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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창작/어머니의 묘한 삶, 묘연사

신묘묘 순둥이 잘 가거라 (2011.12.03.)

by EugeneChoi 2024. 11. 27.


   신묘묘 순둥이 잘 가거라.

   묘묘가 갔습니다.
   어젯밤 교통사고로.
   나무아미타불......

   묘묘는 참 영리한 토끼였습니다.
   하루 이틀 사흘동안 제집 안에서만 순하게 지내면서
   주는것만 먹으며 제집 주위를 이리저리 돌아보며 강아지들의 움직임을 살피는 거였습니다.
   막내 미타가 처음부터 묘묘가 궁금해서 견딜수가 없었지요.
   배추잎 무잎 과일 사료 뭐든지 다 잘 먹는 묘묘가 신기하고
   제 귀보다 더 긴 묘묘귀가 희한한 거예요.
   그래서 미타는 묘묘를 집밖으로 나오게 해서 제대로 살펴 봐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미타는 묘묘집을 물어뜯고 갉아내고 발로 긁고 구멍내기 대공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러지 말라고 야단을 쳐도 도저히 궁금증에 공사를 멈출수가 없습니다.
   묘묘는 내심 이제 슬슬 나가 볼 때가 됐는데 어떻게 나갈까 하고 궁리하면서
   슬쩍 한번씩 휙 뛰어 넘어 제 집 밖으로 나오곤 해보았습니다.
   그럴때마다 엄마가 붙잡아서 도로 집안으로 넣곤 합니다. 
   음 이렇게 되는 거로군. 하면서 완전히 나올 기회를 찾고 있었는데
   마침 조그마한 미타가 때맞춰 일을 벌여 주는 것이지요.

   작은 구멍이 났습니다.
   미타가 고개를 들이 밀고 안을 들여다 봅니다.
   길게 누워있던 묘묘랑 눈이 마주쳤습니다.
   그런데 고개가 아파서 얘기 할 수도 없고 목을 마음대로 돌려 볼 수도 없어서
   미타는 고개를 빼낸 후 다시 공사를 더 하기로 했습니다.  
   큰 구멍이 생기고 조심스럽게 묘묘가 나오자 둘은 서로 탐색 작전에 들어가 서로 살피기
   시작하더니 금새 서로 인사하고 친해져서 이리 저리 몰려 다니며 놀기 시작 합니다.  
   이구석 저구석 이방 저방 이리뛰고 저리뛰고 야단들이지요.
   아무데나 똥싸고 오줌싸고 이슬이 보름이 설공이 아공이가 앉고 누워 잘 곳도 없게 만들어 버립니다.
   점잖은 선객 설공이까지 묘묘를 제지 시켜보지만 역부족입니다.
   묘묘 역시나 궁금한 것들에 대해서는 참고 있기가 어렵습니다.
   이미 작은 집은 없어졌고 묘묘는 이제 자유의 몸이니까요.

   며칠동안 방안에서 여러 친구들과 어울려 재미있게 놀며 밥먹을 때면 으례 같이 와서
   저도 강아지인양 대사님 무릎에 올라 앉기도 하고 서너마리가 서로 앉으려고 자리다툼
   하는데 끼이기도 하고 밥상아래 여럿이 드러 누우면 묘묘도 같이 앞다리 쭉 뒷다리 쭈욱 뻗고
   같이 드러 누워 있지요.

   그러다가 묘묘의 궁금증은 부엌으로 향했습니다.
   부엌까지만 나와서 이곳 저곳 살폈습니다.
   부엌엔 한구봉서가 문옆에 앉아서 나오고 들어가는 엄마를 바라보며
   눈 한번이라도 더 맟추고 다정한 말 한마디에 쓰다듬어 주길 기다리는 구봉서가 
   묘묘를 견제하려 합니다.
   얼른 둘을 인사 시키고 봉서에게 묘묘한테 위협주면 안된다고 일러 주었습니다.
   둘은 금새 또 친해져서 묘묘는 봉서를 따라 여기저기 구경하더니
   부엌 문턱을 넘어 뭉치 준이 아지 이월이 칠칠이 백구가 먹고 자는
   법당앞 안마당으로 나갔습니다.
   새로 보는 모든 것들이 호기심을 더욱 유발시킵니다.
   냉장고들 사이로 가스통들 사이로 수돗가로 양파자루 감자바구니 사이로
   봉서랑 칠칠이랑 보통 재미난게 아니지요.
   특히 칠칠이는 형이지만 성품이 한없이 착하고 유순해서 애기보기 언니 보모처럼
   미타를 애기때부터 잘 거두고 키우며 봐준 경험이 있기에 묘묘를 데리고 놀아 주는건
   새롭고 쉽고 재미나고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묘묘는 더 신나고 좋아서 더 깊은 곳 까지 맘 놓고 들어가 봅니다.   
   제일 크고 무서운 뭉치 할아버지가 묘묘를 보자 달려와 으렁거리고 
   준이 아지 이월이 까지 몰려와 꼬리 흔들며 통성명에 안면 트자고 묘묘옆에서 야단들입니다.
   뭉치부터 묘묘를 물지 못하게 하고 모두 사이좋게 서로 잘 지내야 된다는 것을 
   단단히 일러 두었습니다.

