. 양초는 짧아져 초꽂이 부분이 삐죽 튀어나왔다. 손바람으로 촛불을 끈 뒤 촛농이 굳을 때까지 잠시 기다린다. 심지에서 탄내가 올라와 코를 자극한다. 굳은 양초를 들어내 새 양초로 바꾼다. 둥근 몸 한가운데 구멍이 나버린 차갑게 식어버린 양초를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다 잘게 잘라 다시 쓰기로 한다.*  너는 어머니가 쓴 글들을 정리한다. 꽃들과 나무를 보며 적은 시들과 아무리 기원해도 수신자에게 닿을 수 없는, 어머니가 적은 모든 편지들을 옮겨 적는다. 엄마가 쓴 글들 모두 모아서 책 한 권 내보면 어떨까? 네. 그럴게요. 엄마 유명해지시겠네. 돈도 많이 버시겠어요. 그러냐? 그래도 난 우리 삼형제가 좋다. 우리끼리 살자. 언제쯤 우리 예쁜 삼형제랑.. 2025. 1. 17.
마음정리 몇 달 만에 쓰는 다이어리다.짧은 세월 속에 마음을 돌보지 못하였다.오늘 짧게나마 내 마음을 어루만지기로.요즘은 무념 무상으로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골목길 사이를 지나치는 떠돌이 개처럼.담벼락 위에 앉아 햇빛을 즐기는 고양이처럼.소쩍새 울음소리가 그리운 밤이다.켜켜이 울려 퍼지는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그리워지는 밤이다.하늘 가운데 하얗게 동그랗게 뜬 달이구름 한 점 없는 까닭에 더 외로워 보이는 밤이다.진실하고 너그럽게부드럽고 겸손하게그렇게 살자.오욕락에 물들지 않고그저 지구 위를 살아가는 한 작은 생명체로서외로이 살다 무거운 짐 아픈 추억 어깨에 싣고홀연히 사라지자. 2025. 1. 17.
한남대로 앞, 2030 애국자들 (2025.01.06.) 한남대로 관저 앞.  탄핵 반대를 주장하는 수많은 2030 연사들 젊은 2030 연사들의 자유를 향해 울부짖는 목소리가 해가 넘어가고 밤이 되도록 끊이질 않았다. 탄핵 반대 시위 2030 연사들 주 연사 내용...처음에는 계엄령이 당황스러웠으나, 계엄령의 이유에 대해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민주당의 입법독재와 폭주 등을 알게 되었고 그제서야 대통령의 큰 뜻을 알게 되었습니다. 대통령은 지금까지 외로운 싸움을 하고 계셨습니다. ... ...대학교에서 단순히 암기만 잘하는 것이 똑똑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멍청한 것입니다. 어떠한 정보를 들었을 때, 이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고 자신이 한 번 더 생각하여 과연 이게 옳은지, 옳지 않은지 판단할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진정으로 똑똑한 사람입니다. 누가 내란을 저지.. 2025. 1. 16.
흰 - 한강 흰한국인 최초 맨부커상 수상 작가 한강의 소설 『흰』. 2018년 맨부커 인터네셔널 부문 최종후보작으로 선정된 이 작품은, 2013년 겨울에 기획해 2014년에 완성된 초고를 바탕으로 글의 매무새를 닳도록 만지고 또 어루만져서 2016년 5월에 처음 펴냈던 책이다. 삶과 죽음이라는 경계를 무력하게 만드는 이 소설은 한 권의 시집으로 읽힘에 손색이 없는 65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강보, 배내옷, 각설탕, 입김, 달, 쌀, 파도, 백지, 백발, 수의저자한강출판문학동네출판일2018.04.25 2025. 1. 16.
우리 아들 겸손하거라 (2024.03.02.) 일어에다 영어에다 삼성에다 한국어에여러 자격증 두루 갖추어서 참 대단해.우리 아들 혼자서 뽈뽈 기어다니며 잘도 놀아요.근데 항상 겸손 조심해야 해.같은 무리에서 너무 뛰어나면 시기 질투 해코지하려는 부류가 어디든지 꼭 있거든.이 사바세계가 그런 세상이니까 너무 자만하지도 말고 교만해져서도 아니된다.지식이 풍부함도 매우 좋지만 인격의 고매함이 내면에 가득해야 한다.지식과 지혜가 겸양해야 되고 부드러운 인품에 덕이 높고 심성이 넓어야 한다.그래야 바르고 큰 고목이 되어서 수많은 중생들에게 공경을 받고대중을 이끌어갈 수 있는 웃어른이 되는 것이다.사랑해 아들. 2025. 1. 12.
