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인 수레
쩔거렁 퉁탕! 쩔거렁 뚱 땅!
어두운 밤길 요리 조리
미끄러지듯 살팡 살팡
고물가득 실은수레 나는듯이 가는구나.
은행사거리 모퉁이 돌아 불암산 아래로
네온 불빛 저 멀리 인적 없는 넓은 길을
동짓달 한파속 긴 긴 그믐밤을 밟아 가시는구나.
눈보라가 휘몰아 쳐도
세찬 비 바람이 불어 닥쳐도
천둥 번개 우뢰가 천지를 진동해도
맹염 한파 폭설이 쌓여 가로 막아도
언제나 한결같이. 언제나 한결같이
쩔거렁 퉁탕! 쩔거렁 뚱땅!
사르르르 자박 자박
곱게 지나가는 고물 수레여!
10년을 기한정코 7년을 한결같이
하루도 쉬임없이 지나가는 저 도인.
힘든세상 모진고통 이리저리 굴르다가
대사님 수레 만나 여기저기 매달려
쩔거렁 뚱땅 철커덩 퉁 탕!
온갖 고물 세상사가 흔들려 가네.
이리 저리 이곳 저곳
졸듯이 흔들려 가는 고물 수레여!
때로는 찬연한 달빛 아래서
해묵은 소쩍 소리 벗을 삼아
미묘한 천상향 공양 내린 길을
가벼이 가벼이 고물 가득 높이 싣고
조용히 지나 가시는 구나.
뉘라서 저 도인 알아 볼 것이며
뉘라서 저 자취 밟아 갈거나.
무심도인 빈 수레 휙휙 지나 가건만
어느 뉘 눈밝아 바라 볼 줄 모르고
뉘 하나 따라가 올라 탈 줄 모르네.
어린 두 강아지 아지 준이만이
신나게 타고 앉아 졸고 졸며
끄떡 끄떡 흔들려 가는구나.
남루한 행색에 어줍은 듯 하니
눈 어둔 중생들이여
도인을 모르는구나.
중생 고통 알고자 고행으로 다니시니
파지 박스 구리 철 빈깡통 하나 일지라도
알게 모르게 대사님께 시주한 그 공덕
그대들 복량이 한량 없구나.
남들은 필요없다 버린것들
대사님은 끌고와 재활용 하시니
굶주린 중생들 주린배 채우는구나.
이미 큰 거목 되어 뭇 생명 깃들기를 기다릴 뿐.
이미 큰 그릇 되어 온갖 생령 담아지길 기다리실 뿐.
대승보살 원력으로 인연따라 오는중생
불상타 여기시어 자비를 베푸시니
금생 내생 후생에
인연있는 모든 이들
불암산을 밟으라.
귀머거리 코머거리 눈머거리도
석천대사 고물수레 올라 타면은
한 수레 거두어 밝은 세상 간다네.
몸도 마음도 지친 이들이여!
대사님 고물수레 타지 않겠소?
쩔거렁 텅텅! 쩔거렁 텅텅!!
청량한 그 눈빛에 신심이 맑아지니
묘한 인연 해탈 열반
성불도가 멀지 않으리.
2011.12.15. 신묘년 동짓달. 별빛 차가운 밤에
불암산 묘법연화사 공양주 관음
고행대사 도인수레 기다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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