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다이어리 (2/7)
1. 개고생
아침에 개고생을 했다.
일본의 맥주가 좋은 이유를 찾아보자면
한국에서는 찾기 힘든 '중간 도수'의 맥주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8~10도짜리 맥주들 말이다.
게다가 가격도 착하다.
큰 캔으로 비교하자면, 한국에서는 한 캔에 4,000원 4캔에 만 원이지만
일본에서는 250엔을 웃돈다.(약 2,500엔)
그래서 어제 한국인 친구들과 너무 많이 마셔버려서인지... 아침에 너무 힘들었다.
숙취에 피곤에.. 몇 달 만의 음주라 기분이 좋았나 보다.
숙취 해소제를 마시고 물도 마셨지만 그마저도 다시 세상의 빛을 보게 해줬다.
힘들어서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ㅇ
2. 강아지 산책길
그리고 나름 오늘의 일정인 모모치해변으로 갔다.
(숙취 때문에 버스 타면서 멀미한 건 안 비밀이다. 죽을 뻔했다.)
음주는 절제해야 합니다. 암요.
여행을 즐겨야죠.
일본 〒814-0001 후쿠오카현 후쿠오카시 사와라구 모모치하마
모모치해변에서 반쯤 죽은 상태로 돌의자에 앉아 있었다.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사람들과
간단하게 아점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았다.
웃옷을 벗고 원반던지기를 즐기는 고등학생들과
해변에 누워 일광욕을 즐기는 서양인들의 모습도 보인다.
그렇다 11월 말이지만 후쿠오카는 늦여름과 초가을 그 사이의 날씨였다.
앉아서 멍때리고 있는데 왼쪽에서 갈색 푸들 한 마리가 꼬리를 흔들며 내게 다가왔다.
나는 그 강아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이내 곧 강아지 주인으로 보이는 한 젊은 여자가 나타났다.
(나)
- こんにちは、(犬が)可愛いですね。
- 안녕하세요. (강아지가)귀엽네요
(그녀)
- あ、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
- 아, 감사합니다.
(나)
- 散歩ですか?
- 산책인가요?
(그녀)
- はい、韓国人ですか?
- 네, 한국인이세요?
(나)
- はい、昼ご飯は食べましたか?
- 네. 점심은 드셨어요?
(그녀)
- はい、さっき食べました。
- 네. 아까 먹었어요
(나)
- そうですね。
- 그렇군요
그리고 곧 그녀의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이 나타났고
나는 강아지를 쓰다듬는 손을 그만뒀다.
곧이어 그녀는 짧은 목 인사를 한 뒤 자리를 떴고
나는 짧은 만남을 뒤로한 채 다시 해변을 바라보았다.
근데.. 보기만 해도 한국인인 줄 아나 보다.
하긴, 우리 한국인들도 중국인, 일본인 전부 구분이 가능하니깐.
3. 폴란드 친구
시간은 어느덧 오후 한 시, 나는 아직 모모치해변이다.
그렇다. 아직 숙취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그래서(?) 가까이 가서 파도 소리도 듣고 따뜻한 햇살을 온몸으로 느껴보기도 했다.
원반던지기를 했던 고등학생들은 어느새 자전거를 타고 해변 모래사장을 달리고 있었다.
한 대의 자전거로 누가 가장 멀리까지 갈 수 있는지..를 하는 것 같다.
자전거 다 망가질 텐데... 라고 생각하다가도, 역시 그래도 재밌으면 그만이다.
보면서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얼마 후, 비치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한 서양인이 눈에 들어왔다.
나이는 가늠할 수 없었다.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기에 20대인지 40대인지 알 수 없었다.
말을 걸어볼까 했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렇게 고민만 하던 때, 어느새 그녀는 짐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나는 내 의지력을 높이는 한 방법을 이용했다.
그건 바로 아래처럼 생각하는 것.
'이렇게 지나가버리면 먼 훗날 오늘의 일을 후회하겠지'
용기를 내기로 한다. 빠르게 걸어가는 그녀의 뒤를 쫓았다.
1분쯤 지났을까, 나와 그녀와의 거리는 가까워졌고
나는 그녀를 불러 세웠다.
참고로, 내 영어는 문법이 좋지 못하다. 아주 많이. 공부한 지 한 달이거든.
(나)
- Sorry, you have a minute?
- 저기요, 시간 있으세요?
(그녀)
- Yes.
- 네
(나)
- I saw you at the beach. um, I just want to make a friend so I came here.
