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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창작/어머니의 묘한 삶, 묘연사

길고 긴 꿈 (2012.01.31.)

by EugeneChoi 2024. 12. 5.


 

  길고 긴 꿈


  雲門寺 金堂.
  대중스님들은 모두 잠이 들었습니다.

  청풍료 설현당 후원 강주실 원주실 객실
  소임스님들 처소까지 모두 잠이 들었습니다.
 
  찬연한 달빛만이 고요한 절 도량을 맴돌고
  대중은 모두 바쁘게 꿈속을 오가며
  또 하나의 세상 이야기들을 만들어 가고 있었습니다.
 
  나 역시도 꿈속에서 헤메였습니다.
  대중스님들과 함께 국제포럼에 참석했다가
  다시 운문사로 되돌아 오는 꿈이었습니다.
  많은 대중스님들이 나의 뒤를 따라 오고 있었습니다.
  나는 앞장서서 길 안내잡이가 되어 운문사를 향해
  부지런히 걸어 가고 있었습니다.
  한참을 걸어 가다가 세갈래 길에 다달았습니다.
  한쪽길은 험악한 바위산길이고 한쪽길은 천애절벽 낭떠러지 였습니다.
  또 한쪽길은 한발짝도 더 내디디기 힘든 비수 칼끗같은 바윗돌들이 솟아 올라 있어
  도저히 앞으로 나가기 힘든 길바닥 이었습니다.
  세 길 중 어느 한 길로도 지나 갈 수가 없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내뒤의 대중들은 재촉하기 시작 합니다.
  왜 빨리 가지 않느냐구요
  기다려 보라고 지금 길을 찾고 있으니...
  아무리 둘러 보아도 나아갈 길은 보이지가 않습니다.
  대중들은 보채고 앞길은 막연하고
  심히 심사가 불편합니다.
  마음은 급해지고 수백 대중을 위해서라면
  어느 길로라도 빨리 찾아서 운문사를 향해
  행보를 계속 해야 했습니다.
  저녁에불 시간전에 도착해야 하는 책임 때문에
  마음이 무거워지고 세 길 중 한 길을 가야 했기에
  길 찾기를 여러 차례. 진땀을 흘리며 무진애를 써 보았지만
  그 어느 길도 아니었습니다.
  지금의 이 대중은 이 험악한 세 길에서 어느 길로도
  갈수 없음을 잘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중들을 편히 지나가게 할 길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하여 그 급박한 순간 마음이 낙담하고 포기한 상태로 그냥 마냥 그렇게
  모든것을 놓아버린 아주 편한 상태로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추어 서서 
  시 한수를 읊기 시작 했습니다.  
 
  이리갈까? 저리갈까?
  길못찾아 헤메이네.
  한바탕 꿈깨고 나면
  바로 그 자리인것을.  
 
  그리고는 벌떡 일어나 꿈에서 깨어 났습니다.
  아! 그야말로 한바탕 꿈이었습니다.
  바로 운문사 금당 안 이 자리였던 것이었습니다.
  둘러보니 희미한 어둠속에 도반 스님들과 대중 스님들은
  아직도 고요히 잠들어 있었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생각해 보니 참으로 다행이었습니다.
  후유! 여기가 운문사 금당이로구나.
  그런데 분명 꿈은 깨었으되 길은 찾지 못했고
  한바탕 꿈깨고 나면 바로 그 자리인 것이 명확하게
  깨어지지가 않는 거였습니다.
  그때부터 머릿속은 복잡해지고 헝크러지고 오리무중 어둡고 답답한
  길고 긴 인생길 터널 속을 헤메고 다녀야 했습니다.
  그 어디에도 명쾌하고 밝은 길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아련히 뭔가가 깨일것만 같은 그 무엇이 온통 나자신을 괴롭히며
  세월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길고 긴 하나의 꿈에서 헤메이길 오랜세월
  숱한 세월이 흘러가던 어느 날
  묘법연화사 대법당에서 그 꿈은 깨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법당 경상위에 펼쳐져 있는 묘법연화경
  석천대사님께서 독경하시는 법화경이었습니다.
  사람은 다 같은 사람이로되 제각각 다 다른사람이듯
  묘법연화경 역시 그와 같았습니다.
  그동안 내가 항상 수지하며 독경해 오던 묘법연화경과
  석천대사님께서 독경해오신 묘법연화경은 분명히 달랐습니다.
  너무도 다른 큰 차이가 있었기에 독경하시다가 경상위에 그대로
  펼쳐 놓으신 법화삼부경을 본 바로 그 순간 나의 눈이 확 떠지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심봉사가 눈을 뜨듯.그동안 나의 눈은 뜨고 살았으되 뜬것이 아니었습니다.
  세상을 보고 살았으되 보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얼마나 오랜동안 얼마나 많은 독경을 하셨으면 경권이 너덜너덜 다
  떨어져나가고 경글이 보일동 말동 그러한 묘법연화경이 여러권.
  수십년을 수행해오신 그 묘법연화경의 위력은 불가사의였습니다.
  석천대사님과 묘법연화경 알면 알아 갈수록 그 신묘함이 더해져 가기만 하는
  세상 사람들은 가히 상상조차 범접치 못할 묘한 경지들인 것입니다.
  세간과 출세간의 경지 어찌 말로서 표현할수 있으리요.
  운문사 금당에서 꾼 꿈.
  한바탕 꿈 깨고 나면 바로 그 자리인 길고 긴 오랜 꿈이
  밝은 길을 찾아 묘법연화사 대법당에서 바로 꿈깬 그 자리인 것을
  확연하게 맑고 깨끗하게 깨인 것입니다.
  오랜 세월의 길고 긴 雲門寺 金堂의 찬연한 달빛 꿈 이었습니다.  
 


  2012.1.31
  관음 김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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