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중에 단체메신저방에 한 명이 말했다.
"다시 퍼지 눌렀는데 (어쩌고 저쩌고...)"
나는 생각했다. 퍼지? 퍼지를 왜 눌렀지?
5초 정도 뇌정지가 왔다가, 문맥상 "Pause"(퍼즈 혹은 포즈)라는 단어를 말했다는 것을 인지했다.
하지만 엔지니어(내 업무)들끼리 쓰는 단어 중에는 "Purge (퍼지)"라는 단어가 따로 있다.
N2퍼지 등, 공기를 배출하는 작업을 퍼지라고 한다.
그래서 내가 잠시 헷갈렸던 것이다.
실제로 발음기호를 찾아봐도 Pause는 '퍼-즈', 혹은 '포-즈'로 발음하고
Purge는 '퍼-지'라고 발음한다고 나와 있었다.
사소한 헷갈림이라도 방지하고 싶어서, 이걸 알려주기 위해 그 친구에게 메신저를 했다.
"...(생략)네가 잘못 말한 게 있는데 말해줘도 되나?"
그리고 그 친구가 대답했다.
"그 말 들은 것부터 이미 기분이 나빠. 다음부터 그 생각이 들면 그냥 말해."
나는 잠시 생각을 했다. 그 친구는 내가 기분 나쁜 지적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평소에 지적을 잘 하지 않는다.
[남들이 보거나 들었을 때 똑같이 지적당할만한 것들]에 대해서만 미리 말을 해주는 편이다.
그럴 때면 기분 나쁘게 말을 하지도 않았다.
주로 "~이렇게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받아들일 수 있으니까, ~이렇게 표현해 보는 게 어떨까?" 이렇게 부드럽게 말해준다.
하지만 이렇게 말해줘도 '지적'이라고 판단하고 기분이 상하는 사람들이 왕왕 있는 것 같다.
나는 속으로 내가 꼰대인 걸까- 생각했다. 근데, 그건 아닌 것 같다. 그냥 그 사람 자존감의 문제이다.
나는 'Pause'라는 단어를 퍼지라고 부르는 것에 대하여 알려줘야 하는게 맞는지 같은 팀 동료에게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같이 일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처음 배웠을 때부터 '퍼지'라고 배웠으며 그게 굳혀졌다는 것이다.
나는 그걸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그냥 말하지 않기로 마음을 바꿨다.
친한 친구 태현선생님께도 자문을 구해봤다.
"누군가 쌤에게 부드럽게 지적을 한다면 기분이 나쁘실까요?"
선생님은 기분이 전혀 나쁘지 않다고 했다. 그리고 나에게 되물어보셨다.
"혹시 그 친구 많이 어리니?"
나는 그렇다고 했고, 선생님은 요새 젊은 친구들은 지적질을 그렇게 싫어한다고 했다.
그래서 선생님도 알려주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누군가 나에게 잘못된 점을 이야기해 주는 것에 대하여 거부감이 없다.
'아 그렇구나, 한 번 생각해 봐야겠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생각하고 고칠지 말지 스스로 결정한다.
어쨌거나 그 사람이 나를 위해서 말해줬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렇구나. 세상이 바뀌어가는구나.
나도 지적하지 말아야겠다 싶었다.
근데 그렇게 지적해서 기분 나빴다고 말한 사람들은 90% 이상이 어린 여자였다. 뭐, 결국 사바사겠지만.
여자를 혐오하는 건 아니고, 그냥 데이터가 그렇다는 거다.
법정스님의 말씀이 담긴 책 한 권을 샀다.
세상이 바뀌면 거기에 순응하면서 살아가는 게 맞는 것 같다.
개인주의 시대인 만큼, 나도 주변에 신경을 덜 쓰면서 살아가야겠다.
더 건조해지는 각박해지는 사회라고 생각이 든다.
Diary/202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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