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태도
A : 너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
B : 나는 그냥 살아. 어떤 마음가짐도 없어.
A : 뭘 갖고 싶다던지, 이루고 싶다던지 하는 건?
B : 딱히 없는 것 같아. 나는 그냥 책 읽고 공부하는 게 재밌네.
A : 돈을 만약 많이 못 버는 직업을 가졌다면, 어떤 마음이 들 것 같아?
B : 별생각 없어. 적게 버는구나~ 하고 말지.
A : 남들처럼 많이 벌고 싶지 않아?
B : 딱히. 어차피 돈은 다 은행에서 만든 빚인데 뭐. 언제 사라질지 모르잖아.
갑자기 전쟁이라도 나 봐. 종이쪼가리밖에 더 되겠어.
게다가 스스로를 남들과 비교할 이유도 없고. 먹고살 만큼만 벌면 되지.
#죽음
A : 죽음이라는 게 뭘까?
B : 존재하면서 존재하지 않는 것.
A : 그게 무슨 말이야?
B : 죽음은 인간에게만 존재해. 그리고 다른 생물들에게는 존재하지 않지.
A : 인간에게만 존재한다는 게 무슨 말인지 설명해 줄 수 있어?
B :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을 배워.
학교에 가서 생물들의 평균 수명을 배우고 죽을 때까지 오래 살기 위해 발버둥 치지.
죽음에 대비하기 위해서 상조에도 가입하기도 하고 몸에 좋은 음식을 꾸준히 챙겨 먹잖아.
우리는 '죽음'을 본 적조차 없는데 사회를 통해 보고 들은 '죽음'이라는 존재를 두려워하지.
인간 사회에서 만들어진 '죽음' 말이야.
A : 그럼 다른 생물들에게는 왜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야?
B : 드넓은 초원에 사는 수사자를 생각해 봐.
한 사자는 어느 날 태어났고 갑자기 정신이 들었어. 어렸을 때 엄마가 가져온 고기를 먹고 성장했고,
힘이 강해졌을 때 무리를 통치했지. 이 넓은 초원에서 나를 이길 자가 없겠구나- 느끼던 그 순간,
어느 순간부터 힘이 약해질 거야. 나이가 들어가는 거지. 죽어가는 거야.
하지만 그들이 '자신이 죽어간다'는 사실을 알까?
아니, 그들은 그냥 자신이 힘이 약해진다고 생각할 거야. 갑자기 힘이 약해지더니 걷기 힘들 정도가 되고
어느 순간부터 숨 쉬기가 힘들어지더니 바닥에 누워 일어날 수조차도 없게 되지.
그렇게 눈이 스르륵 감기고,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죽는 거야.
그들의 삶에 '죽음'이라는 게 존재했을까?
설령 사냥당하는 초식 동물조차도, 스스로가 죽는다는 걸 알면서 죽어갈까?
아니, 그들은 몰라. 그들에게 '죽음'은 존재하지 않아.
A : 신기하다. 아, 근데 얼마 전에 '죽기 전에 주인을 맴돈 강아지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
B : 그 강아지도 분명 스스로 몸에 힘이 빠져가는 걸 느꼈을 테지.
하지만 죽는다는 사실은 자각하지 못했을 거야. 어느 순간, 주인이 사무치게 보고 싶은 거지.
죽어가지만, 죽어간다는 사실은 모른 채, 주인이 그저 보고 싶어진 거야.
그들은 그것이 '죽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거야. 그냥 주인이 보고 싶어진 거야.
A : 그렇구나. 알기 위해 더 깊이 생각할수록 더 모르는 게 많아지는 느낌이야.
B : '알다'라는 개념조차 없는 것이기 때문이야.
없는 것을 알려고 하니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거지.
A : 할 말이 사라졌어. 그건 좀 어려운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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