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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2025년

생명의 끝

by EugeneChoi 2025. 3. 28.

글을 쓰는 노트북 키보드 위로 나방파리 한 마리가 툭 떨어졌다.
몸이 뒤집어져 일으키지도 못한 채 다리만 파닥거렸다.

"도와줘"

외치는 듯한 울부짖음에 나도 모르게 손가락을 갖다 대었다. 
작은 나방파리는 갈고리같은 다리로 내 손가락을 붙들고 한동안 매달려 있었다.
이 아이를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그냥 책상 위에 두기로 한다.

나방파리의 수명은 보름을 넘기지 못한다.
날지도 못하고 자꾸 걷다가 뒤집어지는 이 아이는
아마 자고 내일 일어나면 호흡이 남아있지 않겠지.

"죽지 마"

나는 짧게 말했다.

스스로 나를 찾아온 너를
내가 어떻게 모른척할 수 있겠는가.
짧게 닿은 인연이라지만

깊은 영겁의 세월 속 만들어진
그 인연을 어떻게 모른척 하겠는가.


날아들어오는 곤충들을 창밖으로 놓아주는 나는
이번에는 그냥 집 안에 두기로 한다.
자꾸 넘어져 뒤집어지는 이 조그만 아이를
잠시 동안 휴지 위에 올려두기로 한다.




#아이야

아이야
짧은 생 잘 살았는가
알에서 깨어나
효도할 수 있는 부모 없이
오로지 자신만의 삶
자유롭게 잘 살았는가


부모 잃는 슬픔
형제 잃는 고통
너는 느끼지 못하겠지만
나 또한
짧은 살다 가는
보름 동안의 삶

헤아릴 수가 없구나

울퉁불퉁 굴곡진 휴지 위에서라면
넘어지더라도 일어날 수 있겠지
다른 너의 형제들처럼
누워서 떠나지 말고
태어나 처음 날개를 펼쳤던
그 자세 그대로
그렇게 눈 감으렴
아직은 차가운
이 창밖 세상 말고

따뜻한 방 안에서
편안히 눈 감으렴

좋은 곳으로 가기를
네가 더 이상 춥지 않기를



#매화

춘분을 훌쩍 지난 날.

봄의 소식을 알리는 매화꽃이

꽃봉오리를 드러냈다.
듬성듬성 활짝 피어
노란 꽃술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뽐내는 아이들도 보인다.


분홍 자목련도 어둠 속에서 활짝 피었다.




이제 봄이구나.
겨울이 지났구나.

내 마음에도 봄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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