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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창작/어머니의 묘한 삶, 묘연사

우리 강아지들 단체 목욕 하던 날 (2020.07.29.)

by EugeneChoi 2024. 12. 29.


20년 7월 26일 마지막주 일요일이다.
자원봉사자 오는 차 소리가 들리고 우리 강아지들이 왈왈거리며 짖기 시작한다.
지난 달에는 20 마리였는데 지금은 19 마리다.
우리 막내강아지 한덕이 아빠 흰둥이가 사라지고 오지를 않는다.
지난 복날에 어떤 사람에게 붙잡혀 영원히 못오게 되었나 보다.

불쌍한 우리 한덕이. 
한덕이 에미 정실이가 아직도 흰둥이가 오겠거니 하고 기다린다.
울타리 너머에서 우렁차게 짖어 대는 흰둥이 소리가 들리면 
정실이는 어떻게든 울타리를 뚫고 나가 왼 종일 흰둥이랑 둘이서 
온 동네를 뛰어 다니며 맘껏 놀다가 집으로 들어 온다. 

지난 달 봉사자들에게 흰둥이를 붙잡아 달라고 부탁했었는데 붙잡지 못하고 그냥 돌아갔다.
그 때 흰둥이를 붙잡아서 집 안으로 데리고 와서 
흰둥이 아빠랑 예쁜 엄마 정실이랑 아들 한덕이랑 맘껏 행복하게 살도록 도와 주었어야 했는데 그러지를 못했다.

흰둥아 미안하다. 너를 지켜주지 못해서. 네가 와서 먹던 밥 그릇도 물 그릇도 쓸쓸하기만 하구나. 
그래도 행여나 언제라도 네가 컹 컹 짖으며 나타 날 것만 같아서 
그 때 와서 배 고프고 목 마르면 어서 먹으라고 챙겨두곤 했었는데 
물 그릇엔 이끼만 파랗게 끼고 사료는 여러 새들이 와서 다 먹고 간다.

정실아 너에게도 한없이 미안해서 너를 볼 낯이 없구나. 
너의 행복한 가족 그렇게 좋아하며 뛰어 놀던 네 사랑 흰둥이와 오래 살도록 지켜 주지를 못했어. 

우리 가엾은 한덕이. 
엄마랑 아빠랑 한 집에서 같이 먹고 같이 자고 장난치면서 예쁘게 잘 살기를 바랬는데...
한덕아 우리 한덕아 정말 미안해. 
네 아빠를 지킬 수가 없었단다.

지금도 비가 오고 있다. 
불암산 아랫 동네 저 멀리서 다른 집 개들이 컹 컹 거리며 짖어 댄다. 
정실이 두 귀가 더 열심히 쫑긋거린다. 

*
한번은 대문이 열렸을 때 흰둥이가 왔다. 
정실이가 얼른 밖으로 나가자 한덕이도 엄마 따라서 뛰어 나갔다. 
태어난지 5개월 된 한덕이가 처음 울타리 밖으로 나온 걸 보고 
한덕이 에미 정실이가 들어 가라며 야단을 쳐도 말을 듣지 않자 
한덕이 애비 흰둥이가 그만 두툼한 앞발을 들더니 한덕이 얼굴을 냅다 한 번 때리더니 
너 이놈 그 좋은 곳에서 왜 나왔냐고
빨리 돌아 가서 가만히 들어 앉아 잘 살고 있으라고 
하면서 땅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뒹굴리고 짖이기며 야단을 치니까 
그만 한덕이가 아빠한테 한대 맞고 큰 소리로 깨갱 깽 하더니 
정신없이 쏜살같이 뛰어 들어와 납작 엎드려 숨을 할딱거리는 것이다. 
흰둥이와 정실이는 한덕이를 집 안으로 들여 보내 놓고 안심한듯 맘껏뛰어 다니며 둘이서 노는 것이다. 
그 뒤로는 아빠가 와도 따라 가려고 하지를 않았다. 

정실이는 한덕이를 무섭게 교육시킨다. 
말을 듣지 않으면 추운 겨울에도 어린것을 마당 구석으로 데리고 나가 
똥밭 위에다가 엎어 놓고 막 짓이기며 이리 저리 뒹굴리는 것이다. 
한덕이가 죽는 소리를 하며 울어 대면 놀라 얼른 쫓아가 보면
애를 똥덩어리로 만들어 놓아서 얼른 끌어내 안고 와서 목욕을 시켜야 했다. 

밀요일은 강아지들 대중 목욕 날이었다. 
털도 깍고 모두가 훤해졌다.
아지 이월이 곰돌이 칠칠이 짱아 아롱이 다롱이 
햇님이 달님이 별님이 방통이 대통이 윤달이 로또 
몽실이 덕실이 복실이 정실이 한덕이 
모두 열 아홉 마리다.

인연따라 모여 와서 잠시 머물다가 정만 남겨 놓은 채 모두가 흩어져 가버리고 
아련한 추억만 빗 속을 헤메게 한다. 
지금 새벽 2시가 다 되어 간다. 
굵은 빗줄기는 계속 쏟아지고 있다.
대사님은 아직도 이 빗속을 박스 시주하시며 걸어 다니고 계신다.


나무 묘법연화경 
2020 7 29 비가 억수로 오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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