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푹찌는 무더위도 아랑곳 하지 않고
헥헥거리며 신나게 대사님을 따라
박스시주에 동참하고 다니는 견공대중이 여섯이다.
준이 아지 일순이 이월이 구봉서 막내 사오정이다.
모두 소풍가는 아이들 마냥
출발 문앞에서 부터 신이 난다.
대사님 옆에서 앞서거니 뒷서거니
대사님과 발맞추어 걷기도 해보고
대사님을 올려다 바라 보기만 해도 우쭐하니 든든하고
괜시리 이골목 저골목 뛰어 들어 갔다가
쭈루루 달려 나오기도 하고
보통 신나는게 아니다.
신호등 앞에서 대사님이 서! 하시면 모두 서고
가! 하면 모두 건너가고
달려! 하면 달리고 천천히! 하면 천천히 가고
앉으라면 앉고 기다리라면 조용히들 기다린다.
소 세마리는 끌고 가도
중 셋 데려가기는 어렵다는 말이 있다.
목줄 없이 견공 여섯을 함께 데리고 다니시면서
박스시주 다니시는 대사님
나이론 잠바에 땀이 비오듯 해도
싫어하거나 힘들어하심 없이
견공들 좋아하는 소시지 간식 한봉지씩 넉넉히 챙겨 먹이시고
올라타! 하시면 모두들 얼른 리어카로 올라가 세상 구경하면서 가는 것이다.
내려! 하시면 부리나케들 뛰어내려 근처를 맴돌며 대사님을 따르는 것이다.
온순하게들 따르는 대중견공들이 신기한지 바라보던 어떤이가 하는 말
법에 목줄 묶어서 끌고 다녀야 하는데 왜 그러지 않느냐고 한다.
법? 법 좋아 하시오?
가장 크게 법 외치는 대통령들도 법 어기고 망하는거 못봤소?
온갖 나쁜짓 법 어기는 인간들도 다 목줄해서 끌고 다녀야지
왜 그냥들 두시오?
얘들은 죄 지은 거 없소.
날마다 염불소리 듣고 마음수양 하고
날마다 열심히 충심으로 고물하러 다니면서
말 잘 듣는 것 뿐이오.
이 더위에 헥헥거리는게 안 보이시오?
앗차 ! 한 순간 축생탈을 쓰고
인간 탈을 썼을 뿐
그 마음은 다 똑같소.
다들 전생 죄업보 좀 벗어 볼려고 힘들게 애쓰는 거라오.
..라고 하신다.
방에서 사는 작은강아지들은 공양시간을 철저히 지킨다.
설사 먹지 않더라도 꼭 자리를 지킨다.
대사님과 내가 일어나야 다 같이 일어난다.
요즘은 참외 수박을 다들 잘 먹어서 벌써 몇 박스째다.
모기향 여러군데 피워주랴
선풍기 돌려주랴
목욕하고 벌레 잡아주랴
여름철 견공들 시중도 만만찮다.
그래도 항상 미안하다.
더 잘 해주지 못해서 불쌍하게만 여겨질 뿐이다.
밖에 사는 곰돌이는 칠칠이를 양아빠 삼아
항상 칠칠이 곁에 붙어 다닌다.
칠칠이도 곰돌이를 알뜰 살뜰 보살펴 주며
사랑을 베푸는 장면들이 참으로 깊은 감동을 자아내게 한다.
얘들과 함께 살다보니 축생이 아닌
같은 사람들과 눈빛을 주고 받는것 같다.
사오정은 너무 커서
방에서 생활하기엔 적합치가 않아서
밖에서 재우는데 너무 미안하다
꼭 사람옆에만 붙어 있으려고 하고 아직 어려서 샘도 많다.
억지로 밖에서 재우는데
다른 큰애들과 어울림보다 저만 내쫓나 하는 슬픈 표정을 하니 심히 괴롭다.
고집은 또 얼마나 세게 부리는지 완전 영감이다.
해서 대사님이 찬찬히 살펴보니
사오정의 몸속 주인공은 도인 영감이라고 하신다.
어지간한 스님이나 목사나 신부들의 주인공들보다
더 월등히 격이 높다고 하신다
이만한 주인공 갖추기도 어려운 일이라고 하신다.
얼굴은 길고 허연수염을 길게 늘어뜨리고 허연 옷을 길게 입고
감히를 찾을 수 있는 도를 많이 닦은 신선계의 도인영감이
사오정의 몸속 주인공으로 있다고 하신다.
어쩌다가 축생탈은 썼으되 속히 해탈키 위해서
법화도량으로 들어오게 된거라고 하신다.
뭉치나 다른 견공들과는 달리 닦은 격에 차이가 있으니
좀 다르게 잘 대접해서 대해 주라고 하신다.
어리버리 허송세월 보내고 닦지 못하고 헤메다가 죽게 되면
바로 저 모습 되는 것이니 하루라도 부지런히 제대로 닦으라고 하신다.
아공은 여자산신계의 류인데 하얀 할머니가 주인공이라고 하신다.
그러니
절집으로 그것도 법화 대도량으로 찾아 들어오는
유기견으로 인연이 되어 오던 어떻게 오던
오는 이들은 모두가
법화독경을 듣고 속히 해탈키 위함이라고 하신다.
그러니
너무 박대하면 안되니라
때리고 욕하면 그것도 큰 죄업보를 짓는 것이니라..고 하신
그 전에 해 주신 말씀들이 다시 새록스럽게 떠오른다.
절집으로 찾아드는 개들은 그래도 전생에
염불하던 이들이거나 무당이었거나 점을 봐 주었거나 했던 인연이 있기 때문이니
괄시 멸시하면 아니된다고 하셨다.
사오정도 좀더 크면
오가는 이들 지가 관상보고 앉아 있을거라고 하신다.
개 복에 잘 먹고 산다는 말이 있듯
사오정도 지 먹을 복은 짊어지고 왔는가
대사님이 새로 개점한 동네 대형 그랜드마트 박스를 다 시주 받으신다.
또 대사님께 박스시주로 공양올려 돕는 공덕에 더하여
대사님이 날마다 오락가락하시는 그 위력에 힘입어
마트 장사가 잘 되는듯 하다.
내 복이 부족해도 대중의 복으로 의지해 공부하는 것이다.
머리깎고 먹물옷 입은 대중만 대중이 아닌 것이다.
형형 색색 온갖 모양의 대중을
두루 잘 살필 수 있어야 한다.
나무 관세음보살.
실상 묘법 연화경
시아본사
석가모니불.
2013. 8. 14
관음
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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