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님은 어제 저녁 7 시부터 밤새껏 박스 폐지 고물들 시주 받아 오시고
뜨거운 숭늉 한 그릇 잡수시고 잠시 쉬실 틈도 없이 지금 막 군위로 출발하셨다.
다음달 윤3월에 있을 조상님들 산소 이장 사전 답사 가시는 것이다.
하루에 다섯 분의 산소를 이장하고 화장하고 상석까지 놓아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산소 자리도 봐야 하고 포크레인 일할 사람들 모두 미리 약속하고 날을 잡아서
사전에 모든 준비를 해놓기 위해서 지금 남동생과 함께 출발하신 것이다.
다녀 오시면 또 바로 박스 시주 받으러 나가신다.
내일 새벽이 되어야 쉬실수가 있다.
요즘 계속 하혈해 오셨는데 사흘전부터는 하루 3~4 차례나
엄청 많은량의 하혈을 하셔서 좀 춥고 힘들어 하신다.
그러시면서도 하루 일과를 조금도 비껴가거나 쉬어가는 흐트러짐이 없으시다.
옛날엔 3 년 동안도 계속 하혈을 하셔서 주위로 부터 병원가시라고 권함을 받으셨으나
절대로 지금껏 병원 가신 적이 없으시다.
지금 하혈은 그때에 비하면 새발의 피만큼도 아니라 하신다 하혈을 하시고 나면
속이 시원하고 몸은 더 가볍고 맑아진다고 하신다.
마치 여성들이 생리가 끝나면 몸이 상쾌해 지는 것처럼
남성들은 매월 생리를 못하니 하혈로서 몸속 나쁜혈을 쏟아 버리는 건가 보다.
대사님은 지금껏 아기때 수두 주사 맞아 본 것 외엔 병원 주사 맞아 본 적이 없으시다.
아기때 너무 약하게 태어나셔서 꼬챙이마냥 몸이 비비 꼬일 정도였는데
그나마도 3살 때 죽게 되어 방 웃목에 미뤄 두었다가 사흘만에 만져 보니
가슴이 따뜻하길래 아버지가 안고 절에 데려다 놓고 그냥 와 버리셨다고 한다.
절에 있으면 괜찮고 집에 가면 열이나고 또 절에 가면 괜찮고 집에 오면 또 아프고...
하여 절에 주지노스님 자비손에 의해 크시게 된 것이다.
세살의 어린 동자승이 뒷짐을 지고
시커먼 눈썹에 빛나는 총명한 두 눈 부릅뜨고
커다란 행자승들을 보고 한 마디씩 일러주는 것이다.
너는 중노릇 못 해, 그러니 집에 가서 농사나 지어.
한 일주일 정도 지나고 보면 그 말 들은 행자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동자승이 노스님께 물어 봅니다.
그 행자승이 왜 안보이느냐고요.
노스님 대답
아, 네가 중노릇 못할거라고 집에 가서 농사나 지으라고 했다면서?
그래서 갔다...라고.
여든 넘으신 노스님께서 어린아기 동자승에게
네가 나보다 법력이 훨씬 높구나.
내가 조금만 더 젊었더라면 네가 잘 크는 것을 볼 수 있을 텐데.
그게 쪼끔 아쉽다 하시며
무릎에 앉혀놓고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그 때 집에 가면 어머니께서 하시는 말씀이 바로
팔자 삶는 가마 없고 남의 복은 끌로도 못 파 온단다.
네 팔자가 그렇다면 할 수 없지 어쩌겠냐 그 길을 가야지.
그래도 너는 다른 사람들 보다는 도 닦기가 훨씬 빠르고 수월할 것이다.
내가 보니 부처님이 앉아 계시는데
얇은 커텐 같은 것이 한겹 둘러 쳐 져 있더라.
마치 옥수수 속껍질 한겹속에 비치는 옥수수 알이 훤히 보이듯이
그것만 벗겨내면 되겠더라.
부지런히 열심히 해보거라.
그리고 너에게는 아마도 자식이 없을 것이다. 라고요
대사님으로 인해 상사병으로 죽은 여인이 셋이나 된다.
결혼하자고 따라 다니며 조르는 여인들에게
나는 당신들과는 인연이 없소 라고 말하고 한참 있다 보면
그 여인들이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 중 한 여인은 약으로 죽음을 선택했고
또 한 여인은 나무에 긴 끈 의지해 죽음을 선택했고
다른 한 여인도 깊은 물을 의지해 죽음을 선택했다고 한다.
아기때부터 세상일이 훤하게 다 보이셨고
말을 하면 그대로 법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절대로 말씀을 많이 하지 않으신다.
밤 늦게 일을 하고 계실 때나 리어카를 끌고 가실 때나
내가 법화공부 하고 있는지 안하고 있는지를 다 아신다.
자주 핸드폰으로 딴일 하지 말고 어서 법화공부 하라 하신다.
내가 아플 때면 어느만큼 아픈지를 다 아신다.
이 정도 아픔이면 일찍 들어가서 도와줘야 할는지
그대로 두어도 혼자서 해결할 수 있을지를 다 가늠하고 계신 것이다.
아마 지금도 내가 딴짓하고 있다는 걸 짐작하고 계실걸.
이미 내마음 훤히 명경보듯 하시니 비밀이란 있을수가 없다.
마음만 먹으면 울산 여동생이 지금 뭘하고 있는지도 다 아신다.
그래서 귀신들도 대사님 앞에선 모두 순응을 한다.
재미있고 신기하고 불가사의한 일들 참 많다.
이야기보따리 풀어도 될까나?
2012.3.29
관음
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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