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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창작/어머니의 묘한 삶, 묘연사

새 가족이 생겼어요 (2011.12.11.)

by EugeneChoi 2024. 11. 29.

  어제 일순이가 할머니 손에 이끌려서 우리집으로 왔다. 살던 곳에서 쫒겨나 더 이상 어느 곳으로도 갈데가 없어서 다시 이곳으로 왔으니 일순이를 받아 달라며 억지로 끌며 데리고 왔다. 일순이는 할머니랑 헤어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치고 안간힘을 쓰며 할머니를 따라 갈려고 울부짖고 난리다. 할머니도 많이 편찮으셔서 일순이를 이곳에 맡겨두고 멀리 있는 동생네 집으로 내일 떠나실 거라고 하신다. 이별의 순간은 누구나 고통스러운 것이다. 더군다나 한 가족이 되어 깊은 정으로 함께 살다가 피치못할 사정에 의해 찢겨져야 하는 아픔은 더욱더 애타고 가슴이 찢겨지는 고통을 느껴야 하는 것이다. 우리집에 방을 하나 더 만들어서 할머니랑 일순이랑 같이 사시도록 해드리면 안되겠느냐고 말씀드려 보았지만 이미 병이 깊고 병원도 다녀야 하고 해서 여동생네 집으로 가야 한다며 굳이 사양 하신다. 일순이만 잘 보살펴 달라고 거듭거듭 부탁하신다. 얼마전에 할머니는 일순이를 데리고 손에 10만원을 들고 동물 병원을 찾아 다니시며 더 이상 일순이를 데리고 같이 살 수가 없게 되었으니 안락사를 시켜 달라고 부탁을 했으나 어느 의사도 그 부탁은 안되는 거라며 모두 거절 했다는 것이다. 할 수 없이 다시 이곳을 찾았노라고 미안하다고 하신다. 일순이를 쓰다듬고 달래서 집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다른 견공들이 새로 온 낯선 친구를 보고 킁킁대고 짖고 야단들이다. 일순이가 올 봄에 한차례 와서 몇달 있다가 할머니가 도로 데려간 적이 있었다. 그 때도 일순이가 살던 곳의 땅 주인이 그 땅을 의지해서 살고 있던 여러 마리의 개들을 모두 빨리 치우라고 해서 다른 개들의 주인은 개장사에게 팔기도 하고 다른곳으로 보내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일순이 할머니는 도저히 일순이를 버릴 수가 없어서 깊은 고민 끝에 우리집으로 일순이를 데리고 와서 키워 달라며 부탁 하신 것이였다 이미 그전에 서로 안면이 있어서인지 서로들 금방 얼굴을 익히고 금새 서로 친해진다. 무척 다행이다. 할머니가 이런저런 인연들을 놓아버리시는 걸 보니 머지않아 이 세상을 떠나시려나 보다. 사람들은 참으로 어리석고 야박하다. 이 우주 공간에 함께 살면서 어차피 내것도 아닌 땅 덩어리 조금 더 차지 했다고 영원히 내것인양 으시대며 다른 생명들을 홀대하고 무시하고 사람만 제일인양 비웃고 때리고 더럽다 하며 욕을 한다. 이 세상에 내것이란 아무것도 없는데...이 세상에 푸른 초원 모든 생명들이 함께 누릴 수 있는 것인데...왜..인간들은 저만의 것인양 탐욕에 넘쳐 폭락을 누리며 가장 가까이에서 한 가족처럼 지내는 애견들에게 까지도 그냥 관심없이 버려 둔 조그마한 땅 한 귀퉁이 베풀지 못하는 것일까? 개 짖는 소리는 시끄럽다 하고 개 똥은 더럽다고 한다. 같이 살아 가고 있는 생명의 입장에서 좀 너그럽게 봐주고 불쌍히 봐주고 넓은 우주 공간의 여러가지 음악 소리로 들어 주면 안되는 것일까? 우리 집에는 한때는 고양이가 100 여 마리 넘게 있었고 고양이 수가 줄어들자 강아지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인연이 다해 떠나간 강아지들 까지 100 여마리에 이른다 . 지금은 견공들만 12 마리 고양이는 5 마리 그외에도 먹이를 챙겨 주어야 하는 동네 까치 까마귀들 비둘기 무리들. 이름모를 여러 새들과 조잘거리며 몰려오는 참새떼 가족들. 허수룩한 집안에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아 항상 바쁘고 복잡한 집안이다. 그렇지만 항상 즐겁고 행복하다. 이런집에 일순이가 어제 또 한 식구로 더 들어온 것이다. 있는 밥에 까짖거 숫가락 하나 더 올려 놓으면 되듯이 일순이 입만 하나 더 보태면 되는 것이다. 잠자리야 저들끼리 알아서 위계질서 정할 것이고 서로 다정 하게만 지내주면 되는 것이다. 일순이와 할머니. 이제 다시는 서로 만나지 못할지도 모른다. 이별의 아픔은 큰것이다. 지금도 일순이는 할머니를 생각하며 길게 목놓아 울고 있다. 아랫 동네 저 넘어 멀리 까지 일순이의 서러움이 서글프게 서글프게 울려 퍼져 나가고 있다. 다가 오는 인연도 피할 수 없고 떠나가는 인연도 붙잡을 수가 없다. 일순아 ! 건강하게 행복한 마음으로 네 마음껏 자유롭게 잘 살으려무나. 할머니! 일순이 걱정은 하지 마시고 건강 잘 챙기셔서 평안 하시기를 바랄께요.

   2011.12.11.
   대설 절기에 일순이를 새가족으로 맞이하면서 귀여운 꾸러기들의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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