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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행/24.Nov.2022 ~ 30.Nov.2022 일본 후쿠오카

(2022년 11월) 후쿠오카 6일차

by Yujin Choi 2023. 5. 14.

후쿠오카 다이어리 (6/7)

1. 비 오는 날

오늘의 일정은 케이트와 기념품이다.

그리고 오늘은 낮부터 카메라를 Off 하기로 한다.

그동안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으러 다니는 게 너무 무거웠다.

어깨도 아프고 다리도 아팠다. 그라서 오늘은 파업.

오늘은 비가 내렸다.

구글에서는 1mm라고 했지만 중간중간 세차게 내려서 절대 1이 아니었다.

그래도 난 우산을 사지 않았다.

사면 출국하는 내일 버려야 하니깐.

나는 낮부터 팔찌를 찾아 돌아다녔다.

동생이 팔찌를 원했기 때문에.

그것도 일본풍 느낌의 팔찌를.

근데 후쿠오카 시내에는 그런 게 없다.

눈을 만 번 천만 번 씻고 찾아봐도 없다.

텐진 지하상가 150개를 뒤져도 보이지 않는다.

물론 삐까뻔쩍한 팔찌와 목걸이는 있다.

하지만 일본 특유의 감성이 묻어난 물건은 없다.

하여튼. 팔찌는 포기하고 그냥 딴 걸 사가기로 한다.

나도 러쉬 바디스프레이를 샀으니 동생에게도 그걸 사줘야겠다.

향은 다르게.

2. 폴란드 친구 케이트

선물을 고르는 데만 시간을 다 써서 어느덧 7시가 되었다.

약속 장소에 미리 가서 자투리 시간 영어 공부를 하는데 케이트가 내 앞에 나타났다.

[케이트]

- Hey~~

- 헤이~

[나]

- Hey~ look who's here! It's really good to see you again.

- 헤이~ 이게 누구야! 다시 만나서 정말 반갑다.

[케이트]

- Me too.

- 나도.

우리는 스시를 먹으러 갔다.

 

 

일본 〒810-0073 Fukuoka, Chuo Ward, Maizuru, 1-chōme−1−3 リクルート天神ビル 1F

일본 〒810-0073 Fukuoka, Chuo Ward, Maizuru, 1-chōme−1−3 リクルート天神ビル 1F

 

케이트는 초밥을 좋아했고 마음껏 시켜 먹었다.

회전 초밥집에서 2,970엔.

한 그릇당 130~190엔인 걸 감안하면 많이 먹진 않았다.

인물 보호용 모자이크

 

우리는 식사를 마무리하고 스타벅스로 커피를 마시러 갔다.

[케이트]

- I'll show you my ID.

- 내 신분증 보여줄게.

[나]

- Okay, so I'll show you my ID, too.

- 좋아, 그럼 나도 내 신분증 보여줄게.

나도 보여주겠다고 했다.

나는 케이트에게 한국의 1,000원짜리 지폐를 주고 내 증명사진을 두 장 주었다.

한 장은 하얀 머리, 한 장은 정상적인 갈색 머리.

케이트는 폴란드 지폐가 없다고 말하며 아쉬움을 보였다.

스타벅스에서 시간을 보낸 후 우리는 오호리 코엔으로 갔다.

쇼와거리

1-chōme-9-7 Ōtemon, Chuo Ward, Fukuoka, 810-0074 일본

[케이트]

- 大濠公園~

- 오호리 공원~ (노래 맞음)

[나]

- hahahaha

케이트의 일본어 발음은 너무 재미있다.

가끔 저렇게 일본 말로 나에게 한 문장씩 툭 툭 던지는데

그게 그렇게 어색하다.

비도 부슬부슬 내리고 바람도 불어 조금 쌀쌀했다.

우리는 오호리 공원 쪽으로 걷고 있었다.

한국은 겨울이지만 이곳 후쿠오카는 아직 초가을이다.

[나]

- I can give you my warmth.

