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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2023년

대화 일기

by EugeneChoi 2023. 7. 23.

#마음

눈물을 흘리는 나에게 그녀가 물었다. 

 

"지금 마음이 어때?"

나는 대답했다.

"진흙 같아. 비가 좀 많이 내린 뒤."

 

 

#외로움

나의 아저씨 ost의 '우리 식구'를 들으면서 나는 대화를 이었다.

 

"내가 왜 슬픔을 좋아하는지 알아?
..익숙하기 때문이야. 사람들은 익숙한 고향을 찾아가거든"

"왜 슬픈건지 얘기해 줄 수 있어?"

"홀로 살아간다는 것이 슬퍼서. 죽음을 생각하면 그렇잖아.
우리는 각자가 결국 혼자 죽음을 맞이할 거야."

"많이 외로웠구나"

"그냥 눈물이 나. 외로운 건 익숙해서 좋아. 그냥 눈물이 나는데 그 느낌이 좋아"

 

 

#눈물

그녀가 나에게 물었다.

 

"눈물이 너에게는 어떤 의미야?"

"아무런 의미도 없어"

"정말 그냥 흘리는 거구나"

"...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세탁기의 먼지 같은 거야"

"먼지?"

"세탁기의 먼지망을 청소해주지 않으면 금방 고장 나니까.
청소를 해주면 세탁기는 아주 잘 돌아가니까"

 

 

#죽음1

침묵을 깨고 내가 입을 열었다.

"그거 알아? 자살한다고 주변에 힌트를 주는 사람들은 자살하지 않아"

"..."

"살려달라고 도움을 청하는 거야. 도움을 받을 준비가 되었다고, 도움의 손길을 나에게 달라고...
정말 죽으려고 하는 사람은 아무런 힌트도 주지 않아.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죽지"

"그런데 힌트를 주는 사람도 무시하면 위험해지는 거 아니야?"

"응, 도와줘야지. 그런데 그 사람이 죽길 바란다면 아무것도 안 하면 되겠지"

"그렇구나"

"그런데 그렇게 죽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죽는 거야.
자살의 끝에서 살아난 사람들은 대부분 '죽기 직전에 후회했다'라고 말했지"

 

 

#죽음2

"신림동 사건 있잖아. 희생자는 5분 뒤에 자신이 죽게 될 거란 걸 알았을까?
전혀 알지 못했을 거야. 사람 목숨이 대단한 것처럼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렇지 않아.
내가 부엌으로 들어가 칼을 들고 내 목의 경동맥을 두 번 찌르면 나는 2분 뒤에 죽은 사람이 돼.
아무리 격투기를 잘하는 사람도 칼에 한 번 제대로 맞으면 10분 안으로 죽지.

잘 생각해 봐. 3분 뒤에 내가 죽은 사람이 된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목에 생선 가시만 박혀도 그렇게 아픈데, 식도가 칼에 베이는 느낌은 어떨까.
숨은 횡격막의 움직임으로 인해 코로 숨이 들어가지. 근데 기도가 잘려서 잘린 기도로 숨을 들이쉬는 건 어떤 느낌일까.
허리를 삐끗해서 느껴지는 신경통도 엄청 아픈데, 목뼈 안에 있는 신경이 잘리는 느낌은 어떨지.
비명을 지르다가 기도가 잘려 소리가 나지 않는 건 어떤 느낌일지.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곁에 두고 살아가지 않아.
법은 우리의 신체를 지켜주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하는 말은 거짓말이 섞여 있어.

어떤 상황에 있더라도 우리들의 목표는 '생존'이 된다고 생각해.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는 건 자신 뿐이야.

정말 안타까운 사건이야."

 

그녀는 조용히 내 말을 듣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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