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장마는 오고..가고..
홍길동이는 그렇게 왔다가
그렇게 가버리고..
인연이 다하면...그냥 그렇게 가버리는가 보다.
길동이는 가고
곰돌이가 왔다.
어린 곰돌이는...
골목길에다
우유 하나에 빵 한개를 놔두고
그걸 먹고 내내 잘 있으라고..
버려두고 누군가는 가버렸다.
그렇게 아기 곰돌이는 그 누군가와
인연이 다해 버려짐으로 헤어지고
대사님 품에 안겨 새로운 인연터
묘법연화사로 들어와 갖은 재롱을 부리며
신나게 놀며 잘 살고 있다.
전생에 곰으로 있다가 환생을 했는지
하는 짓도 곰인양 생긴 모습도 곰인듯 하여
이름도 곰돌이다.
계사년 음력 5월 (양력 7월 5일)오전
연탄광앞 연탄재 모아둔 곳에
지친 강아지 한마리가 쓰러져 있다고
골목길 개똥치우시던 대사님께서 들어오셔서 말씀을 하신다.
얼른 가서 보니
얼마나 주인을 찾아 헤메었는지..
다리 배가 시커먼 시궁창 더러운 흙탕물로 범벅이 되어 있고
사고로 뒷다리를 다쳤는가 움직이지도 못하고
흔들어도 눈도 제대로 뜨지를 못한다.
빨리 데리고 들어가야겠는데요...
이런 걸 보고 어떻게 생명구제를 안할수가 있겠느냐고 하시며
대사님이 안고 묘법연화사로 들어오신다.
또 한 식구 대중이 늘었다.
이름은 사오정이다.
부처님께 귀의하는 출가일이 계사년 음력 5월이고
지금부터 바른 삶의 기도가 되어 해탈하라는 의미로 부르게 된 이름이다.
방안의 다섯 견공들은 작아서 밥상 위로 머리가 잘 안 올라오는데
사오정은 아직 어린데도 커서 우리 공양상이 제 눈 아래다.
다음날 목욕을 시키고 살펴보니 왼쪽 귀가 반이나 잘려진 귀다.
연한 흰갈색 멋진 털이 부드럽고 참 보기가 좋다.
머리와 귀털 다리 배는 알맞은 파마 웨이브가 딱 보기에 좋게 되어 있다.
마이신 먹이고 어혈 풀리는 약도 먹이고
대사님 손으로 주무르고 전신 맛사지도 하고
물도 먹고 배고픔도 해결되고..
순하디 순한 순둥인가 보다.
사오정하고 부르면 얼른 돌아 본다.
이제는 잘 걷는다.
오늘은 골목에 나가서 소변도 보고 대변도 보고
그것만 해줘도 무척 수월하다.
우리는 또 이렇게 새 인연이 만들어져 간다.
7월의 장마비 속에
온갖 중생들의 인과 업보의 삶의 형태들은
찰라 사이를 두고
가지 가지 모습으로 그 양상들을 드러내고 있다.
변화속에..
수 없는 오고 감..
천상 축생 토생 화생 목생 석생 풍생 수생 온갖 귀생들의 생을 거쳐
인생으로 오기까지가...
얼마나 힘들었고 어려웠다는 것을 깨닫기가
하늘의 별 따기 만큼보다도 더...
어려운 것인가 보다.
그걸 깨달으면
바른 도를 닦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발가락 끝마다 얼음조각이 붙어있는 것처럼
발이 너무 시려워서 잠을 잘 수가 없어
법화를 읽다보니 날이 밝아 온다.
훤한 새벽
까마귀떼들이 까악 까악 시끄럽게 짖어댄다.
잠시 잠시 멈추어지는 장맛비 사이로
까마귀 가족들이 날아온다.
엄마를 따라
아기 까마귀 네 마리가 높은 전깃줄에 앉는다.
엄마는
먹을 것을 달라고 해우소 지붕위로 와서 깍깍거린다.
너무 아픈 발가락 몇군데를
주사바늘로 따고 피를 짜내서 물을 안 묻히려 했는데..
엄마까마귀가 비를 맞고 와서 아기들 배고프다고 하니
얼른 먹이를 지붕위로 올려다 줘야한다.
엄마까마귀는 입안 가득 먹이를 물고 갔다 왔다.. 하면서
어린 날개짓으로 깍깍..입 벌리는 아기들에게
차례대로 먹이고.. 엄마는 먹는둥 마는둥..
전깃줄에 입 싹싹 닦은 아기들을 데리고
다시 불암산 숲속으로 비를 맞으며 날아간다.
7월 장마 빗속에서도
그 무엇도 장애될 수 없이
모성애는 용감하고
아름다울 수밖에 없나 보다.
2013.7.15
관음
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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