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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창작/어머니의 이야기

훤히...봉행 (2012.07.07.)

by Yujin Choi 2024. 12. 11.

향기로운 꽃다발 한아름
훤히 봉행한 이름다운 이에게
드리고 싶습니다.


생전에 시어머님께서 들려주신 이야기를
대사님으로부터 듣고 옮겨 적어 봅니다.



훤히...봉행



많은 사람들이 생활고에 시달리면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한 고을에 젊은 부부는
늙으신 노모를 모시고 살았습니다
연로하신 어머니는 앞을 볼 수 없는 장님이셨습니다
아들은
앞 못 보는 어머니를 아내에게
잘 모실것을 부탁하고 군에 입대하였습니다

아들이 떠나고
앞을 볼 수 없는 시어머니는
방안에 앉아서
날마다
자꾸 고기반찬을 맛나게 해 줄 것을
며느리에게 원하는 것이었습니다
집안 살림이 어려운 형편인지라 며느리는
비싸고 좋은 맛난 음식을 시어머님께 해 드릴 수는 없고
하여 생각끝에 매일 푹 고은 고기국을
해드리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며느리는
매 끼니 때 마다
집 밖으로 나가서
국거리를 장만해옵니다
어떤때는 뱀을
어떤때는 지렁이를
어떤때는 쥐를
어떤때는 개구리를
힘 닿는 데 까지 열심히 부지런히 잡아다가
가마솥에 넣고 푹 고아서
시어머님 밥상 위에 올려 드리는 것이었습니다 
앞을 볼 수 없는 시어머니는
구수한 국물을 맛나게 잡수시면서
먹을 때 마다 건데기 하나씩을 건져서
며느리 몰래 장판지 아래
살짝 숨겨 두었습니다
 

그렇게...세월이 지나고...

군에 갔던 아들이 제대를 하고 집으로 돌아 왔습니다
몇년만에 어머니를 뵈니
그 모습이
보기좋게 살이 올라 훤하고 건강하셔서
너무 기쁘고 좋아서 어머니께 여쭈어 보았습니다
 

어머니 저 사람이 어떻게 어머니를 잘 모셨기에
어머니 모습이 이리도 보기가 좋으신 겁니까?

얘야 말도 마라
네가 군에 가고 나서
날마다 구수하니 고기국을 끓여 주는데
얼마나 맛있었는지 내가 너 오면 보여 주려고
그때마다 건데기 하나씩을 건져서
여기에다 잘 모아 두었단다
하시면서 장판지를 들추고 아들에게 보여 주었습니다
그것을 본 아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모두 바짝 말라 오그라 붙은
뱀 쥐 개구리 지렁이...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습니다
너무 징그럽고...어이가 없었습니다 하여 


어머니 이건 고기가 아니고
전부 징그럽고 더러운 뱀 쥐 개구리 지렁이들인데요?

아들이 한  그 말을  들은 장님 어머니는

너무 놀라고 기가 막혀서
두눈을 꿈뻑 꿈뻑...꿈뻑 꿈뻑...하면서

어디 보자
내가 봐야지
확실하게 내가 봐야 겠구나
어디 살펴보자

하면서 깜깜하게 감고 있던 두 눈을
그 순간

뜨는 것이었습니다

온정으로 지혜로움으로
시어머니의 어두웠던 두 눈을
훤하게 뜨게 만들은 어느 착한 며느리의
효를 받들어 행한
우리네 어려웠던 시절의
아름다운 한 이야기였습니다
 

훤희 봉행한
환희봉행하고픈
아름다운 마음의 주인공이
인간의 도와 의리를
잘 보여준 예라 생각합니다
 


2012.7.7
묘법연화사
관음

합장


아름다운 효행으로
세상이 맑아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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