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주어느 산들마을에
산수유가 아름드리 고목으로 함께 있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산수유집 할머니는 아홉 손녀들과
재미있는 날들을 지내고 계셨어요
어느 날 밤
할머니께서
동네 이웃집에 돌아가신 할머니 제삿날이라서
제사 끝나고 음복 음식을 잡숫고 오셔서
그만 탈이 나시고 만 거예요
급체하신거였어요
아들 딸들이 공주 병원으로 모시고 가서 입원하시고
치료를 받으시는데 차도가 없으시더니
그만 의식을 잃고 못 깨어나시는 거예요
며칠을 그러고 계셨는데요
할아버지께서 병원으로 오셔서
내마누라 내가 고쳐서 살려 놓을거니께
너희들 아무말 말여
하시곤 할머니를 일주일만에 집으로 모시고 가셨어요
할아버지와 소식 듣고 온 스님딸과 두분이서
밤새워 염불하고 할아버지의 신선도력으로
할머니를 지키면서 낫게 하느라 무척 애를 쓰셨지요
그랬더니 의식없이 누워 계시던 할머니께서
돌연 기침을 칵- 칵- 하시는데
목에서 그날 밤 제사음식으로 맛있게 잡수셨던
돼지고기 수육덩어리 한점이 툭- 하고 떨어져 나온 것입니다
7일도 더 된 고깃덩이 한점인 것이 조금도 변치 않은채
목구멍넘어 어디에 붙어 그대로 있었던 거지요
수 개월 전에...
제삿집 손자가 많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아름드리 산수유집 아홉손녀들의 할아버지께서
그 제삿집 아픈 손자를 치료해서 다 낫게 해 주셨어요
그랬더니 그 제삿집 돌아가신 할머니가
손주를 아프게 해서 데려 갈려고 했었는데
산수유집 할아버지로 인해 망쳐지게 되자 화가 나고
그 분풀이가 기다렸던 제삿날에
할머니를 향해 치르게 된 것이지요
맛있게 보이는 고깃덩이 한점에
매서운 복수의 화근덩이가 숨은 줄 모르신 할머니
맛있게 잡수시고 급체로 당하신거지요
다행히 출가한 스님딸과
40여년을 매일 한결같이
신선도 닦으신 할아버지가 계서서
할머니는 무사히 깨어 나실수 있으셨던 거지요
살다보면
이런 위급한 상황이 우리에겐
자주 닥쳐 옵니다
명이 다하기도 전에 얼떨결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만 비명횡사 당하는 억울함들이
더러 많이들 있거든요
산수유집 아홉손녀들의 할머니
참 재미있으시고 꼭 산당화 색시꽃 같으신
좋으신 할머니셨답니다
열번째로 귀하고 귀한 손자 얻으시고
얼마나 좋아하셨던지요...
할아버지 돌아가시고 장례 치르시던 날
상여뒤를 따르시며
앙- 앙- 우시길래
할머니 왜 앙앙 우시냐고 여쭈었더니
할아버지 살아생전에 내가 하도 말을 안들었거든
그랬더니 할아버지 마지막 유언이
내가 죽거들랑
꼭
내 상여뒤에 앙앙 울면서 따라 오라고
마지막 유언잉께 그건 듣것제?
하셨다는거예요
그래서 마지막 유언 하나는 들어 주느라고
앙- 앙- 소리내어 우시면서
부지런히 꽃상여 뒤를 따라 가시는 거랍니다
이른 봄
노란 산수유 꽃 만큼이나
흰눈 겨울 속
빨갛게 익은 산수유 열매 만큼이나
참 좋으셨던
할머니 할아버지
좋은 곳에서 행복하게 잘 계시어요
~
2012.9.8
산수유집 할머니 할아버지의
넷째 딸의 친구가요~



흠향하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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