   며칠 사이에 묘묘의 생활 놀이 공간이 많이 넓어졌습니다.
   친구들도 많아졌습니다.
   오다 가다 염불 소리도 자주 들었습니다.
   백구가 처음와서 정신없이 날뛰며 돌아 다녔으나 독경소리 여러날 듣더니
   차분하니 성정이 가라앉듯 
묘묘도 분위기 파악하더니 견공들과 같이 차분해지고
   견공들 사이에서 난로 옆에도 같이 앉고 
강아지들 이불 위에 오똑하니 앉아서
   털도 깨긋하게 고르며 한식구로 정들어 가고 있었습니다.

   우리집 견공들은 모두 합창단이지요.      
   32 마리가 있었을 때도
   상추 배추 쑥갓 깻잎 파 마늘 시금치 고등어 오징어...크게 마이크 소리로 외치며 가는
   야채장사 차나 고물 팔아요 고물 삽니다 차가 지나가면 모두 집앞 계단으로 몰려가
   층층이로 줄줄앉아 하늘 향해 목을 높이 쳐들고 마이크 소리랑 같이 상추 배추 외치며
   합창들을 하는게 가관이었답니다.

   어제도 여러 마리가 합창하러 나가는데
   토끼 묘묘도 같이 얼결에 뛰어 나가 합창 구경 하고 나서
   계단 저 아래 보이는 세상들...오가는 사람들과  달리는 차들을 구경하고 앉아있는 묘묘를 안고 데리고 들어왔는데.. 
  
또.. 또.. 자꾸만 묘묘는 바깥 마당으로 견공들을 따라 뛰어 나갔습니다.
   멈출수 없는 순둥이 묘묘의 호기심은 막아둔 가리개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나가면 위험해서 다치게 된다고 일러 줄 땐 두 눈 동그랗게 뜨고 잘 들었지요.
   구봉서 칠칠이 이월이 한테도 묘묘 절대 못나가게 막으라고 했습니다.

   밤이 깊어지고 고양이들이 지붕위에서 시끄러울 때
   견공들 따라서 뒷다리 긴 묘묘도 같이 집 밖으로 뛰어 넘어 나갔습니다
   묘묘의 호기심 발동이 결국엔 골목 뒷길로 해서 찻길로 이어져  
   이슬이가 부르는 소리도 미타 보름이가 방안에서 애타게 부르는 소리도 다른 견공들이
   따라 가며 말리는 소리도 들리지가 않았습니다.
   제 고집대로 성급하게 위험한 찻길로 나간 순둥이 묘묘는 그때
   언덕길에서 내려오던 차의 불빛에 당황해서 멈칫 거리다가
   머리를 부딪치고 피를 흘리며 그 자리에서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차는 그냥 지나가 버렸고 뭉치 아지 준이는 묘묘 옆으로 가서 킁킁거리며 이곳 저곳 살피면서 생사를 확인합니다.
   칠칠이 백구 이월이 구봉서는 집으로 달려와 묘묘의 사고 소식을 알리며 짖어댑니다.
   집안에서 묘묘를 찾다가 견공들 날카롭게 짖어대는 소리에 불길함을 느끼며 얼른 가 보았더니
   이미 묘묘는 숨을 거둔 뒤였습니다.

   묘묘는 그렇게  한생을 짧게 이 세상에서 살다가 가버렸습니다.
   우리에게 와서 2주 14일 동안의 또 하나 전생 추억 그림자를 남겨 놓고 간 것입니다. 

   신묘묘 순둥이.
   염불소리 좀 더 듣고 갔더라면 차분하고 안정된 내생의 여유롭고 좋은 성품 갖추었을텐데...너무 급했구나.
   아마도 사람으로 태어나겠지. 여뉘집 아들로 태어나 너는 토끼처럼 잘도 뛰는구나
   어쩜 먹는 모습이 꼭 토끼같이 귀엽니?...
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살겠구나.

   묘묘야  
   어딜 가든 행복하여라.
   더 잘 해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잘 지켜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네 가는 곳마다 부처님 가피력 충만하기를 이 엄마가 정성 다해서 빌을께.

   묘묘.
   신묘묘 순둥이
   잘 가거라.
 
   2011.12.3.소설 말
   짧은 인연 신묘묘 순둥이를 보내면서               
   묘법연화사 관음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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