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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오손도손 이야기

애정결핍

by EugeneChoi 2026. 1. 20.

#관계

김창옥교수의 유튜브 영상을 많이 찾아보았다.
나도 20대 후반이다 보니 주로 연애, 결혼에 대한 영상이 눈에 띄었다.

진짜 사랑과 가짜 사랑. 친구. 결혼이라는 단어 속에 숨겨진 의미들.
그것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니 마음이 정말 많이 편해졌다.
'바로 이전의 연애에서 나는 '진짜 사랑'을 했지만 그녀는 '가짜 사랑'을 했던 거구나.'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착착착 정리되기 시작했다.

나는 여태껏 '그녀도 나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라는 전제하에 내가 더 노력했던 건데
그래서 그녀가 힘들다고 하면 더 다정해지려고 하고 위로해주려고 했는데
조금 멀리 떨어져서 보니, 그녀는 나를 '사랑'한 것이 아니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녀의 사랑은 '진짜 사랑'보다는 '욕구 충족'에 대한 '욕망'이었다.
(그녀가 말이라도 예쁘게 했다면...)

 

#결혼

나는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상대방도 같은 마음이라면
그래서 내가 손해 보고 싶고, 상대방도 같은 마음이라면
결혼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싶어 했다.
사실 연애 초기에 나는 느꼈다. 그녀는 사랑보다는, 결혼이라는 사업에 마음이 더 쏠려 있다는 것을.
그럼에도 나는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면 더 좋겠지'라는 생각에,
또 오래 지속되는 관계를 위해 그녀에게 존중과 배려를 가르쳐주려고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잘못 판단했다.
그런 것들은 내가 아무리 말로 해줘도 금방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다.
스스로 배울 의지가 없다면 배울 수 없는 것들이었다.

주변에 아무리 뛰어난 스승이 있다고 해도
배우려는 의지가 없다면 스승이 보이지 않는다.
내가 스승이라는 말은 아니다. 배우려는 의지만 있다면 주변의 어느 것들도 스승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사랑과 욕망의 차이

그녀는 나를 사랑한 것이 아니었다. 우리 관계에서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고 했다.
그녀가 나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녀도 단지 '욕망''사랑'을 헷갈렸던 것이다.
혹은, '사랑'보다 '욕망'의 크기가 좀 더 컸던 것뿐이겠지.

더 해주고 싶은 마음, 보듬어주고 싶은 마음, 상대방이 아플 때 내가 대신 아팠으면 하는 마음들은 '사랑'이다.
사랑받고 싶은 마음, 상대방에게 바라는 마음, 상대방에게 드는 서운한 마음들은 결핍으로부터 비롯된 '욕망'이다.
'부모의 사랑'을 생각해보면 된다. 부모는 자식에게 사랑받고 싶어 하거나 서운한 감정이 들지 않는다.

욕망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나쁘다는 건 아니다.
다만, 사랑보다 욕망이 더 커질 때 관계가 위험해지는 것 같다.
욕망이 크더라도 상대방의 에너지의 양을 알고, 본인의 결핍을 잘 설명하여 상대방을 설득시키면 된다.
자신의 욕망에 대해 잘 알고 그것을 스스로 조절할 줄 알아야 된다는 말이다.

하지만 욕망이 큰 사람들의 대부분은 성질머리가 급하다. 
그 욕망을 빨리 채우고 싶어서 상대방의 '에너지 최대 용량'을 보지 못하고
본인의 결핍을 잘 설명하지 못하고 짜증 나고 화난 마음에 명령조, 시비조로 말을 건네고
상대방을 설득시키기보다는 자신의 '욕망''사랑'이라는 단어로 포장한다.

 

#결핍

욕망이 커지는 대부분의 이유는 '결핍' 때문이다.
어린 시절 부모님에게 받지 못했던 사랑을 성인이 되어 연인에게 갈구하는 것이다.
사랑을 갈구하는 행위는 굉장히 폭력적이다. 하지만 이들은 그 행위를 '사랑'이라는 단어로 포장하여 폭력을 정당화한다.
또, 그들은 그런 행위들이 '폭력적'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부모'에게서도 받을 수 없었던 사랑을 어째서 처음 보는 '남'에게 요구하는 걸까.
연인이 없을 때 혼자서도 무너지지 않고 잘 지내왔으면서 왜 연인이 생겼다는 이유로 '원하는 사랑을 받지 못함'에 무너져버리는지.
그동안 쌀밥 먹고 잘 살아왔으면서 왜 피자가게가 생겼다는 이유로 '베이컨 피자를 먹지 못함'에 무너져버리는지.
아, 어쩌면 그들의 내면은 이미 무너져있는 상태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들은 연인이 없을 때에도 1의 포만감으로도 잘 살아왔다. 연인에게서 사랑을 받지 않아도 여전히 1의 포만감이다.
그래도 우리는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사랑을 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스스로 상처를 입는다.
사실 연애하는 내내 한쪽만 애정표현을 하는 경우는 없다. 서로의 애정표현 빈도 차이를 결핍자들은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상대방은 상처를 주지 않았다. 스스로에게서 상처를 받은 것이다.