- 내 온기를 줄 수 있어.

케이트는 웃으며 손을 내밀었고

나는 케이트의 손을 잡았다.

내가 우산이 없었기에 우리는 한 우산 안으로 들어갔다.

어느새 케이트는 팔짱을 꼈고 머리를 내 어깨에 기댔다.

케이트는 내가 따뜻하다고 말해주었다.

나도 케이트 너의 어깨가 따뜻하다고 말해주었다.

5분 정도 그렇게 걸었을까, 나는 몸을 돌려 그녀를 안아주었다.

그리고 가볍게 키스했다.

 

...

어둠이 짙게 깔려 적막함이 배가 되어버린 인도.

그림자에 가려져 얼굴도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몇 스쳐 지나갔지만 우리는 신경 쓰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고 우리는 다시 마주보았다.

[나]

- I hopt to spend time slowly. Is this right?

시간이 천천히 흘렀으면 좋겠어. (이 문장) 맞아?

[케이트]

- Yes, right!

- 맞아!

아니, 틀렸다. 내가 말하고 싶은 문장은 [I hope time goes slowly]였다.

하지만 의미는 전달된 것 같다.

나는 말하고 싶은 영어 문장이 길 때, 때때로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다.

It takes time, I'm making a sentence.

시간이 좀 걸려. 문장을 만들고 있어.

그때마다 케이트는 내가 너무 귀엽다고 말해주었다.

우리는 달빛을 따라 걸으며 서로를 묻고 답했다.

[나]

- You know about bucket list?

- 버킷리스트에 대해서 아니?

[케이트]

- Yeah I know. do you have any bucket list?

- 응 알아. 버킷리스트가 있니?

[나]

- Yes, I have a lot things. I wanna see the aurora in Norway. But it changed.

- 응 아주 많이 있어. 나는 노르웨이에서 오로라를 보고 싶어. 하지만 바뀌었어.

[케이트]

- Uh huh

- 으응

[나]

- I want to see the aurora in Norway 'with you'.

- 노르웨이에서 너와 함께 오로라를 보고 싶어.

[케이트]

- Hmm~~~

케이트는 좋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케이트는 나에게 이야기했다.

You're English's better than before.

나도 살짝 느꼈다.

겨우 이틀 동안 외국인과 이야기했을 뿐인데 번역기를 보는 시간이 줄었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어느 정도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봤자 왕초보지만.

나는 이런 케이트에게 고마웠다.

[나]

- I need to study English hard, because of you.

- 나 공부해야 돼. 너로 인해. (너로 하여금? 너 때문에? 너 덕분에? / 다시 만나면 제대로 된 대화를 하고 싶다는 의미였다.)

[케이트]

- hmm~

케이트는 애교가 많다.

그리고 아주 개방적이다.

적다 보니 이게 국제연애 이야기인지, 여행 기록인지 잘 모르겠다.

내일 출국 전, 우리는 잠깐 보기로 했다.

점심을 먹고 오호리 공원의 낮을 다시 만나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케이트를 지하철역까지 데려다주었다.

제가 키가 더 큽니다.

 

3. 여행의 목표 1

케이트와 헤어지고 나서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왔다.

돌아오자마자..나를 반기는 건 라운지에서 술을 깐 4명의 일본인이었다.

こんばんは

남자 3분과 여자 1분이었다. 모두들 조금씩 취한 상태였다.

이름은 시온, 타케오, 타츠케, 타쿠미.

타쿠미와 시온은 게스트하우스 스태프였다.

나는 내 침대에 맥주가 있으니 가져와서 함께 해도 되겠느냐고 물어봤고, 다들 흔쾌히 좋다고 했다.

나는 얼른 가방을 내려놓고 5도짜리 짜리몽땅 맥주를 가지고 나온 뒤 자리에 합석했다.

[나]

- 韓国人です。お名前は…

- 한국인입니다. 이름은..

나는 네 분의 이름을 차례로 듣고 카톡에 잠깐 적어뒀다.

