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760 풀꽃 길가에 핀 꽃처럼언제 쓰러질 지도 모르는 채 아름다운 중이다 2025. 4. 11. 퇴근길 오늘 예비군 훈련이 있었는지 퇴근길에 머리 긴 군인들이 보였어.횡단보도 앞에 잠깐 멈춰 섰을 때 어떤 어르신이 자전거 끌고 오더니 군인들 보고 향해 말했어."나라를 지켜줘서 고마워요. 고생이 많네""네, 오늘 오랜만에 훈련이 있었어요"군인은 답했어. 횡단보도가 초록불로 바뀌고 군인은 앞으로 걸어갔어. 어르신은 자전거 안장 위에 몸을 올리고 페달을 힘껏 밟았어.노랗게 탄 석양이 어스름에 떠밀려 고개 너머로 넘어가고 있었어.길게 누운 채로 횡단보도 위의 사람들을 비추는 그 석양빛이, 오늘따라 더 따뜻했어.바람결에 머리칼은 흩날리고 나는 쌀쌀한 봄바람을 가슴으로 안았어.나는 한없이 부끄러웠어. 한 번이라도 더, 한 번이라도 더 집회에 나갔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었을까.두 손에 꼭 쥔 것이 책이 아닌 태극기.. 2025. 4. 11. 벚꽃 사람들은 찰나의 벚꽃만 찾아가네 아, 벚꽃은 피고 내림이 짧던가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찾던가 길가에 핀 후리지아 제비꽃 쑥부쟁이늘 곁에 있어 무심코 지나가버린 아름다움내려다보아야 보이는 소박한 아름다움주어진 것들을 사랑할 자신이 없다면놓아진 그대로, 남겨진 그대로잃고서도 후회하지 않으면 되거늘집착마저 깊어져 삶은 고통으로 가득하네 사람들은 곁에 주어진 것들을 사랑하지 못하네 따뜻함을 생색내지 않는 태양빛을밤길 은은하게 밝혀주는 달빛을사람들은 사랑하지 못하네 2025. 4. 11. 사진 콘테스트 입선 #콘테스트두 개의 사진 콘테스트에 사진을 출품했었다.그리고 한 곳에서 문자를 받았다.결과는 입선.입상은 아니다.금상, 은상, 동상, 가작, 장려상은 '입상'이고출품작의 20% 안에 드는 작품들은 '입선'이 된다.아쉬웠지만, 첫 콘테스트인 것 치고는 좋은 결과라고 생각이 든다.입선이기에 한국사진작가협회 입회점수 2점을 받을 수 있고 상장도 받는다.꾸준히 한 번 해봐야겠다.아래는 내가 입선한 작품이다.그리고 아래는 같이 출품했던 또 하나의 사진이다.개인적으로 이 나무 사진이 제일 마음에 들었는데사진작가들의 시선은 일반인들과 많이 다른가 보다. 사진 콘테스트 관련해서 여러 사람들의 글을 읽어보았는데'수상작'이 '입선작'보다 못하다는 글도 종종 볼 수 있었다.뭐. 사람마다 보는 시선이 다르니깐. 그럴 수 있다고.. 2025. 4. 6. 수영일지 2025-04-06 (+169) 수영 실력이 갈수록 늘고 있다.#자유형다리 사이에 풀부이를 끼고 다리는 가만히 둔 채 스트로크만 하는 연습을 했다.저번 달인가, 처음 연습했을 때는 몸의 균형도 잘 맞지 않고 엉성했지만계속 연습하다 보니 어느새 자연스러워졌다.스트로크의 속도도 빨라져서 대쉬도 할 수 있다.스트로크를 하면서도 어깨를 앞으로 쭉 밀어 글라이딩을 하고스트림라인을 유지해주는 것을 연습했다.강사께서 팔꺾기를 알려준다고 했는데 오늘은 그 진도를 나가지 않았다.이번 주의 자유형 연습은 킥 없이 해야겠다.킥은 수영장에 가자마자 따로 킥판을 들고 150m 정도만 하는 걸로. #배영이젠 배영이 제일 어려운 것 같다.물론 배영을 하라고 하면 할 수 있다.하지만 하체가 가라앉은 채로 킥을 하는 중이다.이 하체를 띄워서 킥을 하는 것이 아직은 .. 2025. 4. 6. 부정부패 부정부패가 들끓는다.이 나라는 어디서부터 썩어있었던 걸까.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되었다.