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l-being
A : 지구는 정말 바빠. 누구든 돈을 벌기 위해 바쁜 삶을 이어가잖아.
근데, 돈은 왜 버는 걸까?
B : 잘 살기 위해. 밥을 먹고 목표를 달성하고 생존하기 위해서.
A : 그렇지. 근데 밥을 먹으려면 농사를 지으면 되고, 목표는 낮게 설정하면 돈이 필요 없지 않아?
행복의 기준이 낮아지는 거지. 그럼 모두가 행복할 수 있잖아
B : 그럴 수가 없어.
A : 왜?
B : 이미 사람들은 높은 목표를 세웠고, 발전된 문명에 적응되어 버렸거든.
A : 그게 무슨 말이야?
B :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람들의 마음은 '사회'에 의해 만들어지고 디자인되고 있어.
높은 목표를 세워야 하도록, 그걸 달성해야 칭찬을 받고 명예를 받고, 그것들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 줄 거거든.
끔찍한 현대 문명 경쟁 사회가 이런 사람들의 마음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말이야.
그리고 사람들은 이미 거기에 조련되어 버린 거지.
A : 우리도 그럴까?
B : 그럼, 당연하지.
A : 그런데 너는 이미 이런 것들을 알고 있잖아? 그럼 세상을 바꾼다던가 하는 대책을 세울 수 있지 않을까?
B : 알아도 바꾸지 못해.
A : 어째서?
B : 사람들이 오른쪽을 가리킬 때 네가 왼쪽을 가리킨다면 너가 옳더라도 바보로 취급받는 세상인걸.
A : 그래도 너가 시도를 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B : 하지 않을 거야. 누구 좋으라고 그걸 해, 그럴 능력도 없어. 무엇보다 나한테 아무런 득도 돌아오지 않는 걸.
에너지랑 돈, 시간만 쓰는 일이지. 나는 그냥 조용히 내 삶을 살아갈 거야.
#Definition
A : 근데 너는 저번에 옳고 그른 게 없다고 그랬잖아, 여기서는 왜 '옳다'라고 말한 거야?
B : 옳고 그른 건 없지. 단지 너랑 소통하기 위해 한글로 이루어진 단어를 잠시 빌려 쓴 것뿐이야.
돈을 벌기 위해 '직업'이라는 역할을 잠시 맡은 것처럼. 사람들은 너와 같이 '옳음'과 '그름'이 존재하다고 믿거든.
A : 그래도 어느 정도는 비슷하게 존재하지 않을까?
B : 그럴 수도 있지만, 불행하게도 이 세상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아. 사람들이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을 이해하려고 했을 때, 그때 모든 것들에 이름을 붙였지. 그때 태어난 것들이 우리가 외우는 단어 같은 것들이야.
원래는 존재하지 않았어. 우리 스스로 '그들이 존재한다'라고 믿은 것뿐이야.
A : 왜 사람들은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름을 붙이는 걸까?
B : 보이지 않는 곳에서 쿵! 소리가 들렸을 때 너는 순간 두려움을 느끼지.
너의 부모님이 낸 소리일까, 지붕 위의 고양이가 낸 소리일까?
불을 켜고 그 원인을 찾았다면 두려움이 곧 사라질 거야.
하지만 반대로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한다면 너는 어떻게 생각할까?
A : 좀 무서울 것 같아. 귀신이나 유령이 그랬을까?
B : 사람들이 귀신을 두려워하는 이유지. 우리는 귀신의 존재를 오감으로 이해할 수 없거든.
그 어떤 단어로도, 그 어떤 논리나 과학으로도 이해할 수 없어.
소리는 났지만 보이지 않고, 눈으로 보이지만 만질 수 없고, 보이고 만져지지만 순식간에 사라지지.
그리고 우리들은 오감으로 이해할 수 없을 때 두려움을 느껴, UFO처럼.
A : 나 무언가를 깨달은 것 같아. 그럼 우리가 똑똑해져서 많은 가정을 해볼 수 있다면 두려움이 사라질까?
B : 바로 그거야. 쿵! 소리가 났지만 아무것도 찾을 수 없을 때 여러 가지 상상을 해보는 거지.
소리를 낸 동물이 재빠르게 사라진 걸까? 흰개미가 나무를 갉아먹어 책상의 다리가 부러진 걸까, 등.
흰개미 때문에 책상다리가 부러진 것이라면 공포가 아니라 황당함이 먼저 느껴지겠지.
A : 그렇구나. 그렇다면 반대로..
B : 맞아. 사람들이 두려움을 느끼고 단어를 정의한 건, 그들 스스로 한계에 갇혀버렸다는 걸 증명하는 셈이지.
그들은 여러 가지 상상을 할 수 없어서 두려웠어. 그리고 글자로 된 이름을 붙였지.
지능이 어느 정도 발달한 인간이 벗어날 수 없는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A : 하지만 단어로 우리는 의사소통이 가능하잖아.
B : 그뿐이야. '의사소통' 그것이 단어의 목적이야.
누군가가 만들어놓았으니 우리는 잘 이용만 하면 돼. 하지만 한계가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는 거지.
