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760 [각목] 또 무슨 잘못을 한 걸까. 형은 오른팔로 작은 방 벽 모서리를 붙들고 버티고 있었다. 벽 너머로는 아버지가 형의 왼팔을 잡고 큰 방 안쪽으로 끌고 가려 했다. 겁에 질린 형의 얼굴에 코피가 흐르고 있었다. 꼴통을 쳐맞아야 정신 차리지. 이리 와라, 이 개새끼야. 죄송해요. 안 그럴게요. 죄송해요. 아버지는 벽 너머 틈새에서 각목을 꺼내려고 했다. 동생과 나는 작은 방의 구석에서 소리 내어 울고 있었다. 잘못한 것이 없었지만, 어느새 우리도 입 밖으로 잘못했다는 말을 내뱉고 있었다. 때리지 마세요. 죄송해요. 잘못했어요...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형의 팔을 잡고 내쪽으로 끌기 시작했다. 눈앞이 흐려 앞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그래도 중학생이었던 두 아들이 힘에 부쳤는지 아버지는 각목이 있는 곳까.. 2025. 3. 27. [피시방] 처음으로 PC방을 가게 된 건 열 살 무렵이었다. 형을 따라 불암산 둘레길 입구 앞에 있는 삼층짜리 상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 이 층으로 올라서자마자 마주한 투명한 유리문에는 '가가PC방'이라고 적혀 있었다. 피시방 내부는 어두웠다. 불이 비치지 않아 깜깜토록 어두운 것이 아니었다. 천정에서 비치는 노란색 조명이 검정색 벽과 바닥 타일에 반사되어 은은하게 어둠을 내몰고 있었다. 우리 삼 형제는 카운터로 가 500원을 내고 자리 하나에 30분을 충전했다. 형이 먼저 앉았고 나와 동생은 내 키랑 비슷한 의자 양옆으로 서서 모니터 쪽으로 고개를 가까이했다. 형은 당시 유명했던 RPG게임을 켜고 캐릭터를 하나 만들었다. 미리 아이디를 만들어두었는지 로그인을 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형이.. 2025. 3. 26. 내가 좋아하는 대화 #좋아하는 대화- 나 있잖아.- 응- 마음이 좀 아파.- 그렇구나. 무슨 일 있었어?- 그냥. 옛날 생각에.- 그렇구나. 내가 지금 곁에 있을 수가 없네.- 괜찮아. 아픈 건 내 마음이니까. 내가 잘 돌봐야지.- 얼른 괜찮아지면 좋겠다.- 고마워. 너는 별일 없어?- 응. 고요해.- 좋다.- 응 좋네. #공유공유하는 것이 두렵다우리가 공유한 음악, 장소, 음식들이추억이 되어버리기 때문에먼 훗날우리가 더 이상 같이 있지 않을 때공유했던 모든 것들이또내 마음을 아프게 할까 봐. 2025. 3. 25. 기억들 #기억들아픈 기억들은 잊혀지고행복한 기억들만 남게 된다는데왜 나의 어린 시절은 아픈 기억뿐인걸까.분명 행복한 기억들도 많았을 텐데.왜 기억나는 것들은 다 아픈 것들뿐일까.머릿속에서 꺼내는 족족떠오르는 기억들은 모두맞고 울고 아프고 도망치고 싶었던그런 기억들 뿐이다.나는 진짜 돌연변이가 맞는 걸까.남들처럼 평범하게 웃으며 살아갈 수 없는 걸까.그런 게 불가능한 종자인 걸까.아니면 아프고 슬픈 것들이 포근하게 느껴져서나도 모르게 그곳을 찾아가는 것일까. #눈물오늘 회사에서 근무하는데 갑자기 눈물이 났다.몇 해 전 심리상담 검사지에 적힌 문장이 생각이 났다.[나는 최근에 아무 이유 없이 눈물이 났다]정말 아무 이유 없이 눈물이 나더라.아니, 이유는 있었다. 어머니가 보고 싶었다.아니, 어머니가 아니라 엄마가 .. 2025. 3. 25. 아픈 마음 아픈 마음살살 달래어보자고름 얹히지 않도록더 아프지 않도록멍든 마음살살 어루만지자오래 남지 않도록더 옅어지도록찢긴 마음잘 이어붙이자상처 생기지 않도록흉지지 않도록뚫린 마음잘 가리어보자바람 들지 않도록들키지 않도록2025.03.21.鎭 2025. 3. 21. 삶은 그런 것입니다 삶은 그런 것입니다 해가 질 무렵 어스름에 밀려한 순간 강렬히 불타오르다바스라지는 노을 같은삶은 그런 것입니다푸르른 거목의 새와 곤충 사랑하는 마음겨울바람이 남김없이 날려보내어앙상한 가지만 외로이 남는삶은 그런 것입니다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머무르다결국 모두에게서 희미해져버리는한 순간의 짧은 동화 같은삶은 그런 것입니다내가 세상의 중심인 줄 알았건만드넓고 황량한 우주의 별빛 속에서홀로 처량히 떠다니다 빛바래지는삶은 그런 것입니다모든 것들이 영원할 줄 알았건만어느새 하나 둘 사라지고 혼자 남아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는삶은 그런 것입니다삶은 그런 외로운 것입니다2025.03.21.鎭 2025. 3. 21. 계절 언제가 따뜻한 봄이고언제가 차가운 겨울인가어머니 계실 때 내리던 가랑비가어머니 안 계시니 눈이 되어 내리네어머니 계실 때 빛나던 봄꽃씨들어머니 안 계시니 흰눈 속에 잠자네어머니 계실 때 들리던 사랑노래어머니 안 계시니 외로움만 들리네어머니 계실 때 가득하던 행복샘어머니 안 계시니 공허만 남아있네아- 뒤늦게 깨달았네그때가 봄이었음을2025.03.21.五色英明, 鎭 2025. 3. 21. 양산 통도사 법사 스님 이야기 ★ 이야기★ 조선의 정조대왕 시절에 경남 양산 통도사에는 훌륭한 법사 스님이 계셨다. 