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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창작/어머니의 묘한 삶, 묘연사

사람의 모습과 느낌 (2011.12.24.)

by Yujin Choi 2024. 11. 29.

 

 

       사람의 앞모습 -안심여해(安心如海) 

울산여중 3학년 여름 어느날 저녁 7시쯤
저녁 먹은 후 설겆이 그릇 들고 나가다가
무심코 TV를 보았는데 너무 놀라워서 그 자리에서 자세가 굳어 버렸습니다..
어나운서가 어느 큰 스님을 모시고 조심스럽게 뭔가를 여쭙고 대답하시는 장면인데
대가사를 수하시고 두손을 가지런히 모으신채 의자에 앉으셔서 말씀하시는 그모습이
그대로 큰 바다인양 편안하신 걸 보고 너무 놀라서 충격 !
어떻게 사람 얼굴 모습에서 저토록 편안한 태평양 같은 그 무엇도 다 용납해서 받아들일 수 있는 
저러한 모습이 나올 수 있는 것일까?
그때 나에겐 너무나도 큰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사람의 뒷모습-입지여산(立志如山)

중3 가을 소풍을 통도사로 갔습니다.
통도사 경내를 차례대로 참배도 하고 후원 이곳 저곳 구경도 하다가
관음전 앞에 이르렀을 때 였습니다.
또 한번의 큰 충격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기도중 이라는 팻말이 관음전 법당앞 댓돌위 한쪽에 올려져 있고
어느 비구스님께서 오조 장삼을 가지런히 입고 앉으셔서 목탁을 치며 염불하시는 그 뒷모습.
경악 ! 그자체였습니다. 태산같은 그 뒷모습.그 무엇에도 꿈쩍도 않고 흔들림 없을 그 무거움.
어떻게 사람의 뒷 모습에서 저러함이 나올 수 있을까?
그 스님의 목탁 치는 소리에 끌려 알수 없는 염불소리 들으며 삼매경에 빠져 들었습니다.
잠시후 뒤돌아보니 선생님과 반 친구들은 모두 사자암으로 경봉 노스님 친견하러 다 올라가고 없었습니다.
따라 가기엔 너무 늦었고 해서 나혼자 다시 경내를 둘러 보면서 내려오는 친구들을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사람의 말하는 모습- 설법지상(說法之相)

친구들을 기다리면서 통도사 경내를 돌아보던중
스님들 계시는 요사체 쪽에 툇마루가 있어 그 곳에 앉아 잠시 쉬고 있는데
방문이 열리더니 스님 한 분이 나오셨습니다.
얼른 스님께 인사를 올리고 질문이 있는데 여쭈어 봐도 괜찮은지 물었습니다.
그 스님께서 웃으시면서 물어 보라 하시기에
스님 불법이 무엇입니까? 하고 여쭈었습니다.       
제악막작(諸惡莫作) 중선봉행(衆善奉行) 자정기의(自淨其意) 시제불교(是諸佛敎)라 하시며
그 뜻에 대해 말씀해 주셨지요. 또 여쭈어 보았습니다.
이러한 것을 다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스님께선 이책 저책 툇마루로 많이 꺼내 놓으시고 자상하게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때 저는 크나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관광객 많은 곳에 지나가던 어린 여학생 한명에게 이토록 진솔하고 자상하게 일러 주시는 그 모습에서
사람의 겸허하고 숭고한 전법의 정신이 담백하고 가득함을 어린 나이에도 느낄수가 있었습니다.
그때 사자암에서 경봉 스님을 친견하고 내려오는 선생님과 친구들이 보여서 스님께 인사하고 나왔습니다.
그때 그 스님은 통도사 강주 종범 스님이셨습니다.
지금은 중앙 승가대 총장님이신데 가끔 불교TV에서 대중들을 위해 설법하시는 모습에서
그 때의 모습을 뵙는듯 합니다.

 

      사람의 느낌-자비지기(慈悲之氣) 

처음 석천 대사님 삭발을 도와 드릴 때였습니다.
대사님 머리 피부에 손 끝이 닿는 순간 그 느낌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손끝으로 부터 전해져 오는 자비하고 인자하신 그 기운들의 느낌!
사찰에 있으면서 수많은 스님들을 삭발해 드렸습니다.
그러나 이런 자비의 기운을 이토록 강하게  넘쳐 흐르도록 느끼게 해주시는 분은 만나지 못했습니다.
자비의 기운 ! 얼마나 많은 세월 동안의 수행력이라야 이렇게 될수가 있는지요?
강아지도 고양이도 토끼도 새들도 지금 이 자비의 기운을 받고 건강하게 살고 있습니다.
오가피도 꽃나무들도 텃밭의 채소들도 손끝으로 전해지는 이 자비의 기운으로 자랐습니다..
저 역시도 죽음 직전의 고통에서 이 자비의 기운에 의해 새 삶을 얻게 된것입니다.

사람의 앞 모습
사람의 뒷 모습
사람의 일거수 일투족 행동거지 하나하나
그 사람에게서 느껴져 오는 여러가지 변화의 기운들.     .        
모습에서 음성에서 색상에서
굳이 관상을 들추고 꼼짝못할 사주팔자 거론치 않아도
그사람 그대로의 본래 기운은 감출수도 속일수도 없는 것이지요.
전생의 습기와 과거 숙세 업연들로 인해 이어지는 현생의 삶.
과거생 보기를 현생보듯 미래생 보기를 현생보듯 한다면
좀 더 우리의 삶은 폭넓은 이해속에 관용을 베풀고
복잡하게 얽힌 원한의 매듭들을 내생으로 넘기지 않고
금생에서 풀어 없애고 편안한 마음으로 삶을 이어갈 것입니다.
항상 모든 이들이 자비심 충만 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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