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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창작/어머니의 묘한 삶, 묘연사

아기 참새 (2013.08.04.)

by Yujin Choi 2024. 12. 24.


 
아기 참새

 

마당 한켠에서
칠칠이와 곰돌이가
큰 물통에 매달려
끙긍거리며 애를 쓰고 있다.
왜 저러나?
물바가지를 잡아서
물을 퍼 내려고 그러나?
쟤네 어제 목욕했는데
날이 너무 더워서
저들끼리
물퍼내서 물놀이라도 할려는 거나?
물통속으로 아예 들어가려는 거나?
하는 짓이 희한하네.
그렇다면 낮은 물통에 물 받아 줘야지.

법화독경타가 잠시 일어나
마당으로 가서
수도꼭지 틀어 놓고
낮은 통으로 물호수를 옮겨 놓으려고
큰 물통을 들여다 보는데
어머나? 세상에! 어쩜...
저 쪼꼬만 어린것이...
겨우 손가락 한두 마디나 될 만한 것이
엉덩이 털도 없는것이
물바가지 밑에 조금 담겨 있는
작은 물속에 빠져서
살아보겠다고
고 쪼고만 두 날개로 물장구를 치면서
파닥 파닥 바둥거리며 지쳐가는 걸
칠칠이와 곰돌이가 보고서
애가 타서
물바가지를 붙잡아 끌어 내 보려고 애를 썼던 것이다.

엄마 아빠를 따라 나왔다가
그만 어처구니 없는 사고를 당했나 보다.
얼른 건져서 물기를 닦아 주고 나니
저를 해칠까봐
악을 쓰며
고 쪼꼬만 부리로 쪼아대고
실낱같은 두 다리를 바둥거리며
발톱으로 마구 할퀴어댄다.
고 힘도 어지간히 센 걸 보니
아직 많이 지치진 않은것 같다.
배가 고팠을까봐
먹을것을 입에 넣어 주려는데
엄마 아빠새가 근처로 날아와서
아기새를 찾느라고 야단들이다.

새끼가 뭔지...
고양이 강아지들을 피해서
엄마 아빠새가 난리치는 큰 나무
숲속 멀리를 향해서 날려 보냈더니..
너무 힘들게 고생을 해서인지
방향 감각을 잃었는지
되려
마당앞 개나리 나뭇가지로 날아와 앉아버린다.
엄마 아빠참새가 부르고 난리다.
아기참새 근처로 날아와
빨리 아카시아나 밤나무같은 옆에 있는
큰 나무로 가야 한다고
애타게 부르건만 아기참새는
그만 눈을 감은채
엄마! 아빠!..만
힘들게 부르고 있다.

우리 견공들 떼로 몰려와 지켜보더니
급기야 고 어린 것을 붙잡아 보겠다고
곰돌이부터 화분위로 뛰어 올라간다.
야단을 쳤더니 모두 뒤로 물러 앉아
킁킁 씩씩거리며 내 눈치만 본다.
긴 자루 비를 가져와
개나리 가지를 흔들어
엄마 아빠새 쪽으로
아기새를 날려 보냈다.
이내
요란하게
한 참새가족의
위급한 짹잭거림도
큰 나무 쪽으로
멀어져 간다.
 
고 ..
쪼꼬만
아기참새가
엄마 아빠를 따라
무사히
잘..
가야.. 할텐데...
......
 
 
나무 관세음보살.
 
 
 
 
2013. 8. 4
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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