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야
나비들이 햇살이 되어 내려,나의 우주, 너의 우주, 우리의 우주가 겹치던 날, 같은 햇살이 우리에게 다른 그림자를 선물해 아직도 가을 옷을 입고 있는 너에게, 호주머니 속에서 땅콩을 꺼내, 너에게 줄게 나의 손, 너의 손, 우리의 손이 맞닿던 날, 바람이 우리를 감싸, 구름이 손짓해, 노란 꽃잎이 내려, 봄이야 ♣ 2024, Southover Grange Gardens, The UK
2025. 4. 28.
[#7] 다행한 일들 - 김소연 (2020.08.08. 적음)
다행한 일들 비가 내려, 비가 내리면 장록 속에 카디건을 꺼내 입어, 카디건을 꺼내 입으면 호주머니에 손을 넣어, 호주머니에 손을 넣으면 조개껍데기가 만져져, 아침이야 비가 내려, 출처를 알 수 없는 조개껍데기 하나는 지난 계절의 모든 바다들을 불러들이고, 모두가 다른 파도, 모두가 다른 포말, 모두가 다른 햇살이 모두에게 똑같은 그림자를 선물해, 지난 계절의 기억나지 않는 바다야 지금은 조금 더 먼 곳을 생각하자 런던의 우산 퀘벡의 눈사람 아이슬란드의 털모자 너무 쓸쓸하다면, 봄베이의 담요 몬테비데오 어부의 가슴장화 비가 내려, 개구리들이 비가 되어 쏟아져 내려, 언젠가 진짜 비가 내리는 날은 진짜가 되는 날, 진짜 비와 진짜 우산이 만나는 날, 하늘의 위독함이 우리의 위독함으로 바통을 넘기..
2025. 4.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