그 법사 스님은 아주 핏덩이 일때 그 추운 겨울에 양산 통도사의 일주문 앞에 보에 쌓여 놓여 있었는데 마침 그 곳을 지나던 스님 한 분이 통도사로 데리고 와 절에서 기르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아이가 통도사 일주문 앞에 놓이게 된 것에는 사연이 있었다. 어느날 젊은 부인이 한 사람 찾아와 주지 스님을 친견 하였는데 그 때 갓난 아이를 보듬고 왔었다. 그 젊은 보살이 주지 스님에게 말 하기를 * 스님 제가 이 절에서 무슨 일이든지 다 하겠습니다. 공양주도 잘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 엄동 설한에 우리 모자는 굶어 죽지 않으면 눈 속에 얼어 죽을 것 같으니 해동을 할 때 까지 만이라도 제가 여기서 일을 하면서 이 .. 2025. 3. 21. 말 #미안하다는 말미안해.말을 뱉고 나면 끝나는 것일까.누군가 잘못을 하고 나서도 사과를 들으면 기분이 풀어지는 사람.아무리 진심 어린 사과를 하여도 기분이 풀리지 않는 사람.사과를 하든 하지 않든, 이미 벌어진 일은 돌이킬 수 없다.하지만 사람들은 그 사과에 집착한다.사람들은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첫 번째는, 사과를 받지 않는 사람이다.사과를 하더라도 하지 않더라도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내세운다."사과할 짓을 하지 말았어야지""사과만 하면 다야?"이런 공격적인 언어를 내뱉으며 상대방을 압박한다.그들은 스스로 어리석은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사람들이 실수할 수 있음을 모르는 이들이다.미안한 마음을 가진 상대의 마음을 무시하는 이들이다.물론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을 수 없다.하지.. 2025. 3. 20. 사진 콘테스트 응모 #사진 콘테스트지난 몇 년 간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이 많다. 나는 사진을 잘 찍는 전문가는 아니지만 아끼는 사진 몇 장을 지인들에게 보여주었을 때 잘 찍었다는 말도 자주 들었다. 그래서 사진 콘테스트에 응모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사진 몇 장을 온라인 인화 주문을 해서 택배로 받았다. 사이즈는 11"x14"였다.응모비 20,000원을 동봉하여 택배로 사진작가협회 성남지부, 부천지구로 각각 네 장씩 출품했다.시상을 받았으면 좋겠다. 내 사진 실력이 그렇게 뛰어나지는 않기에 상위권으로 수상하는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20% 내에 들기만 해도 상을 준다고 하니깐, 그거라도 받았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이다. #여름며칠 전 비가 내렸다. 축축하게 젖은 아스팔트에서 여름냄새가 났다.산에서 주로 맡았던 냄새였는.. 2025. 3. 17. [모기 물린 곳] 아버지는 십 센티미터 정도의 바늘을 가져왔다. 그 바늘은 중간 부분이 조금 구부러져 있었다. 아버지는 왼손으로 내 오른팔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강하게 움켜잡았다. 내 팔목 위로 선홍빛으로 단단히 부어오른 곳을 아버지는 잠시 동안 바라보았다. 오른손으로 바늘을 집어 모기 물린 부위를 찌른다. 뾰족한 삽으로 흙을 퍼내듯 바늘 끝이 아래로 향하다가 하늘로 올라갔다. 묵직한 딱! 소리와 함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바늘에 찔린 곳에 피가 나지 않는다. 아버지는 다시 한번 바늘로 딸 준비를 한다. 딱! 바늘로 찌른 곳에 눈으로 보일 정도의 아주 작은 구멍이 생겼다. 아버지는 엄지와 검지로 그 부위를 짜기 시작했다. 살이 짓이겨지는 고통에 왼손은 주먹이 쥐어졌고 눈이 질끈 감겼다. 아버지의 손에서 바늘이 떨어지는 .. 2025. 3. 16. 수영일지 2025-03-16 (+148) 이번 주는 자유수영을 4번 갔다.전부 1시간 30분 ~ 2시간 가량 했다.겨드랑이가 쓸리지 않도록 롤링도 잘 하고 하이엘보우도 잊지 않았다.그러니 확실히 겨드랑이가 쓸리지 않았다.자유형은 이제 6스트로크에 한 번씩 호흡하는 것이 편하다.가끔씩은 8번, 10번 만에 한 번씩 호흡하기도 한다.물론 발차기를 집중적으로 연습할 때는 2스트로크에 한 번 호흡한다. 플립턴이번 주는 플립턴 연습을 많이 했다.처음에는 스트림라인에서 앞구르기를 연습했었는데요령이 없어서인지 제대로 돌지도 못했다.하지만 이틀, 사흘, 나흘... 유튜브 영상도 계속 보면서 요령을 알아나가자 점점 잘 되었다.이제는 어색하게나마 벽쪽에서 턴을 하여 벽을 밀고 나갈 수 있다.자세 교정은 필요하겠지. 평영스트로크 연습을 많이 했다.발차기도 계속 연.. 2025. 3. 16. 이전 1 2 3 4 5 ··· 6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