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력
나는 기억력이 좋지 못한 편이다.
점심쯤 되면 그날 아침에 무엇을 먹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고
이따금씩 어제 직장 동료가 쉬었는지 나와 함께 일했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물론 처음부터 내 기억력이 좋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중학교,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남들과 비슷한 정도였다.
나의 기억력은 21살~22살 무렵부터 기억력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그때는 내가 인간관계와 심리학 공부를 시작하던 때였다.
[신경 끄기의 기술], [당신이 옳다], [마음 가는 대로]와 같은 책을 읽으며
점차 다른 사람들에 보내는 신경이 사라져 갔다.
그렇게 몇 년 동안 연습한 나는, 내 인생을 살 수 있게 되었고 남들의 시선을 95%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단순하게 본다면 그것이 내 기억력 감퇴의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관심
내가 좋아하는 상대가 있다면 그의 생일과 혈액형, MBTI까지 모조리 꿰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관심 없는 상대라면 그가 어제 무슨 색의 옷을 입었는지조차 기억해내지 못한다.
지금의 나는, 관심 없는 남들이 어떤 행동을 하면
'저 사람은 저렇게 행동하는구나', '저 사람은 화를 쉽게 내는구나' 생각하고 말아버린다.
그 이상 나의 안으로 그들을 들여보내지 않는다.
그들에 대해 깊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렇기에 나는 주변의 것들을 기억하는 데에 어려움을 느낀다.
하지만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많은 것들을 알고 있다.
그 사람의 일정과 그 사람의 생일, 그 사람이 내게 어떤 말을 해주었는지를 기억한다.
내 기억력을 '내게 소중한 것들'에게만 선택적으로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그렇다. 내 기억력은 나빠진 것이 아니다.
기억할 필요가 없는 것들을 기억하지 않을 뿐이다.
#행복
스스로 행복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나'로 살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에 큰 방해가 되는 것이 '과거'와 '타인'이다.
우리의 뇌는 과거의 상처를 잊게끔 작동한다.
우리는 얻게 되는 모든 슬픔을 짊어지고 살아간다면 평생을 우울하게 보내야 한다.
그것은 자살이나 삶의 의욕 저하로 이어져 생존에 불리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약이다'라는 말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우리는 필연적으로 과거를 잊게끔 설계되어 있는 생명체이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불행한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그 불행을 스스로가 놓지 않기 때문이다.
우울한 사람은 과거에 아팠던 기억을 계속 기억하며 수면 위로 드러낸다.
그리고 그 슬픔과 괴로움을 계속 반복하여 느낀다.
이미 첫 번째 화살은 날아가버려 없는데,
자기가 스스로에게 두 번째 화살, 세 번째 화살을 끊임없이 쏘는 것이다.
지나가는 아픈 과거를 기어이 붙잡고 불행한 삶이라고 외치는 모습이 어리석지 않은가.
우리는 그 아픈 과거를 놓아 보낼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현재에 집중할 수 있고 지금 이 순간 무엇을 해야 내 기분이 나아질지 고민할 수 있다.
이렇게 보았을 때, 슬픈 기억조차 모조리 기억해 내는 '기억력이 좋은 사람'은 상대적으로 불행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나처럼 과거를 잊어버리는 '기억력이 좋지 못한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다.
기억력을 선택적으로 이용할 수 있기 위해서는 '타인'에 신경을 거두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리고 현재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아픈 과거'를 과감히 놓을 줄 알아야 한다.
우리는 '내가 아닌 것들'에 조금 관심을 덜 필요가 있다.
우리는 '현재'가 아닌 것들에 조금 관심을 덜 필요가 있다.
'Diary > 오손도손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7 죽음 (0) | 2024.01.15 |
---|---|
#16 바쁜 지구 (2) | 2024.01.08 |
#15 자유와 감정 / 괜찮아 (2) | 2023.12.27 |
#13 단어가 주는 한계 / 이해와 소통 (1) | 2023.05.17 |
#12 목표 (0) | 2023.04.1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