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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창작/어머니의 이야기

산수유나무집 아이들 (2012.04.13.)

by Yujin Choi 2024. 12. 10.



저기멀리 보이는 안쪽 마을처럼
충남공주에어느 한 마을이 있었는데요
이사진의 마을길 처럼
그마을 어귀에도 산수유 나무가 많았습니다
유난히 산수유 고목이 많은 한집이 있었지요
1남 5녀의 딸부자집에
제일 큰오빠가 장가를 가서
새 색시가 가마를 타고 시집으로 오는 날이었어요
집앞에 다와서 가마에서 내리면서 하는 첫마디가
시어머니는 뭐하느라 딸만 잔뜩낳았느냐 며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소리를 하필이면
넷째 시누이가 들어버린거예요

 

새색시가 시집온 그집은 온통 집주위며
들어오는 골목 앞에도 많은 산수유나무가 있었습니다
집 뒷마당 우물가 대숲과 장독대를 둘러싼 언덕받이에도
모두 아름드리 산수유나무 였습니다
집앞에
큰고목 산수유가 해마다 꽃을 피우며 세월을 보내고 있을 때
시집온 새색시는 딸 아홉을 낳았습니다

 

이 고목처럼
집 앞에 있는 고목도 제일 큰 아름드리 고목이었어요
이런 산수유꽃 핀 고목에
여자 아이들 아홉명이
가지 가지 마다 부지런히 올라가
제 각각 이쁜 포즈를 취하면서
모두들 카메라 렌즈를 쳐다보는 거예요
너무 예쁜 아이들이었어요
제일 큰 언니가 여고 졸업하고 막내 여동생을 업고 나가면
벌써 결혼해서 딸 낳은 줄로 오해 받기도 했었답니다




넷째 시누이가
언니는 왜 시집와서 딸만 낳는거나?
울 엄마보고 뭐라더니...라고
꼭 한마디만 하고 싶었는데 그냥 꾹 참고 말았지요.
그 후
오래 전에 가마 타고 시집 온 새 색시는
여자로서는 마지막 기회의 잉태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에 나이를 더 먹은 늙은 산수유 고목들은
말없이 노란 꽃을 피우고
흰 눈 덮힌 가지마다 빨간 열매 익히며
조롱 조롱 매달려 놀아주던 아홉 자매들과의 추억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얼마 후
아주 아주 기쁜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열 번째 아기가 태어났다고요
아들 이었습니다

산수유 고목 가지마다 올라서고  앉아놀던
예쁜 자매들의 사진은 아직 있지요
누나들은 모두 시집가고
귀한 남동생은 중국에서 살고요 
그 때  그
산수유 고목들은 막내가 태어나던 때 쯤
과천 대공원에서 모두 옮겨 갔답니다



2012.4.13
산수유 예쁜 자매들을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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