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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생각

#29 이방인

by Yujin Choi 2024. 11. 17.

더 나은 직업을 가져야지. 너희들은 말한다.
왜 더 나은 직업을 가져야 해? 나는 묻는다.
그리고 너희들은 빙빙 도는 의미 없는 대답만 해댄다.

남들보다 잘 살아야지. 돈을 벌어서 행복하게 살아야지.
좋은 직업을 가져 남들에게 떳떳해야지.

인간들을 위해 인간들을 위한 직업을 갖는다는 게 진정으로 무엇일까.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저 자연 속에서 살아가면 안되는 걸까.
여느 동물들처럼,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고서 그저 오늘을, 이 현재를 살아가지는 못하는 것일까.

나는 그 더럽고 치열하고 전투적인 사회 속에서 나오기로 결심했다.
하루하루 내 몸의 상태를 온전히 느끼고 받아들이며 매일 달라지는 바깥공기의 온도를 허파로 느낀다.
변화하는 계절의 중심에서 계절의 마음을 느낀다. 

그 최신 걸그룹에 대해 들었어? 종종 회사에서 요즈음의 것들에 대해 질문을 받는다.
그게 뭐예요? 더 이상 묻지 말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대충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인 뒤 모니터를 바라본다.
남의 이야기는 언제나 지루하다. 

 

*

친한 누군가가 담배를 피면, 주변인들 중 한 사람은 꼭 담배를 끊으라고 말한다.
심지어는 화를 내고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마치 자신이 부모라도 된 듯이. 아니, 마치 자신의 통제를 따라야 하는 군대 부하인 것처럼.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참 힘들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참 힘든가 보다.
나도 남들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적이 있었으리라 확신한다. 하지만 더 이상 내 머릿속에 그 기억은 없다.
갈수록 나빠져가는 것 같은 뜰채 같은 기억력 탓에, 내 과거는 어른어른 윤곽만 존재할 뿐이다.

나, 누군가를 죽였어. 너는 괜찮니? 응. 난 괜찮아. 그럼 집으로 가자. 따뜻한 집으로 가서 쉬자.
비윤리적인 행위를 했을 때 사람들은 단체로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그 자를 비난하고 깎아내린다.
자신이 사건의 모든 내면을 알고 있다는 듯이.
실제로는 빈 깡통처럼 텅 비어있는 머리가, 윤리 혹은 그 비슷한 무언가로 가득 채워져 있다는 듯이.
손가락으로 쉽게 조종당하는 호두까기 인형처럼, 결국 내면엔 아무것도 없는 빈 껍데기인 인형처럼.
대단한 상식과 지혜를 터득한 현인처럼 보이지만, 자신이 무엇을 말하는지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정신이상자처럼.
죽은 그 사람이, 그 살인자의 삶을 송두리째 뽑아버렸다는 사실은 알지도 못한 채 말이다.

그런 이들을 보고 있자면 구역질이 난다.
쓰레기들이 만든 쓰레기같은 사회에 찌들어 자신이 정답인 양 쓰레기들을 뿌리고 다니는 쓰레기 조각들.
불에 활활 타 잿더미조차 바람에 날려 사라져 버려야 할 암세포 같은 종자들.

아니, 어쩌면 내가 암세포일지도 모른다.
어찌됐든, 우리는 어울릴 수 없다. 누가 암세포든, 만나지 않는 것이 우리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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