- 아까 해변에서 당신을 봤어요. 음, 전 단지 친구를 만들고 싶고, 그래서 여기로 왔어요
(그녀)
- Oh. Okay.
- 그래 좋아요
(나)
- So, you okay?
- 괜찮아요?
(그녀)
- Yes, sure. Where will you go now?
- 그럼요. 이제 어디 갈 거예요?
이것이 우리의 첫 만남이다.
나는 영어를 본격적으로 공부한 지 1달이 조금 넘었다.
어설픈 내 영어실력으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Where are you from?
그녀는 폴란드 국적이고 나이는 23살이다.
일본 대학교의 교환학생이며, 여기 온 지 3개월이라고 한다.
I'm taking 7weeks off from my work.
나는 잠깐 휴직 중이라고 이야기를 하고 그래서 여행을 오게 되었다고 말했다.
(나)
- My treat.
- 내가 살게.
내가 커피를 사주었다. 우리는 후쿠오카 타워 옆 빨간 벽돌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녀)
- So, where do you want to go?
- 어딜 가고 싶어?
(나)
- I want to go there(후쿠오카 타워를 가리키며).
- 나 저기 가고 싶어.
(그녀)
- Oh good, I've never been there.
- 좋아, 나 저기 가본 적 없어.
(나)
- Really? so, I want to go there with you.
- 정말? 그럼 나 저기 너랑 같이 가고 싶어.
그녀의 이름은 케이트.
폴란드 이름은 따로 있지만 영어 이름이 부르기 편하다고 한다.
케이트는 후쿠오카 타워에 가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같이 가자고 했고 그녀도 좋아했다.
후쿠오카 타워는 높았다.
200m보다 높은 타워에서 우리는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번역기 사용을 안 하려고 노력했다.
웬만한 말은 알아들었지만 자유롭게 말을 하진 못했다.
(나)
- I can't tell you what I want to tell you. Is my pronun okay?
- 하고 싶은 말을 말할 수 없어(영어실력이 모자라서). 내 발음 괜찮아?
하지만 그녀는 내 영어가 괜찮다고 이야기를 해줬다.
케이트는, 보통의 일본인이나 한국인과 대화할 때는 상대방이 알아듣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도 잘 알아듣고 케이트도 잘 알아들을 수 있으니 좋다고 말해줬다.
그녀는 높은 타워에 올라가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모든 사물이 작게 보이는 것이 재미있다고.
우리는 20분 정도 이야기를 나눈 뒤 내려가서 다시 처음 봤던 해변으로 갔다.
서로에 대해 알아갔다.
(나)
- You don't look your age.
유튜브에서 공부한 다양한 표현을 써가며 즐거운 대화를 이어나갔다.
나는 그녀가 정말 재밌어하는 것을 느꼈다.
케이트는 말을 할 때마다 함박웃음을 지었고 대부분 자신이 주도적으로 자기가 대화를 이어나갔다.
내가 영어실력이 좋지 못하기에.
그리고 나는 저녁에 같이 밥을 먹자고 이야기했다.
(나)
- Can you have dinner with me?
그녀는 좋다고 했고 우리는 한식을 먹기로 했다.
그녀는 떡볶이를 좋아한다고 했다.
우리는 인스타 아이디를 교환했고 약속을 잡았다.
시간은 오늘 오후 7시, 장소는 니시진 스테이션.
그리고 나는 하루살이처럼 결제한 1박 게스트하우스에 체크인을 하러 갔다.
2시간 뒤 우리는 다시 만났고 그녀가 자주 가는 한식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4. 데이트
이 한식당의 스태프들은 전부 한국말이 가능했다.
그리고 메인 TV에서는 K-POP이 아이돌이 보였다.
나는 영어로 그녀와 메뉴를 정하고 일본어로 주문했다.
(스태프)
- 韓国人ですか?あの、전부 한국어 가능해요. 한국어로 주문하셔도 돼요.
스태프가 배려해 준 말이었지만 나는 일본어를 하고 싶었다.
(나)
- 本当ですか、韓国語すごいですね、あ, でも大丈夫です。私日本語できますから。
- 진짜요? 한국어 굉장하시네요. 근데 괜찮아요. 제가 일본어 할 수 있어요.
휴대폰으로 대충 찍은 사진
우리는 김밥과 떡볶이, 파전을 주문했다.
(나)
- I saw the picture that you uploaded on Instagram. You look better in person.
- 나 네가 인스타그램에 올렸던 사진 봤어. 실물이 더 나아.
(케이트)
- Wow, your English's so good!
