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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126

오늘의 대화 #휴식오늘은 연차를 쓰고 쉬었어.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았어.하지 않아도 괜찮았어. 하루쯤은 쉬어가야지.방 안의 불을 끄고책상만을 비추는 노란 스탠드에 의지한 채타닥 타닥 탁 탁 키보드를 두드렸어.스탠드가 비추는 책상 주변은 어두웠어.그 모습은 마치카메라 렌즈로 세상을 보는 것 같아.내 방 안의 어두운 곳들에서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한 뼘 정도로 열린 창가 사이로서늘한 밤공기가 새어 들어오네.가까운 곳에서 희미하게 웅웅거리는냉장고 소리가 들려오네.오늘은 더웠나? 아니, 덥지 않았지.아침 늦게 일어나 열어본 창문 너머로봄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어.어제는 말라 있던 아스팔트 바닥이오늘은 더욱 짙은 우주빛이 되었어.우리가 매일 밟는 땅도 우주를 품고 있기 때문일까?하늘은 짙은 회색이었어.깨끗한 도화지 같.. 2025. 4. 22.
#31 사랑한다는 말에 대한 고찰 #이해한다는 말내가 '사랑한다'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 이유를 어렴풋이 알게 된 것 같다.나에게 '사랑한다'는 '이해한다'라는 말과 비슷한 이유였다.너의 사정을 이해한다.너의 마음을 이해한다.너의 가족, 너의 직업, 너의 일상, 너의 취미를 이해한다.하지만 이해하기 조금 어려운, 납득하기 조금 어려운 무언가를 마주했을 때그 '사랑한다'라는 말이 잘 나오지 않는 것 같다.그래서 내가 아직까지 '부모의 사랑'을 가장 위대한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아이가 부모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할 수 없는 나이에도부모는 아이를 돌보고 사랑한다.무조건적인 사랑. 대가 없는 사랑.나는 아직 그런 사랑을 할 자신이 없다.미래에도 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다.부모가 되어야만 부모의 마음을 알게 되겠지.그제서야 '부모의 사랑'.. 2025. 4. 22.
몸살감기 #몸살온몸이 근육통으로 아프다.기침도 나오고 목도 아프다.열도 나고 두통도 생겼다.어디에서 온 바이러스일까.내일은 연차를 쓰고 쉴까- 생각하는 중이다.배가 고프다.하지만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다.그냥. 그냥 그렇다. #사랑사랑 참 어렵다.있는 그대로 바라보면 괜찮을 텐데.너는 나와 다르구나, 나 또한 너와 다르구나.그렇게 받아들이면 좋을 텐데.나는 그게 쉽지만, 많은 이들은 그게 어려운 것 같다.내가 사람에게 기대가 없어서 그런 걸까.사랑을 받고 싶다는 기대.나에게 무언가를 해주길 바라는 기대.내가 이만큼 사랑하니까, 너도 이만큼 해주길 바라는 기대.내가 그런 기대가 없기 때문일까.연인과 부부, 친구는 그 단어 자체로 약속이라고 생각했다.신뢰는 그런 약속에서 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그 신뢰를 굳건히 믿고.. 2025. 4. 22.
아프다 #아픔오늘은 괜찮았는데.오전까지 괜찮았는데.지금은 너무 아프다.어디가 아프냐고, 마음이.내 몸 어딘가에, 아니 어쩌면 내 몸 밖에 있을 내 마음이참 아픈 밤이다. 밤... 밤이라서 그런 걸까.목이 매어온다. 가슴이 너무 답답하다.마음이 너무 아프다.왜일까. 왜 갑자기 이렇게 마음이 아플까.아니, 아픈 것이 내 마음은 맞을까.이전과는 다른 답답함과 아픔이다.예전에는 받아들이고 친구가 되어버린 아픔이었는데오늘 나를 찾아온 아픔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아픔이다.어떻게 이 아이를 맞아주어야 할까.목이 살살 조여온다. 조여오는 느낌이 목을 넘어 귀까지 이어진다.하아- 하아-가슴을 내밀며 천천히 숨을 쉰다.창문을 열어 차가운 공기를 맞는다.어두운 밤하늘을 바라본다.아, 더워서 그랬던 것일까.책상의 밝은 스탠드 때문.. 2025. 4. 19.
돌아보기 #돌아보기훈련소 때 적었던 일기들을 찬찬히 읽어보았다. 여러 가지 감정이 들었다.나는 어렸다. 지금도 어리지만, 그때는 더 어렸다.하지만 어리다고 해서 무시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어린 나는 지금의 나보다 강했다.의지가 있었고 열정이 있었고 삶에 애착이 있었다.나의 생각을 글로 잘 표현했고, 그것에 거리낌이 없었다.'내가 저걸 썼다니' 하는 표현들도 종종 보였다.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보다 글을 잘 썼다.그때의 일기를 읽어 내려가면서 그때 내가 느꼈던 감정이 피어올랐다.7년 전의 나. 아는 사람이 없는 곳, 낯선 장소, 낯선 직업.그럼에도 나는 살아남으려 애썼다.솔직하게, 나는 그때 슬프지 않았던 것 같다.슬플 겨를이 없었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한 것 같다.고된 훈련과 낯선 환경에 놓이면 슬픔은 시간 .. 2025. 4. 17.
