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찾아 온 서툰 길
그래도 조금은 익숙하게
자주 찾아 든 길이었는데
다시 찾아 오려니 무척 힘이 든다.
그 동안에 많은 시간이
그냥 그렇게 흘러 갔나보다.
아이디 비밀번호 찾아서
여기까지 왔는데...
차분하게 참 모처럼만에
새로 구입한 컴퓨터에
어저께 인터넷 선 새로 설치하고
조금은 설레는 맘으로
이렇게 앉았는데...
무슨 운명인지
느닷없이 또 화재가 발생했다.
밤12시 50분
견공들이 갑자기 요란스럽게 짖어대고
급히 밖으로 나가보니
이미 훨훨 타오르는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2013년 가장 추웠던 12월 19일 밤1시에
맵고 뜨겁고 쓰디 쓴
불의 무서운 맛을 혹독하게 겪은 바 있기에
타오르는 불길을 보자 온 몸이 떨려오고
말도 제대로 나오지가 않는다.
방화범은 옆집 여자이다.
자기가 불을 질러 놓았고 잘 타고 있으니 나와서 보라며
잠자는 방 창문을 두들기는 거였다.
소방서에 신고 하려는데 폰이 잘 되지가 않는다.
불이야! 급히 크게 외치고 보니 아차 싶어 다시
도둑이야! 하고 소리를 질러 주위 이웃들을 깨웠다.
왜냐하면 불이 났을때 처음 발견한 사람이 여자이고
여자가 불이야 하고 소리를 지르게 되면
그 불길은 잡히지가 않고
싹 다 타 버린다고 한다.
남자가 얼른 불이야 하고 외쳐야 불길이 쉬이 잡힌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지난 화재때도 내가 불이야 하고 소리를 질러서
하나도 없이 다 타 버렸었나 보다.
허지만 그 캄캄한 겨울 길고 긴 추운 한 밤중에
나 말고 누가 있었냐고...
더듬거리며 소방서119 112 신고 해 놓고 기다리는 그 시간이
왜 이렇게도 길고 길은지...
마당에 수도 호수는 왜 이렇게도 짧은지...
물을 뿌리면서도 마음은 당황스럽다.
혹시 전기선에 잘못 합선되거나 불똥이 튀면 어떡허나 싶어서...
대사님은 주위 이웃분들과 가까운 여러 집에서 물을 퍼 나르며
그저 묵묵히 불을 끄고 계신다.
이 무슨 불 난리인지...
소방차가 여러대 도착하고 확실하게 불은 다 꺼졌다.
동네분들은 일부러 불을 지른 방화범을
강력히 처벌해야 된다고 말들을 한다.
밤에 맘 놓고 잠을 잘 수 있겠냐며...
대사님은 뭘 그러냐고..그냥 놔 두라고 하신다.
내 생각도 그렇다.
인생 살면서
너그럽게 봐 줄 수 있는 건
봐 주는게 좋은것 같다.
방화범은 112타고 가더니
아침에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2015.6.22
오늘이 벌써 하지인가 보다.
묘법연화사
관음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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