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한다는 말
내가 '사랑한다'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 이유를 어렴풋이 알게 된 것 같다.
나에게 '사랑한다'는 '이해한다'라는 말과 비슷한 이유였다.
너의 사정을 이해한다.
너의 마음을 이해한다.
너의 가족, 너의 직업, 너의 일상, 너의 취미를 이해한다.
하지만 이해하기 조금 어려운, 납득하기 조금 어려운 무언가를 마주했을 때
그 '사랑한다'라는 말이 잘 나오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아직까지 '부모의 사랑'을 가장 위대한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아이가 부모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할 수 없는 나이에도
부모는 아이를 돌보고 사랑한다.
무조건적인 사랑.
대가 없는 사랑.
나는 아직 그런 사랑을 할 자신이 없다.
미래에도 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다.
부모가 되어야만 부모의 마음을 알게 되겠지.
그제서야 '부모의 사랑'을 이해할 수 있게 되겠지.
더 많이 노력을 해야 하는 거겠지.
#Eros
'사랑'이라는 단어를 보고 많은 사람들은 Eros적인 사랑을 많이 생각한다.
내가 사랑하는 만큼 상대방도 해주었으면 하고
자신도 모르는 채 상대방에게 의존하고 기대하고
대부분 자신의 삶 1순위로 배우자를 둔다.
그리고 그것이 되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우주에는 정말 다양한 '사랑'이 존재한다.
관대, 환영, 배려, 이해, 관용, 너그러움, 인자, 인내, 믿음 등
그러므로, 나의 '사랑한다'라는 말에는
'네가 꼭 필요해' 라는 의미가
'네가 없으면 안 돼' 라는 의미가
'너 없으면 죽을 것 같아' 라는 의미가 담겨있지 않다.
그래서 그런 의미로 나에게 사랑한다고 말한다면
나는 부담을 느끼는 걸까.
하지만...
그럼에도 나이에 맞는 사랑을 할 때가 있는 것인데.
나이에 맞는 아름다움이 분명 존재하는 것인데.
내가 너무 일찍 그 선을 넘어버린 걸까.
20대는 20대답게
눈물 콧물 다 빼는 사랑을 해봐도 될텐데 말이다.
열정적인, 애타는, 조바심나는 그런 사랑을.
#친구 같은 사랑
혼자서도 잘 지내는,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관용과 베풂으로 이루어진 그 마음을 나는 '연인 혹은 부부간의 사랑'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인생의 동반자(남편 혹은 아내)는 가장 친한 친구여야 한다는 말이 있다.
우리는 친구가 생일을 챙겨주지 않아도 상처받지 않고
누군가 내게 생일선물을 주었고, 내가 실수로 그이의 생일을 잊었다고 해서
'친구'라는 관계, '우정'이라는 약속이 깨지지 않는다.
그걸로 깨져버릴 관계였다면, 애초에 건강하지 않았다는 것일 테니까.
애초에 '친구'가 아니었던 거니까.
'주는 만큼 받고 싶은 마음' 이 가득했다는 뜻이니까.
상대방에게 무언가를 바라는 것이 아닌
상대의 존재 자체로 만족하고 것.
서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걸어가는 것.
때로 지치고 힘들 때 서로 기대면 도움이 될 수 있는 것.
내가 생각하는 건강한 연인이나 부부관계는
그런 게 아닐까 싶다.
#남의 편
인간관계에 대한 영상, 글, 기사들을 많이 보았다.
기대하지를 말아라.
연인도 남편도 결국은 남이다.
남인데도 그 정도로 잘해주는 것이 '사랑의 힘'이라고 생각을 해야 한다.
누구를 만나도 똑같다.
영화나 드라마 등 너무 보지 말아라.
만들어낸 이야기와 현실은 너무 다르다고.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이 먼저이고
나를 먼저 생각해주지 않으니 서운함이 생기는 거다.
그러니깐 그냥 남.
남이라고 생각을 하라고.
이 댓글에 천 개 가까운 공감이 쌓여 있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 이 글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은 남.
내가 아닌 것들은 결국은 다 남이다.
그것을 이해하면 참 좋을 텐데.
공수래공수거
빈손으로 태어나 빈손으로 가는 삶.
삶이란 덧없는 것.
많은 사람들이, 애써 만들어낸 깊은 의미를 끊임없이 넣어버리는
그 '연인'과 '부부'와 '남편'과 '아내', '여자친구', '남자친구'라는 단어.
사실은 그런 것들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인데.
인간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허상이라는 것을
그렇게 만들어진 우리들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기 좋은 허울뿐인 단어라는 것을
알아차리면 참 좋을 텐데.
아니, 그것조차도
경험으로만, 경험을 통해서만 배울 수 있는 것이겠지.
눈물과 서러움과 상처로밖에 배울 수 없는 것이겠지.
...아니다. 됐다.
사람마다 전부 살아가는 방식이 다른데.
알고 모르고를 논할 거리가 되지 않는다.
그냥 다른 것이겠지.
수 년 전 봤던 이 영상을 다시 보게 되었다.
두 번 세 번 다시 곱씹는다.
https://youtu.be/bStVQ898PsU?si=NE_SVj9qjD3BY_pC
P.S.
- 그럼에도 저는 돌연변이가 맞습니다.
- 지금도 수없이 쏟아지는 Eros적인 사랑노래를
- 저는 여전히 좋아하지 않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