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시할머니 제삿날이다
2월에 두분 제사 지냈고 3월 초하루 제사다
시할머님은 성격이 괴팍하신 분이시다
하여 강아지들 목욕부터 다 해 놓았다
대사님은 목욕시키고 나는 부지런히 드라이해서 말려놓았다
들어 오시다가 냄새 난다고 뭐라고 하시면 큰일 난다고요
귀신같이 안다잖아요
이게 무슨냄새냐? 다 꿉어 먹을것들이네 하셔봐요
생전에 고기 엄청 좋아 하신 분이셨는데 큰일나지요
생선 구운것도 가운데 토막은 할머니께서 다잡수시고 꼬리는 할아버지께서 잡수셨대요
그래서 할머니 제사상에는 고기를 삶은것 구운것 튀긴것 부친것 끓인것 골고루 올려 드린답니다
나도 목욕재계 하고 요즘은 매일 샤워하는 시대니까 그걸로 대신하고요 머리카락 들어가면 뱀으로 보인다니까
머릿수건 단정히 쓰고요 마스크는 너무 더우니까 한지 대신 깨끗한 종이 한장으로 입에 물고요
정성으로 제사음식들을 부지런히 준비합니다
삶고 지지고 볶고 튀기고 무치고 끓이고 굽고 부치고 밤껍질 벗겨 생률치고
제사때마다 새 쌀을 사서 밥을 짓지만 혹여 덜 깎인 미가 밥에 들어 있으면 큰 바윗돌 처럼 보인다니 잘 살펴야지요
조률이시 홍동백서로 상차림하고 정성껏 지방써서 위패에 모셔서 금강경 반야부 병풍앞 연화좌대에
편안히 앉으시게 해 드리고 촛불 밝히고 향으로서 혼을 청하고 청주로서 넋을 청하여 기다립니다
문 열고 맑은 기운 기다림에 느낌을 알면 따뜻한 밥과 국을 떠 올리고 편히 흠향 하시도록 도와 드리지요
부족하고 모자라는 정성이지만 할아버지 할머니 골고루 천천히 맛보시고 흠향하시옵소서
부모님 모시고 함께 오신 고모님과 삼촌한분께도 차후로 밥과국을 따뜻이하여 상 올리오니 편안히 흠향 하소서
반야심경에 법화독경 하오니 부디 극락왕생 하시옵소서
원왕생 게송과 해탈주로 가시는길 밝혀 드리오니 편한 길 되소서
함께 따라온 배고픈 영혼들이여!
따로이 음식을 준비해 드리니 흠향들 하시오
밖에서 기다리게들 해서 미안 하외다
가시는 길들 편하시고 잘 생각해서 좋은곳으로 왕생하시고 삼계에서 빨리 해탈키를 바라오
상을 물리고 음식들을 거두는데 우리견공들 맛난거 빨리 달라고 조르느라 야단들이다
다른 가족들 참석치 않았으니 너희들 음복 기회가 좋구나
눈치들은 훤해서 먹을 때를 알아서 다 몰려든다
내가 일할때는 도와주는 녀석 하나 없더니 먹을 때는 떼로 몰려서 삶은 닭고기 뜯어주길
침 꼴깍 거리면서 내 두손만 눈들이 뚫어져라 쳐다 보고들 있다
이쁜것들! 차례대로 입 벌려라 골고루 똑같이 나눠 줄테니까
으례히 차례대로 주겠거니 하고 제 순서들을 잘 기다렸다가 주면 맛있게 받아 먹는다
대사님이 일하시다가 전화로 물어 보신다 제사 잘 지냈느냐고요
예 대답하고 그곳으로 가셨냐니까 그렇다고 하신다
제사때마다 오시는 분들은 꼭 대사님을 찾아 뵙고들 가신다
대사님이 수행하시면서 어렵게 힘들게 밤새껏 일해서 마련해 오시는 돈으로 조상님들 제사 상차림 해드리니
감응하시면서도 미안하시고 죄송스럽게 여기시기에 가시는 길에 찾아 들르시어 고맙다 하고 가시는가 보다
시할머님 제사 끝나고 설거지 다 하고 제기 정리하고 치우고 대사님 들어 오셔서 야식공양 챙겨 드리고 치우고
취침 시간은 오늘도 새벽 5시다 3월 초이틑날이 훤히 밝아 온다
눈좀 붙였다가 오늘이 바로 아래 여동생 생일날이니까 축하메일 보내 줘야지요
예쁘고 화려한 분홍장미 꽃다발로 동생네 블로그로 보내 줄 거예요
축하 음악도 올릴 수 있으면 이럴 땐 참 좋을텐데
영 큰언니가 실력이 없어서 미안합니다
2012.3.22~23
시할머님 제삿날에
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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