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
이 모든 행동의 목적을 모르겠습니다.
왜 자연에서 당연히 주어지는 자유를 위해, 인간들은 피 흘리며 싸우는 것인지
왜 회사를 다니고 왜 아이를 낳아야 하고 왜 밥을 먹어야 하고 왜 도덕을 지켜야 하는지
아주 기본적인 본능과 욕구와 상식을 이해하고 있음에도 도저히 의문이 사라지질 않습니다.
저기 창공을 가르는 새들은 자신들의 날갯짓에 의미를 담고 있을까요.
겨울이 오면 나무는 그 때를 이해하고 노랗게 익어버린 이파리들을 떨구는 걸까요.
저 앞에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여인은 자신이 왜 우산을 쓰는지 알고 쓰는 걸까요.
매일 교차하여 떠오르는 해와 달은 자신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알고 존재하는 걸까요.
우리는 과연 주변의 모든 것들에게서 선동되지 않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요.
오로지 자신의 생각으로 자신만을 믿으면서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혹은, 본능이 빚어낸 선입견과 행동양식을 애써 부정하는,
선동과 회유가 기본값인 이 세상을 제가 적응하지 못하는 걸까요.
지금보다도 훨씬 이전, 아무것도 몰랐을 어린 시절.
멋모르고 어머니랑 붙어 하루하루를 보냈을 그 시절.
그때가 참 그립습니다.
그때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차라리 세상을 몰랐던 그때로
사랑을 모르고 아픔을 몰랐던 그때로
정말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행복한 사람은 글을 쓰지 않는다는 글을 생각합니다.
내 어머니도 그러셨겠지요.
아무리 글 쓰는 것이 좋다 하여도
그 옛날 어머니의 마음 또한
칼로 난도질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견뎌내고 계셨던 것이겠지요.
누군가
누군가를 계속 찾고 있습니다.
'저와 비슷한 사람'일까요.
'저를 채워줄 사람'일까요.
'저와 잘 맞는 사람'일까요.
'있는 그대로 나를 바라봐줄 수 있는 사람'일까요.
생각의 결과는 항상 같았습니다.
그런 사람은 단 한 번도 볼 수 없었습니다.
어쩌면 존재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발견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제 그런 목표는 달성될 수 없는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인지 혼자가 좋습니다.
앞으로도 혼자 살 것 같습니다.
이 짧은 영화가 끝이 날 때까지,
짧게 머무르는 봄 속에 나리꽃만 제 아름다움을 뽐내고,
동백은 피어나지 않을 꽃봉오리로만 무성할 겁니다.
차가운 공기가 잠시 폐를 거쳐 하얀 김이 되어 입 밖으로 나갑니다.
이렇게 세상을 받아들입니다.
모든 것들을 이 차가운 공기처럼 그저 받아들입니다.
내게 다가올 모든 말들과 사람들과 환경을 받아들입니다.
때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이별도
'세상 일이 다 그런 것이지' '나만 아픈 것이 아닐 테지' 하면서 조용히 받아들입니다.
그것이 저의 운명이고 돌연변이의 끝이라면, 기꺼이 운명을 받아들이겠습니다.
이 세상에서 내가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
이 한줄기 조그만 입김뿐이라는 걸 다시 한번 마음 속에 새기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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