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주택
스님은 백사마을을 떠나고 공공임대주택으로 입주하셨다.
22층의 햇살 좋고 전망 좋은 집이었다.
월세도 13만 원 정도로 부담이 없다.
우연의 장난일까, 그 시기에 맞춰서 어머니는 중환자실로 들어가셨다.
이제 좀 나은 삶을 사실 수 있었을 텐데.
어떻게 시기가 이렇게 맞지 않을까.
아파트 단지 사이로는 당현천이 흐르고
여기에서는 종종 축제와 다양한 행사도 열린다.
"엄마 몸이 괜찮았을 때 여기로 왔었다면
나름 편안하고 재밌게 사셨을 텐데.
이웃들이랑 이야기도 나누고
사람 지나다니는 것도 구경하고
가끔씩 강가 산책도 나가셨을 텐데.
보니까 아파트 입구에 경사로도 있더라고.
어머니가 편하게 왔다 갔다 하셨을 수도 있었는데. "
"그러게. 살기 좋은 곳이네.
노후를 여기서 편안하게 보내셨을 텐데."
어머니에게 암보험, 사망보험같은 거는 다 해지하고 앞으로 들지 말라고 했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어머니의 혈관은 괜찮았었다.
이렇게 단기간에 눈이 실명될 줄은, 의식을 잃고 중환자실로 이동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보험료 낼 거 아끼셔서 그걸 나중에 치료비로 쓰는 게 나을 거예요.
어머니 앞으로 오래 사실 거잖아요?"
하지만 어머니가 우리 모르게 들어놓은 보험 몇 개가 있나 보다.
시간 될 때 정리하려고 한다.
#추억
엄마랑 주고받았던 카카오톡이랑 메시지를 처음부터 천천히 읽어보았다.
그래도 내가 엄마한테 따뜻했구나.
이모티콘도 많이 보내고 통화도 많이 했구나.
어머니 빚도 갚아드리고 선물도 많이 사드리고
생각보다 자주 찾아뵀구나.
사랑한다고도 자주 말했었구나.
나, 생각보다는 따뜻한 사람이었구나.
그런데도 마음이 아프다.
더, 더 많이 잘했어야 했는데.
엄마를 촬영한 유튜브 영상도 계속 돌려보는 중이다.
엄마가 나온 모든 영상을 보고 있다.
엄마가 너무 그립다.
https://www.youtube.com/watch?v=zXB1Zv_yaSQ&list=PLT4s7Am5RXzOGHQWqhLRRYbrYR9VSeL0j&index=7
#편지
어머니가 내게 써주신 편지를 찾았다.
#내가먼저
엄마에게 너무 미안했다.
따뜻한 말 한마디, 한 번이라도 더 해드릴걸.
더 자주 찾아갈걸.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걸.
더 많이 어머니 이야기를 들어줄걸.
더 많이 손을 잡고, 더 많이 안아드릴걸.
엄마. 정말 너무 미안해.
많이 힘들고 외로웠지.
그래도 다행이다. 정욱이가 힘이 많이 되어줘서.
그때 나도 같이 있었어야 했는데.
엄마 많이 아플 때 나도 같이 있어줬어야 했는데.
엄마, 내가 먼저 가서 기다릴까?
엄마 지금까지 외로웠는데, 먼저 가면 또 외로울 거잖아.
차라리 내가 먼저 가서 웃는 얼굴로 엄마를 맞이할까.
그럼 엄마 안 외로울 텐데.
더 이상 이 차가운 세상에서 혼자 살지 않아도 되잖아.
만약 내가 먼저 가서 엄마를 기다린다면
그렇게 해서 엄마를 볼 수 있다면
나 그렇게 하고 싶어.
그리고 엄마.
미안하다는 말 좀 하지 마.
맨날 엄마가 돼서 아들한테 해준 게 없다고, 그런 말 하지 마.
그런 거 안 해줘도 돼, 그런 거 바라지도 않아.
뭘 해줘야 가족은 아니잖아.
그냥 내 엄마로 있어 줘.
엄마랑 이야기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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