- 와, 너 영어 최고야.
유튜브에서 배운 표현들을 전부 사용했다. 전부 실생활에서 많이 쓰이는 표현들이었다.
케이트는 그런 나에게 영어실력이 좋다고 말해주었다.
(케이트)
- Do you like japanese food?
- 너 일본 음식 좋아해?
(나)
- I'm not picky about food.
- 나 음식 안 가려
(케이트)
- Wow, this expression is very useful, I think your English is very nice.
- 와, 이 표현 엄청 잘 쓰여. 내 생각에, 너 영어 잘하는 것 같아.
음식을 가리지 않는다는 표현을 이렇게 이용했다.
그녀는 실생활에서 정말 많이 쓰는 표현이라고 어떻게 공부했냐고 놀랐다.
이런 대화가 엄청 즐겁다는 듯이 그녀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그리고 어묵이 fish cake라는 것을 오늘 처음 알게 되었다.
(케이트)
- This is a fish cake.
- 이건 fish cake이야.
(나)
- Oh Really? this is "fish cake" in English?
- 정말? 이게 영어로 "fish cake"이야?
(케이트)
- Yes!
- 맞아!
그녀와 이야기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다.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마시러 갔다.
그녀는 6살 때부터 영어와 독일어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또한 폴란드인 대부분은 영어를 할 줄 안다고 말해줬다.
(나)
- I know this expression, [I'm stuffed] and [I'm starving]
- 나 그 표현도 알아, [배부르다] 랑 [배고프다]
(케이트)
- Wow, that's nice expressions.
- 와우, 그것들 정말 좋은 표현들이야.
정말 배운 것들을 다 활용했다.
우리는 마지막으로 그녀가 다니는 대학교 주변을 걸었다.
9시가 넘은 시각, 이 도로엔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앉았고 거리는 아무도 없어 조용했다.
그리고 내가 이 적막을 깼다.
(나)
- Do me a favor.
- 나 부탁이 있어.
(케이트)
- Yeah, sure.
- 응 물론이지.
(나)
- Actually, I thought I wanted to hold your hand. but I know It's too weird favor.
- 사실, 나 너의 손을 잡고 싶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이게 엄청 이상한 부탁이라는 걸 알아.
그녀는 내 말을 듣고 나서 갑자기 자신이 다니는 대학교가 기독교 학교라는 것과
자기는 또 그것을 믿지 않는다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그건 이상한 부탁이 아니라고 말해주었다.
나는 웃으며 케이트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손은 차가웠다.
(나)
- It's my first time that I hold hands with a European.
- 나는 유럽인과 손을 잡는 것이 처음이야.
(케이트)
- How about a European woman's hand?
- 유럽 여자의 손은 어때?
(나)
- Hmm, your hand is very soft and...
- 음, 너의 손은 되게 부드럽고...
(케이트)
- Cold?
- 차가워?
(나)
- Yes! that's right.
- 맞아 그거야.
우리는 얼굴을 마주 보며 웃었다.
시간은 계속 흘러 어느덧 헤어져야 할 시간이 되었다.
그녀도 기숙사로 가야 하기에 우리는 인사를 했다.
(케이트)
- I'm so happy to meet you.
- 너를 만나서 너무 행복해
(나)
- Thank you. I am happy, too. you made my day.
- 고마워. 나도 행복해. 네가 내 하루를 만들었어.
(케이트)
Oh wow, I'm so happy to hear that. thank you.
오와우, 그 말을 들으니 너무 기뻐. 고마워.
마지막으로 포옹을 나눈 뒤 우리는 헤어졌다.
그리고 돌아가는 길에 도착한 그녀의 인스타 디엠.
오늘은 일찍 자려고 했지만 이틀간의 여행기를 적느라 새벽 3시에 잔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사진과 함께 정리해야겠지.
7일 중 이틀이 지났다. 그리고 그 이틀은 나에게 소중한 경험을 안겨주었다.
언어가 너무 재미있다.
P.S.
- 알아듣지 못하는 영어도 많았지만 뉘앙스로 이해했습니다.
- 그리고 케이트와 월요일에 다시 만나기로 했습니다.
- 그녀는 제가 친절하고 귀엽고 핸섬하다고 해줬습니다.
- 물론 저는 믿지 않습니다.
- 그냥 오늘의 시간이 즐거웠을 뿐입니다.
- 사실, 날씨도 한 몫 했습니다. 케이트는 여름같은 날씨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 ???선생님 : 일본 가서 일본인 친구가 아니라 유럽 친구를 만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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