2018.05.24 목요일 [수료식] (입소 38일차) 입소 38일 차 - 수료식 수료식이다. 사실 이 글은 5월 25일 오후에 적고 있어. 얼른 PX에서 일기를 쓸 공책을 사야겠어. 수료식은 어땠냐고? 성공적이었어. 하지만... 마지막엔 마음이 좀 안 좋았어. 아빠한테 짜증을 좀 부렸거든. 배터리부터 시작해서 내가 택시 잔돈을 안 내서 말이야. (배터리는 [아빠가 내 말을 잘 안들어줬어]) 그래도 수료해서 한결 낫다~ 그리고... 휴대폰은 검사를 하지 않았어. 절차가 어땠냐면... - 담배 피웠어? - 아뇨! - 비닐봉지 안에 뭐야~? - 화장품입니다. - OK 들어가~...진짜 이랬어. 그래도 안 가져온 게 좋은 선택이지. 아쉬워하진 마. 당분간은 일기를 여기 훈련소 일기에 적어야겠어. 적을 곳이 없거든. 아!오늘의 한 줄 평 : 수 료. 2025. 4. 17.
2018.05.23 화요일 (입소 37일차) 입소 37일 차. 수료식 연습을 했어... 햇빛에 많이 데어서 그런지... 얼굴이 익었어... 하 수료식 전날에 얼굴이 삶은 문어처럼 익어버리다니... 날씨가 문제였어. 오전에는 무지x300 흐리더니 이게 뭐야아. 흠흠. 훈련병의 밤을 진행했어. 떡이랑 과자, 주스를 받았어. 강의장에 내려가서 훈련 영상, 조교님들의 메시지 영상, 훈련 후 소감문을 감상했어. 다 보고 이렇게 생각했지. '아, 이 맛에 조교 하겠구나' 감동이랑 울컥함이 끓어오를... 뻔 했어. 이런 감정 좋지이. 내일이면 수료식이네. 훈련소의 마지막 밤이 될 것 같아. 핫바 하나 남았는데... 빨리 먹어치워 버려야지. 내일 아는 분들에게 다 전화해야겠어.오늘의 한 줄 평 : 핸드폰... 가져올까? 2025. 4. 17.
2018.05.22 화요일 (입소 36일차) 입소 36일 차. 수료식을 진행... 연습을 진행했다. 아침의 날씨는 되게 좋았어. 오후가 되니까 많이 흐려졌어. 회색 크레파스로 덕지덕지 붙여놓은 것 같아. 붙여...? 칠해 놓은 거겠지, 유진아, 정신 차려! 나에게 쓰는 편지를 적었다. 1년 후의 나니까... 상병이겠구나. 상병... 좋지. 방금 핫바를 먹었다. 우람이 형이랑 용건이 형도 먹었다. 근데... 내가 제일 늦게 먹어서 냄새가 남았어. 정기영 조교님에게 적발돼서 혼났어... 형아들 죄송해요. 또 쓸 게 뭐가 있나...? 약도 꾸준히 먹고 있어. 코도 뿌리고... 아, 사진 나왔는데(4소대 전체사진) 나는 음... 그럭저럭 나왔어. 소장할 만 하지. 내일이 마지막이야. 내일만 열심히 하면 수료식을 마무리지을 수 있어. 딱 수료식만 .. 2025. 4. 17.
2018.05.21 월요일 (입소 35일차) 34일 차 - 못 씀.입소 35일 차. 수료식 연습을 진행했다. 그리 어렵진 않았다. 볼펜이 많이 닳았네(?) 볼펜이 닳기도 하는구나. 이때부터 볼펜 빌려서... 다른 볼펜으로 썼다. 오늘 18-6기가 입소했다. 그중에는 연예인 고경표도 있다. 응답하라에 나왔다던 그 사람이다. 방금 머리 잘랐다. 생각보다 잘 잘려서 기부니가 좋다. 헤헿. 아 근데 말투가 바뀌었네. 오늘 방금 빅뱅의 'Loser'를 불렀는데, 쫌 괴상하게 불러댔다. 그러자 옆x3 황수일 훈련병님이 나를 바라보며 피식 비웃으셨다. 기부니가 조아따. 볼펜이 안 나오네? 다 썼나? 그만, 그만 쓰자.오늘의 한 줄 평 : 볼펜도 닳을 수가 있구나. 다시 바꿨다. 2025. 4.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