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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창작/어머니의 묘한 삶, 묘연사

참으로 오랜만에 왔습니다. (2020.07. 20.)

by EugeneChoi 2024. 12. 29.

 참으로 오랜만에 왔습니다
 참 오고 싶었습니다
 이 곳 행복샘
 금빛광명 풍경소리.
 지금 창 밖 불암산에 
 물안개가 모여 올라갑니다.
 
 대문 옆에는 키 큰 나리꽃이 피기 시작합니다.
 참새 한 마리가 
 꽃머리 위에 앉았다가 날아갑니다.
 푸르른 녹음은 또 한 해를 화폭으로 옮기고
 까치도 까마귀도 참새들도 
 그림속에서 날아 다닙니다.

 늦은 오후
 낮잠 자던 강아지들이
 참새들 재잘거림 소리에 
 가끔씩 눈을 떴다 감곤 합니다.
 막내아들 청명이
 곤지암 기숙사로 떠나고
 휑하니 쓸쓸한 어미맘을
 구슬픈 산비둘기 울음소리로 가득 메워줍니다.

 아들 셋 위하여 
 엄마는 오늘도 부처님께 
 발원합니다 맘속 깊이 깊이
 원하는 인생 살 수 있기를.
 바람이 불고 
 아카시아 큰 나뭇가지들이 흔들립니다.
 작은 새들이 이리저리 날아 다니고
 전봇대 위에 앉아 있던 산비둘기들도 
 하루의 마지막 배를 채우기 위해
 먹이를 먹으러 내려옵니다.

 소쩍- 소쩍-솟쩍-
 소쩍- 소쩍-솟쩍-
 불암산 먼 골짜기에서 소쩍새가
 밤이 가까워져 옴을 알려줍니다.
 어두워져 가는 저녁 하늘에 시커먼 먹구름이 몰려옵니다.
 작은 부처님 한 분 앉아 계신 판넬집 지붕 위로
 아기 고양이들이 엄마따라 우르르 저녁 먹으러 오는 소리 들리고
 조용하던 강아지들 눈빛이 반짝이며 
 두 귀를 기울이며 쫑긋거립니다.

 하얀 털에 검은 무늬?
 검은 털에 하얀 무늬? 
 하여튼 두 눈이 동그란 아기 고양이가
 방문 앞 판넬처마 위에서 빤히 내려다 봅니다.
 우리가 왔으니 먹을 걸 달라는 뜻이지요.
 석천대사님 얼른 고양이 사료 퍼 담아서 
 판넬지붕 위로 올려 주십니다.

 한 사람의 수고로
 수 많은 생명들이 굶주림을 면합니다.
 불암산 중생들에게 이미 소문이 나 있어요
 새들에게 많은 새들에게...
 하늘을 나는
 까치도 까마귀도 산비둘기도 참새도 긴꼬리새들 200마리들도
 이름 모를 예쁜 많은 새들도 
 모두가 다 
 묘법연화사 강아지 많은 집에 가면
 배불리 먹을 수가 있다고
 하늘을 날면서 때론 나뭇가지 위에서
 친구새들에게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이곳은 재개발 지역입니다
 석천대사님 처소가 옮겨지기 전까지 이 곳은
 새소리 들리고
 강아지 짖어대는
 하수오꽃향 수줍은
 묘법연화사
 법화대도량입니다.
 
 2013년 11월 19일 깊은 겨울 너무도 춥던 그때 밤 1시 10분경
 정확히 2013년 11월 20일 새벽 1시쯤
 시뻘건 불길속에 모든걸 다 잃고
 오늘 지금 이곳 행복샘에 다시 오기까지
 많은 시간들과 많은 변화들이 있었습니다.
 인생은 이렇듯이 흘러 가는가 봅니다.
 행복샘에 다시 오면서
 모든 회원님들의 안녕과 번영을 축복하면서
 반가운 분들과의
 인사글 이고자 합니다. 
 

 2020. 7. 20
 금빛광명
 관음 김숙희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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