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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8

2018.04.30 월요일 (입소 14일차) 입소 14일 차.  오늘은 오전에 정훈교육, 오후에 화생방 기본, 전투체력 훈련을 했다. 정훈교육은 중대장님이 맡아서 진행을 했고, 전투체력은 소대장님이 진행했다. 정훈교육은 항상 그랬듯이 CBT 교육이었다. 정훈교육이 끝난 후, 바로 평가를 실시했다.  평가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아마 나중에 공지가 될 것 같다. 전투체력은 힘들었다. 설상가상으로 감기몸살까지 걸렸다. 그 상태로 런지, 버피, 호들 등의 훈련을 하니, 빈혈증상과 함께 하늘이 노래졌다. 결국 열외했다. 근데 아픈 사람들만 열외했었는데 갑자기 힘든 사람들까지 열외하면서 인원수가 늘어났다.  그래서 소대장님이 교번체크를 해서 감점이 됐다. 에효. 이유 불문하고 피드백을 주는 건.. 조금 너무하다.  또한, 1세트 운동(그래도 8개) 후에 쉬.. 2024. 11. 19.
2018.04.27 목요일 (입소 11일차) 입소 11일 차.  꽃잎이 다가와 시선을 훔쳤다. 내 눈은 꽃잎의 흔적을 뒤쫓았다. 그 길목엔 예쁜 둥근 달이 떠 있었다. 달은 하얗고 작았다. 달은 본연의 빛줄기로 내게 이름을 말했다. 白月. 백월은 신기한 물체였다. 코앞에서 보았을 땐 황폐화 그 자체지만, 아주 멀리.. 멀리서 보았을 때는 그 모습이 마치 눈동자 같다.  내가 백월을 기다리는 이유, 좋아하는 이유도 말할 수 있다. 친구보다도 가족보다도 좋은 이유를 말할 수 있다.  매일 밤 잊지 않고 나를 바라보고, 찾아왔으며, 말을 걸어주었다. 나를 기다렸다는 듯이 내 말에 응답을 한다.   언제부터였을까. 그는 나를 매일 찾아오고 말을 걸었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태어나서 바로 말을 걸어줬어야 했고, 밤을 새지 말았어야 했다. 백월은 그.. 2024. 11. 19.
2018.04.26 목요일 (입소 10일차) 입소 10일 차.  오늘은 개인화기 교육과 1차 체력테스트가 예정되어 있다. 아, 그전에 오전에 자대분류를 했다. 다들 8군단, 102 기갑여단, 종행군, 22사단, 23사단, 야수교(야전수송교육대) 등 다양하게 분배되었다. 나는 운전 모집병이라 야수교로 배치되었다. 그 후, 개인화기 교육이 이어졌다. 총기의 이름, 부분의 명칭, 분해 및 결합을 배웠다. 어려웠지만 평가까지 수월하게 마무리했다.  오후에는 체력테스트를 실시했다. 잘 달리는 A조에서 오래 달리기를 했고 나는 그 A조에서 10등으로 들어왔다. 걸린 시간으로 보아 대략 3급 정도 나온 것 같다. 윗몸일으키기는 2분에 68개로 3급이다. 팔굽혀펴기는 아직 하지 않았다. 아마 식사 후, 아니면 내일 할 것 같다. 팔굽혀펴기는 1급 가자.오늘의 한.. 2024. 11. 19.
2018.04.25 수요일 (입소 9일차) 입소 9일 차.  오전에는 인성교육 CBT를 진행했고 오후에는 성폭력 예방교육, 개인화기 CBT 교육을 진행했다. 모두 강의장에서 프로젝터로 진행되었다. 인성교육은 신병, 일병, 상병, 전역 관련하여 매 계급마다 교육이 진행되어서 우리는 신병 관련 인성교육을 받았다. 성폭력예방교육 진행 후 개인화기 교육이 진행되었는데, 총기 분해와 조립, 명칭, 고장 났을 때의 대처법에 대해서 교육받았다. 차후 평가도 있다고 하니, 개인 정비시간에 시간을 투자해서 학습을 진행해야겠다.  모든 강의실 강의가 끝난 후, 운동장에서 제식훈련을 받았다. 방향전환, 정렬 등을 배웠다. 계속 연습하니 우리 분대의 실력이 늘어나 기분이 좋았다.  오늘 하루의 마지막은 운동으로 끝냈다. 내일도 화이팅하자, 유진아.오늘의 한 줄 평 :.. 2024. 11. 19.
