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겨난 것들
수많은 철학 책들은 어쩌다가 쓰여지게 됐을까.
일반 사람들이랑은 비교도 안될 정도로 똑똑한 철학자들이
누구를 위해서 책을 쓰게 된 걸까.
누구를 위한 게 아닌 걸까.
단순히 인정욕을 채우기 위해서 책을 쓴 걸까.
아니면 대화를 하고 싶었던 걸까.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책을 읽고 철학적인 사유가 가능해지면
남은 여생 동안 그들과 즐거운 대화를 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럼 멍청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을까?
아니, 그것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면 지능이 높은 사람이었던 걸까?
똑똑한 몇몇을 위해서?
이미 세상을 떠난 수많은 철학자들을 만나 질문을 던지고 싶다.
지식이 아닌 지혜로 말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신
죽음을 느껴보자.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숨을 크게 들이쉰다
그리고는 숨을 잠깐 참는다.
참수.
목이 잘리는 순간 머리는 몸통에서 떨어진다.
숨을 쉬고 싶지만 횡격막과 폐가 몸에서 사라졌다.
고개를 돌려 피가 뿜어져 나오는 몸을 보고 싶지만
목의 근육이 끊어졌다.
목이 잘리는 순간 '나'는 어느 쪽이 될까?
머리 쪽이 '나'가 될까, 몸 쪽이 '나'가 될까?
손가락이 잘려도, 팔이 잘려도, 다리가 잘려도
사람의 의식은 몸통에 남는다.
그럼 팔과 다리는 '나'가 아닌 것이다.
좀 더 깊어져야 할까?
어깨, 골반, 가슴, 배는 '나'일까?
이따금씩 사람들이 사고로 죽는 고어 영상을 본다.
그럼 골반이 분질러지고 어깨가 잘려도
여전히 사람의 의식은 '목' 쪽에 매달려 있다.
역시 사람의 의식은 머릿속 뇌에 있는 걸까?
거의 모든 정보를 받아들이는 기관.
내가 보고 듣는 것이 나의 세상.
나의 세상, 나의 의식은 내 뇌인 걸까?
문득 궁금해진다.
뇌가 없는 식물들은, 세상을 어떻게 느낄까.
'느낀다'라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나무들의, 꽃들의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구름의, 별의, 달의, 태양의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지구는 지금 아픈 걸까, 괜찮은 걸까.
어쩌면, 이 모든 것들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내가 '식물을 보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들은 존재하지 않지만, 내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걸까.
그래, 나는 사실 정신병자였던 거지.
무의 세계에서 너무나도 따분했던 나는, 이것저것 '상상'을 하기 시작한 거지.
'무언가를 느낄 수 있다면 어떨까'
'다른 생명체가 있다면 어떨까'
내가 내 세상을 만든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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