회사에서 일을 하던 와중이라 음소거를 하고 판결을 지켜보았었다.그리고 뒤늦게 일을 끝내고 휴대폰으로 판결문을 천천히 읽어보았다.정치적인 판결이었다.나는 결과를 조금도 예상할 수 없었다.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대통령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고 인정됩니다. 그래. 이것 때문이었다.사람들이 극렬하게 둘로 분열되고 싸우고계엄이라는 단어에 발작을 일으키는 국내외 모든 언론매체들과 사람들로 인해이것 "국가적 손실"만을 줄곧 생각해 왔었다.어쩔 수 없는 결과였을까.누군가 나를 위협했고, 그것을 저지하려고 사용한 물리력이 인정되는 '정당방위' 원칙처럼계엄의 정당성을 생각하고 '기각'을 생각했던 헌.. 2025. 4. 4. 空 오늘도 어머니 글을 되뇌었다.내 아들 셋. 엄마가 지금 무척 보고 싶거든그리고 엄마가 지금 무척 아프거든어디가 아프냐고?마음이아들 셋? 지금 무슨 생각?엄마는 아들 셋 생각 중오늘 입춘이거든내 고운 님들. 예쁜 님들 너무도 그리운 나의 님들어디서 찾아볼거나내 고운 님들의 향기 어디서 맡아 볼거나...내 님들 찾아 하루 종일 눈 속을 헤매여도 보이지 않아...저 까치들은 님들 노는 곳으로 날아 가는데...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고통 원수와 만나는 고통 보살의 행할 바는 번뇌로움에 처했으되 그 번뇌에 머물지 않느니라 마음이 空(공)하면 죄도 복도 주인이 없거니... 내가 어머니가 바라던 바를 이루기라도 한 걸까.빈 마음.텅 빈 마음.무엇으로도 채워지지도 채워질 수도 없는망망대해 바다, 공허한 우주 같은 마.. 2025. 4. 3. 수영일지 2025-03-30 (+162) 강사님한테 많이 늘었다는 말을 들었다.일주일에 4~5회씩, 하루에 2시간씩 수영을 하니 늘 수밖에.모든 영법은 다 배웠다.다음 주부터 자유형 팔꺾기 진도를 나간다고 강사님은 말했다.초보 시절부터 수영을 같이 배우던 한 젊은 여성분은어느 순간부터 수영장에 나타나지 않았다.내 뒷시간대에 배우던, 오고가며 몇 번 마주친 또다른 여성은나와 같은 5개월의 시간을 보냈는데도 여전히 평영을 연습 중이다.또 다른 한 아주머니는 2개월 전에도 플립턴을 연습하고 있었는데지금도 여전히 플립턴을 연습중이다.내가 그들을 보고, 그들이 내 시야에서 사라지는 순간그들의 시간은 멈추기라도 하는 걸까.이제 내 옆 라인에는 얼굴이 익숙한 중년 아저씨가 있다.어림잡아 1년 정도 수영을 했다고 들은 적이 있다.한 달 전에는 나보다 수영 진.. 2025. 3. 30. 옛집 길모퉁이를 지나 외딴 산동네를 홀로 찾아가선 천천히 거닐어 봅니다 걷고 걷고 또 걸어 어느새 향기가 익숙한 절집에 멈춰 섰습니다 이곳에는 여전히 나리꽃이 붉고, 아카시아 향이 짙고, 귀뚜리가 짝을 찾고, 소쩍새가 울고, 흩어지는 향연기가 있고 당신의 목소리가 있고 차가운 겨울이 있습니다 나는 법당 앞에 서서어머니, 어머니당신의 이름을 불러봅니다어머니,나는 당신이 한때 앉아있던 터에 서서바람이 지워낼 발자국만 남겨봅니다눈 감으면 들리는 당신 목소리에살며시 내 목소리 포개어 봅니다이곳에는 더이상 나리꽃은 없습니다 벗 없는 아카시아 가지에는 바람조차 없습니다 짝을 찾는 귀뚜리도, 밤을 우는 소쩍새도,하늘 어딘가로 향하는 향연기도,포근한 당신의 목소리도 없습니다 외로운 산동네 집집마다 짧은 겨울해가 남기고 간 .. 2025. 3. 29. 이전 1 2 3 4 ··· 8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