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극에 충실했구나.
너를 돌아볼 단 하루의 시간조차 너에게는 허용되지 않았었던 걸까.
글자 몇 개로 이루어질 수 있는 너의 직업이, 그리도 너에게 소중했었나.
아무 의미 없는 그 단어를 뜨거운 태양빛처럼 빛내기 위해,
그 누구도 바라볼 수조차 없는 저 높은 무언가로 만들기 위해,
너는 그토록 헤맸던 걸까.
마침내 죽고 나면 알게 될까.
진흙같은 세상이어도 내 목숨 하나 공양할 방법은 많다는 것을,
피를 나눈 가족들이 그 직업보다 소중하다는 것을,
철조망 아래를 기어오듯 살아온 그 날들이 전혀 고통스럽지 않았음을,
[선생님]이라는 단어에 부여된 모든 의미는 나 자신이 우겨넣었음을,
그렇게 죽으면 결국 아무 의미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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