2018.04.24 화요일 (입소 8일차) 입소 8일 차.  오늘 소나기를 받았다. [소중한 나의 병영일기]의 줄임말이다. 원래 평소에도 일기를 적어왔고, 입소 후에도 쭉 적어왔다. 걱정이 한 가지 있는데, '전역 후 소나기를 반납해야 하나?'이다. 반납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  오늘 간단히 체력훈련을 실시했다. 팔굽혀펴기 55개, 윗몸일으키기 30개, 스쿼트 30개를 했다. 수월했다. (시간제한)  기본정음도 강의받았다. 한국사랑 군인으로서 알아야 할 기본지식도 배웠다. 나중에 이것으로 테스트랑 평가도 한다고 하니 잘 적어둬야겠다.  아, 오늘 상점을 받았다. 김x양 조교님이 점심에 식관청소를 하는 모습을 보고 저녁에 같은 방법으로 청소를 하니, 그 모습을 보고 상점을 주었다. 감사히 받고 앞으로 받을 훈련 적극적으로 참여해야겠다.오늘의 한 줄.. 2024. 11. 19.
프롤로그 *어머니를 뵈러 하계 을지병원을 들렀다. 면회를 마치고 나서 스님이 사시는 양지대림아파트로 향했다. 방에는 필요한 것만 최대한 골라서 두었다지만 여전히 속을 알 수 없는 검정 비닐덩어리들로 방이 비좁아져 있었다. 방 한쪽 모서리에는 동생이 정리해둔 삼 형제의 물건들이 쌓여있었다. 먼지가 소복이 쌓인 은반지와 일본에서 사 온 오르골, 수년 전 어머니가 내게 써준 손 편지. 네 권의, 내 자필로 꽉꽉 채워진 노트를 발견한 건 그때였다.*강원도의 한 신병훈련소로 입소했을 때 다짐을 하나 했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하루 한 페이지씩 일기를 쓰기로. 군생활의 모든 기록을 남겨 머리가 희끗해져 펼쳐봤을 때 내가 어떤 삶을 살았었는지 돌아보는 것도 나름 재미있는 놀이겠거니 생각했었다. 종종 스스로에게 편지를 쓰거나.. 2024. 11. 19.
#20 익숙함과 자유 / Familiarity and Freedom 1. 익숙함 어제 친구한테 물어봤다. "너는 A가 왜 싫어?" 친구가 답했다. "모르겠어. 나도 정말 모르겠어." 나는 말했다. "싫은 이유를 스스로에게서 찾아야 해" 그리고 오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왜 잘살아야 하지?' 나는 내 스스로 이유를 찾으려 애썼다. 하지만 내 생각은 이미 복잡해졌다. 이미 답을 알고 있는 걸지도. 남들과 비교하지 않기 살기 위해 옷과 직업을 던져버리고 조용히 살길 택한다면 그 누가 나와 함께하려 할까. 이미 세상에 조련되어버린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나 혼자 다른 길을 가겠다고 하면 그 누가 나와 함께하려 할까. 이미 값비싼 명품들, 여행, 명예에 따뜻한 물, 집, 맛있는 음식들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익숙해져버린 현실을 벗어나려고 하지 않을 텐데. 역시나 나는 혼자 살다.. 2024. 2. 18.
거쳐가는 인생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정거장 살다 보니 이런 생각도 들더라. 무언가를 사고 싶은 생각이 든다면 그저 바라보고 생각하고 옆으로 가기만 하면 된다고. 이 드넓은 우주 공간 속, 우리들은 하나이다. 네 것, 내 것은 없다. 빌리면 잠깐 내 것이 되었다가 팔면 또 네 것이 된다. 잠깐 '내 것'이라는 호칭을 붙이는 것뿐이다. 가지고 있을 때는 기뻤다가 팔거나 도난당했을 때는 슬프다. 예전까지 나에게는 모든 것들이 그랬다. 그러니 이제 그만 소유하기로. 뭘 가지고 싶다는 생각은 '소유'하면 사라진다. 그리고 사람들은 소유하고 멀어지기를 반복한다. 아니면 끝없이 소유하기만 한다. 그 모든 컬렉션들이 정말 자신의 것인 것처럼. 죽으면 '나'조차도 사라지는데 소유하는 데 무슨 의미가 있으려나. 죽을.. 2023. 9.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