거미 집 짓던 날 (2024.02.28.) 이슬비 오는 날거미집 짓고.저렇게 열심히 정성다해 돌고 돌아서 만든 거미집어떻게 헐어버릴 수 있니?죄업이 될것같아 못헐겠어묵은 헌 거미집이 많아서 긴 빗자루로 막 걷어내야 되거든.올해 지은 새집은 다치지 않게 조심해야겠다. 2025. 1. 11.
하얀 눈이 쌓였어요 (2024.02.22.) 눈이 왔어요 새하얀 눈이산에도 들에도 동구밖에도소리 없이 소복소복 하얀 눈이 쌓였어요옛 고려땅 온 누리에밤새 내린 하얀 눈이포옥 포옥 쌓였어요관음熙 2025. 1. 10.
삼형제 이야기 (2024.02.22.) 엄마가 큰 나무 튼튼한 뿌리가 되어야 삼형제는 무성한 가지가 되고 빽빽한 잎이 되고화려한 꽃이 되고 튼실건강한 열매를 맺게 되는거란다.너희들을 내 뱃속에 품기 전부터 아빠랑 같이부처님 앞에만 가면 부처님께 아들 셋만 주세요 하고 소원 빌었다.아니 아빠는 아예 부처님께 화계사 큰법당 부처님 앞에 떠억 버티고 서서 큰소리로 떼를 썼단다.부처님보고 아들 셋 내놓으라고 말이야.그랬더니 진짜로 부처님이 다르 셋 주셨잖어.아빠 꿈에 보문사 석굴암 부처님이 형아부터 데리고 오셨어.경주 불국사 부처님 뵙고 경주 토함산 석굴암 부처님도 뵙고동해바다 갔을 때 비가 오는데 낙산 버스 정류소에서 표 끊으려고줄서서 차례 기다리는데 어느 스님 한 분이 비를 맞고 줄 뒤에 서 계시길래내 우산을 드리고 양양까지 표도 끊어 드린 공덕.. 2025. 1. 10.
엄마 엄마 우리엄마 (2024.02.17.) 엄마 엄마 우리엄마 엄마 엄마 우리엄마 엄마 엄마 우리엄마 나 화장실에 있거든짱아와 아롱이가 나 옆에서 기다리기.짱아가 아롱이를 지극정성으로 핥아주는 거야.눈꼽도 떼주고 귓 한속도 핥아주고한결같은 엄마사랑 그 무엇에다 비하리요엄마 엄마 나를 낳아 기르시고 사랑해주신엄마 엄마 엄마...위대한 짱아엄마이쁘고 사랑스러운 아롱딸 보고싶구나 아롱아.거기서는 따뜻하거라.극락왕생하거라. 2025. 1. 10.
너무나 닮은 사람 (2024.02.09.) 어제 종점 버스 타는 곳에 아빠랑 너무 닮은 사람을 발견했어.이마랑 머리 뒤통수랑 잠바 스타일 옆모습 오락가락하는 스타일 잠바주머니에 손 넣고 있는 폼완전 아빠였어.발견 못했으면 완전 부딪힐 뻔했어.얼마나 놀랐던지 그대로 굳어버리는 것 같았어.잠바가 형아 애기때 산 잠바 같았어.체크무늬.형아 애기때 벚꽃 나무에서 형아 안고 찍은 그 잠바같았어.아빠면 이동네 왜 왔을까?맘 놓고 다니다간 큰일나겠어. 2025. 1. 10.
고향 (2024.02.07.) 자갈밭에 몽돌이 곱구나파도에 씻기고 밀려예까지 왔는데반기는 파도 소리돌아갈 곳 바다여라2024.02.07.관음대행보살熙 2025. 1. 9.
참마음을 찾거라 (2024.02.06.) 아가는 오늘 뭐 했남?내가 누군가? 도대체 내가 뭔가?팔 다리 부지런히 움직이고 다니는 이게 도대체 무슨 물건인고???하고 생각해 본 적 있니?형아는 그 몸뚱이 끌고 다니는 그 한 물건이 도대체 무엇인가?를 곰곰히 생각해 봤누?인니는 하늘까지 날아서 먼 영국까지 가서빵도 먹고 주스도 먹고 이것저것 맛있다 하면서 먹고눈으로는 여기 저기 보러 다니느라 팔 다리 고생시키는그 몸 속 한 물건이 무엇인가?하고 곰곰히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오! 참으로 안타깝도다.자기 자신의 진면목 참마음을 찾을 시간이 없으니어찌하면 좋을꼬?하루종일 무엇에 매달려 종종걸음 하고 있나?이 세상은 환과 같고아지랭이와 같고물거품과도 같고번갯불이 순간번쩍이는 것 같기도 한것을나의 세 아들은 어서 깨달아야 할텐데... 2025. 1.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