사실 결핍은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그 정도와 깊이는 전부 다르다.
그들은 늘 연인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재미있는 사실은, 이건 확인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그들의 연인은 그들을 이미 사랑하기 때문에 연애를 시작한 것이다.
연인의 마음 속에 그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이걸 굳이 확인을 하지 않아도 되는 건데,
'내가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인가'에 대한 의문이 끊임없이 들기 때문에 확인을 하는 것이다.
즉, 낮은 자존감이 문제의 핵심이 된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다 보면 굉장히 재밌는 일이 일어난다.
자신이 사랑받기 위해 요청한 행동들 때문에 오히려 자신이 사랑받지 못하는 상황이 와버린다.
그냥 가만히 있으면 사랑을 확인받을 수 있는데, 사랑 요청과 사랑 확인으로 그 사랑이 더 빨리 끝나게 되는 것이다.


*
'연인이니까' 당연히 사랑을 받고 싶은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럼 나는 물어보고 싶다.

당신이 사랑받길 원하는 정도로, 당신은 연인의 감정과 마음을 충분히 존중해 주었는가?
그러지도 않았다면, 무슨 이유로 사랑을 갈구하는가?


애정표현을 할 때도 에너지가 소모된다.
결국 연인이 지쳐 떠나가게 만드는 것이 당신의 목표인가?

왜 당신의 연인이 당신과 사귀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결핍은 상대방으로부터 채우는 것이 아닌 스스로 깨닫고 채워야(치유해야) 하는 것이다. (혹은 상담치료)
상대방으로부터 받은 사랑과 칭찬이나 인정의 지속시간은 잠시뿐이고 불안은 금세 다시 피어난다.

상대방으로부터 사랑을 갈구하는 행위는 깨진 독에 물을 붓는 행위이다.
깨진 독에 물을 부어봤자 금세 바닥난다. 그래서 끊임없이 바라게 되는 것이다.

사람의 에너지는 유한하다. 한쪽이 계속 퍼주기만 하다 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닥을 드러낸다.

에너지가 떨어지면 지치고 힘들어 회복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퍼준 쪽에서 회복하고 있을 때, 갈구하는 쪽이 회복기간을 인내하지 못해 갈등이 생겨나는 경우가 많다.

아니면 적어도 본인이 결핍이 있다는 걸 이해하고 연인에게 먼저 부드럽게 양해를 구하는 것도 방법이겠다.
"나는 애정결핍이 있어서 연락이 뜸하면 좀 불안해져. 어떤 전문가는 약 1년 동안의 연인의 꾸준한 연락이 애정결핍을 치유시킬 수도 있대. 정말 미안하지만, 1년 동안만 연락을 잘해줄 수 있을까? OO이랑 오래 만나고 싶어서 그래."

.... 말해놓고도 좀 이상하긴 하다. 1년을 버텨줄 사람은 찐사랑이겠다.


반면,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독의 깨진 부분을 수리하는 것과 같다.
수리한 독 속의 스스로 채운 사랑은 아주 천천히 말라간다. 홀로 서기가 가능해진다.

그래서 남들의 인정이나 사랑을 그렇게 자주 필요로 하지 않고, 외로움을 잘 느끼지 않는다.
자신을 믿을 수 있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그걸 모르고 결혼을 하기에 결혼 후에도 불행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내면을 치유하거나 성장시키지 못하고 결혼을 하기에 결혼 후에도 남 탓만 하면서 사는 것이다.

서로 위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는 사람들이 만나 사랑하고 결혼한다면, 결핍 해소가 주목적이 아닌 관계이기에 대개 잘 살아간다.
'상대방에게 부담되는 것'을 해달라고 바라는 마음이 아닌, 내가 먼저 상대방의 결핍을 채워주려고 하는 마음이 중요한 것이다.
인간관계는 전부 주고받음이다. 사랑 관계 또한 마찬가지다.
단지 위대한 사랑은, 사랑을 줌과 동시에 스스로 그 보상을 받아버리기에 '주고받음'처럼 보이지 않는 것이다.


결핍은 누구에게나 있다.
연인으로부터 당신의 결핍이 채워지길 바란다면, 당신도 연인의 결핍을 돌볼 줄 알아야 한다.
서로의 결핍을 알아주고 위로해 주며 서로를 채워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부족하니까 연인에게 채워달라고 구걸하는 것보다 본인에게 어떤 결핍이 있는지 찾아보고, 개선해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긴 노력으로 결핍이 개선되었다면, 이후에는 연인의 결핍을 알기 위해 물어보고 알고,
그 결핍을 채워주고 싶은 마음과 행동이 자연스럽게 나와야 한다.


그게 진짜 사랑이다.

 

#환상

우리는 너무 결혼이라는 환상에 젖어 있다.
운명, 인연, 로맨스라는 환상에 젖어 있다.
하지만 연인, 동반자는 당신이 필요할 때마다 들르는 '결핍 충전소'가 아니다.
다만 같이 서로의 짐을 덜어주며 삶을 걸어가는 '친구'이다.


당신이 손해 볼 것 같아서서, 손해보기 싫어서 연인과 멀어지기를 선택했다면,
연인이 짊어진 짐을 나눠 들어주기보다 멀리서 응원하겠다고 선택했다면,
그건 '사랑'보다는 자신의 이기심에 물든 '욕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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