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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2025년

by EugeneChoi 2025. 4. 3.

오늘도 어머니 글을 되뇌었다.

내 아들 셋. 엄마가 지금 무척 보고 싶거든
그리고 엄마가 지금 무척 아프거든
어디가 아프냐고?
마음이

아들 셋? 지금 무슨 생각?
엄마는 아들 셋 생각 중
오늘 입춘이거든
내 고운 님들. 예쁜 님들 너무도 그리운 나의 님들
어디서 찾아볼거나
내 고운 님들의 향기 어디서 맡아 볼거나...
내 님들 찾아 하루 종일 눈 속을 헤매여도 보이지 않아...
저 까치들은 님들 노는 곳으로 날아 가는데...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고통
원수와 만나는 고통
보살의 행할 바는 번뇌로움에 처했으되 그 번뇌에 머물지 않느니라
마음이 空(공)하면 죄도 복도 주인이 없거니...

 

내가 어머니가 바라던 바를 이루기라도 한 걸까.
빈 마음.
텅 빈 마음.
무엇으로도 채워지지도 채워질 수도 없는
망망대해 바다, 공허한 우주 같은 마음.

사랑하지 않는 마음. 사랑할 수 없는 마음.
원수가 없는 마음. 원수를 놓아주는 마음.
번뇌가 없는 마음. 번뇌일 수 없는 마음.
채워지지 않는 마음. 채워질 수 없는 마음.

그런데도 마음이 아픈 것은 왜일까.
이 텅 빈 마음에 어째서
홀로 채워지는 슬픔으로만 가득한 것일까.

머릿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상념들이
그것들이 내 마음을 할퀴어놓는 것일까.

오늘도 아무 이유 없이 눈물이 난다.
엄마 목소리가 듣고 싶다.
따뜻한 엄마품에 꼭 안기고 싶다.
투정부리는 아이처럼 엄마- 엄마-
그렇게 엄마를 불러보고 싶다.

그러고는
엄마. 나 엄마 말 잘 듣지 못해.
번뇌로움에 처했으되 그곳에 머물지 말라는데
그게 좀 어렵네.
봄으로 가득찬 하늘 아래
꽃나무 가득한 길을 걸을때
별들이 수놓은 하늘을 바라볼 때
수북이 쌓인 노란 은행잎들 밟을 때
가득 채워진 찻잔을 바라볼 때
그때마다 엄마 생각이 나.

엄마 미안해.
엄마 너무 보고 싶어.
엄마랑 꽃구경 가야 하는데.
겨울 속에서 멈춰버린 엄마의 시간
봄 찾아와 다시 흐르기 시작할 때
빛나는 꽃들도 활짝 피어날 텐데
여름 지나 가을이 찾아오면
같이 홍시 시주하러 스님 찾아갈 텐데.

어째서인지 나는
멈춰버린 엄마의 시간, 겨울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삶은 저만치 강물 같은 것이라고
강물 위에 바스라지는 햇살 같은 것이라고
그래서 흘러 흘러 지나가야 하는 것인데...
겨울이 너무 오래 머무는 탓일까
봄이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탓일까
그래서 강물이 모두 얼어버린 것일까
모든 것들이 얼어붙은 강물처럼
제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네.
이는 바람에도 흩어지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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