기억력이 좋지 않아 금방 잊어먹기에.

자기소개를 한 뒤 우리는 물처럼 흐르는 대화 속에 의식을 맡겼다.

첫 주제는 당연히..내 일본어 실력이다.

하긴. 어떤 외국인이 한국어를 잘하면 나도 신기해하겠지.

그들은 내가 어떻게 공부했고 얼마나 공부했는지를 물어보았다.

시온은 옆에 앉아 있는 타쿠미에게 "ちょっと日本語がきれいんだ" 라고 말했다.

다른 손님들은 자고 있는 적막한 밤, 기분 좋게 조금씩 취한 사람들.

느리고 조용히 이야기를 하니 그들의 일본어를 전부 알아들을 수 있었다.

이야기를 주고받던 도중 한 명이 현관으로 들어왔다.

27살의 태국 사람 '뉴' 이었다.

뉴는 한국어도 조금 할 줄 알고 영어도 잘했다.

재치도 있어서 상황을 재밌게 만드는 능력이 최고였다.

재밌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불쑥 뉴의 진솔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는 10년 전부터 때때로 자신의 몸 오른 편이 말을 듣지 않기 시작했고 감각조차 약하다고 말했다.

병원을 가봤지만 뇌에는 전혀 이상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비행기를 타고 세계를 다니며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친구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핬다.

나는 진심을 다해서 말한 그에게 이렇게 말해줬다.

I'm sorry to hear that, but I'm glad to meet you.

나는 그와 포옹을 했다. 키 큰 27세의 태국 청년이

굳건히 앞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시간이 조금 흐르고 나는 타케시에게 물었다.

타케시는 40대로 보이는 늠름한 아저씨이다.

[나]

もし、私が日本語をする時、礼儀がなかったとかありましたか?

혹시 제가 일본어를 할 때 예의가 없었다거나 그랬나요?

[타케시]

- ユジンぐらいは日本で仕事できるぐらいから大丈夫。日本人が礼儀がないときがもっとある。

- 유진 씨 정도면 일본에서 일을 할 수 있을 정도니깐 괜찮아요. 일본인이 예의가 없을 때가 더 있어요.

타케시는 내 일본어 실력을 과대평가해 주었다.

사실 그 정도는 아니다. 단지 조용하고 천천히 흘러가는 시간과 맞닿은 공간이 도와줬을 뿐이다.

타케시는 이어서 나에게 말했다.

"나는 사람들과 만나며 돌아다니며 보내는 시간이 정말 귀중해. 나는 앞으로 게하를 오픈할 계획이 있어.

만약 그날이 온다면, '유진'이 그 게스트하우스를 꼭 와줬으면 좋겠어."

나는 꼭 가겠다고 말했다.

(예약 호구인가? 괜찮다. 일본어가 가능하니깐)

타케시는 다시 말을 이었다.

"일본에서는 한국이라도 하면 조금 강한 이미지가 있어. 알고 있으려나, 한국의 강한 이미지?

예전에 일 때문에 서울에 간 적이 있는데, 한국인 직원이 너무 불친절했거든. 그래서 난 더 이상 한국에 가지 않아.

근데 그 직원이 지금의 "유진"였다면 나는 몇 번 더 갔을 거야.

정말이야. 유진 덕분에 한국의 이미지가 정말 좋아졌어."

테이블 건너편에서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는 시온도 말도 들려왔다.

"다른 날도 좋았지만 오늘 밤은 특별히 더 좋아. 이렇게 많은 국적의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게"

오늘 밤도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다.

정말 고맙습니다.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주셔서.

すいません、もう2時ですからお先に失礼します。おやすみなさい。

실례합니다. 곧 2시라서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주무세요.

내가 인사할 때 다들 친근하게 웃어주는 그 표정이 너무 따뜻했다.

P.S.

  • 근데 어떻게 게스트하우스에서 찍은 사진이 한 장도 없을까요.
  • 이야기하느라 바빠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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