A : 아, 저번에 네가 말해줘서 알아. '단어'라는 틀에 갇히지 말라는 거지?
B : 맞아. 기억하는구나.
인간 사회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는 '소통'에서 오고, 소통은 '단어'로 이루어져 있으니까.
#Murder
A : 궁금한 게 하나 더 있어. 저번에 너가 '살인자를 이해할 수 있다'라고 말했잖아.
이건 무슨 의미로 이야기한 거야?
B : 너, 무언가에 간절해본 적 있니? 시험이라던지, 목표라던지.
A : 있지. 이번 주 주말에 자격증 시험이 있는데, 꼭 합격하고 싶어 !
B : 그것과 같아. 살인자도 누군가를 죽이고 싶었을 거야. 너와 같은 진심의 마음으로.
A : 그렇게 간절하게 죽이고 싶었다는 말이야?
B : 그럼. 그리고 나는 그 간절함을 이해한다는 말이야.
A : 그냥 심심풀이로 사람을 죽인 거라면?
B : 너 심심풀이로 곤충 밟아 죽여본 적 있어?
A : 응 그렇지만, 이건 좀 다르잖아.
B : 그 밟고 싶었던 마음을 이해하는 것뿐이야.
A : 그럼 '살인'이라는 행동이 혹시 정당하다고 생각해?
B : 합리적이지는 않다고 생각해.
A : 네가 누군가에 의해 칼에 찔려 죽는다면, 범인에게 화날 것 같지 같아?
B : 아니, 화가 나지 않아. 나더라도 나에게 화가 나지.
A : 어째서?
B : 내가 운이 좋지 않았던 것뿐이고 내가 안일했던 것뿐이지.
이 세상을 믿은, 사람들을 믿은, 치안이 안전하다고 말한 정부와 법을 믿었던 내가 바보였던 거지.
칼을 든 사람을 막기 위해 아무런 훈련도 하지 않은,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았던 나에게 화가 나는 거지.
A : 그럼 이 사회가 잘못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올바른 제도가 있어야 시민들이 안전하잖아?
예를 들어 정당방위 같은 거 말이야.
B : 법은 한낱 글자일 뿐이야, 우리를 지켜주지 않아.
칼을 든 상대에게 법조항을 소리친다 해도 해리포터처럼 마법이 나오지 않는걸.
만약에 내가 방어만 했는데도 그 죄가 나에게 덮인다면 그래도 괜찮아, 받아들여야지.
A : 죄가 나한테 돌아오는데 어째서 화가 나지 않는다는 말이야?
B : 음. 만약 사람들이 나 대신 목소리를 낸다면 법이 바뀌겠지.
굳이 따지자면, 시민 한 사람의 목숨으로 법이 바뀌는 건 내 손해가 아니라 나라의 손해지.
법을 바꾸는 사람들의 소중한 시간을 쓰는 거니까. 더군다나 국민 한 명의 목숨도 잃었지.
만약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고 해도 괜찮아. 그런 멍청한 나라는 오래 살아남지 못할 거니까.
살아남고 싶다면 스스로 바뀌겠지.
하지만 쉽게 바뀌지 않을 거야. 이 세상에는 생각하지 못하는 노예가 정말 많고, 귀족은 노예를 정말 잘 다루거든.
A : 이해가 되지 않아. 그래도 네가 죽었는걸.
B : 우리는 모두 죽어. 누군가에 의해 조금 일찍 죽은 것뿐이야.
포식자에게 잡아먹힌 초식동물 같은 거지.
#Nature
A : 다시 태어난다면 뭘로 태어나고 싶어?
B : 생각.
A : 생각?
B : 응. 어디로든 갈 수 있거든. 배고픔과 고통은 느끼지 않을 수 있으면서.
근데 역시, 그냥 태어나고 싶지 않아.
A : 그래도 태어나서 이것저것 느끼면 재미있잖아.
B : 그렇긴 해(웃음)
A : 쥬라기 원시전 2 게임 알지? 거기에서 나오는 피카티라노 '아서'가 평범한 공룡으로 돌아가겠다고 하잖아.
그리고 부하들 중 몇몇은 그걸 반대하고. 너는 혹시 '아서'를 이해할 수 있어?
B : 그럼. 이해할 수 있지. 내가 가끔씩 '이 세상에서 문명이 발달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그러잖아.
A : 그럼 맛있는 음식도 먹지 못하고 포식자에게 잡아먹힐 위험만 높아지는 걸?
B : 문명이 발달하지 않았다면 맛있는 음식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모를 거고,
포식자에게 잡아먹힐 위험은 언제나 주변에 있었으니까 특별히 나쁘다고 생각되진 않을 것 같아.
사슴이나 호랑이처럼 그냥 삶을 살아가는 거지. 그리고 죽어간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로 죽어갈 거야.
A : 그래도 난 문명사회가 좋아.
B : 나도 좋아. 이미 알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는 걸.
게다가 문명사회가 좋다는 이 내 마음도 '사회'에서 주입시킨 거니까.
어쩔 수 없어. 나도 사회가 만들어낸 한 명의 평범한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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