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께/달빛 한 조각26 바라는 기적 이 세상에 좀 더 사랑이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그래서 연인뿐만 아니라 가족들과 친구들에게도 사랑한다는 말이 인색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세상이 좀 더 따뜻해졌으면 좋겠습니다나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비난하고 헐뜯는 것이 아닌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그 다름 또한 서로에게 없는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알고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세상이었으면 좋겠습니다내가 바라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 나의 우주이기에나의 우주를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나를 예쁘게 가꾸고 다른 우주과 포개어져 더욱 찬란했으면 좋겠습니다살아가는 그 무엇도 나보다 못한 것이 없다는 것을 알고 배고픈 생명에게 음식을 나누어주고 추운 생명에게 옷을 내어주고 나보다 크다고 해서 고개 숙이지 않고 나보다 작다고 해서 업신여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남겨진 사람들이.. 2025. 4. 15. 손가락 작고 네모난 지우개 잡던영원할 줄 알았던 내 손가락언제나 노란 민들레 쓰다듬던수북하게 쌓인 은행잎 펼치던얇고 고왔던 내 손가락어느새 키 큰 어른이 되어집으로 돌아가는 달빛 아래첫눈처럼 밝아온 내 손가락마디 마디 굵어진 내 손가락엄마를 닮아 있네 2025. 4. 15. 그리운 당신 창틀에 기대어 선 채로옷 사이로 불어오는 당신 향기어느새 태양은 저무는데밤공기 사이로 난 무얼 기다리나하나 둘 피어나는 저 별들도매일 나를 찾아오는데듣고 싶은 당신 목소리어디에서도 들려오지 않네겨우내 녹은 하얀 눈으로벚꽃도 피어나는데마음속 쌓여버린 노란 연탄재찬 겨울 공기 끌어안고 있네머리 위로 내린 별빛 따라내 마음 보내면 되는 것을외로운 방구석에 홀로 앉아두 눈은 천장만 바라보네 밤하늘에 펼쳐진 별들 사이로기러기떼 높이 높이 나는데어디에도 닿을 곳 없는 내 마음바람 따라 흘러만 가네 2025. 4. 15. 풀꽃 길가에 핀 꽃처럼언제 쓰러질 지도 모르는 채 아름다운 중이다 2025. 4. 11. 벚꽃 사람들은 찰나의 벚꽃만 찾아가네 아, 벚꽃은 피고 내림이 짧던가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찾던가 길가에 핀 후리지아 제비꽃 쑥부쟁이늘 곁에 있어 무심코 지나가버린 아름다움내려다보아야 보이는 소박한 아름다움주어진 것들을 사랑할 자신이 없다면놓아진 그대로, 남겨진 그대로잃고서도 후회하지 않으면 되거늘집착마저 깊어져 삶은 고통으로 가득하네 사람들은 곁에 주어진 것들을 사랑하지 못하네 따뜻함 내리는 태양빛을밤길 밝혀주는 달빛을사람들은 사랑하지 못하네 2025. 4. 11. 옛집 길모퉁이를 지나 외딴 산동네를 홀로 찾아가선 천천히 거닐어 봅니다 걷고 걷고 또 걸어 어느새 향기가 익숙한 절집에 멈춰 섰습니다 이곳에는 여전히 나리꽃이 붉고, 아카시아 향이 짙고, 귀뚜리가 짝을 찾고, 소쩍새가 울고, 흩어지는 향연기가 있고 당신의 목소리가 있고 차가운 겨울이 있습니다 나는 법당 앞에 서서어머니, 어머니당신의 이름을 불러봅니다어머니,나는 당신이 한때 앉아있던 터에 서서바람이 지워낼 발자국만 남겨봅니다눈 감으면 들리는 당신 목소리에살며시 내 목소리 포개어 봅니다이곳에는 더이상 나리꽃은 없습니다 벗 없는 아카시아 가지에는 바람조차 없습니다 짝을 찾는 귀뚜리도, 밤을 우는 소쩍새도,하늘 어딘가로 향하는 향연기도,포근한 당신의 목소리도 없습니다 외로운 산동네 집집마다 짧은 겨울해가 남기고 간 .. 2025. 3. 29. 아픈 마음 아픈 마음살살 달래어보자고름 얹히지 않도록더 아프지 않도록멍든 마음살살 어루만지자오래 남지 않도록더 옅어지도록찢긴 마음잘 이어붙이자상처 생기지 않도록흉지지 않도록뚫린 마음잘 가리어보자바람 들지 않도록들키지 않도록2025.03.21.鎭 2025. 3. 21. 삶은 그런 것입니다 삶은 그런 것입니다 해가 질 무렵 어스름에 밀려한 순간 강렬히 불타오르다바스라지는 노을 같은삶은 그런 것입니다푸르른 거목의 새와 곤충 사랑하는 마음겨울바람이 남김없이 날려보내어앙상한 가지만 외로이 남는삶은 그런 것입니다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머무르다결국 모두에게서 희미해져버리는한 순간의 짧은 동화 같은삶은 그런 것입니다내가 세상의 중심인 줄 알았건만드넓고 황량한 우주의 별빛 속에서홀로 처량히 떠다니다 빛바래지는삶은 그런 것입니다모든 것들이 영원할 줄 알았건만어느새 하나 둘 사라지고 혼자 남아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는삶은 그런 것입니다삶은 그런 외로운 것입니다2025.03.21.鎭 2025. 3. 21. 계절 언제가 따뜻한 봄이고언제가 차가운 겨울인가어머니 계실 때 내리던 가랑비가어머니 안 계시니 눈이 되어 내리네어머니 계실 때 빛나던 봄꽃씨들어머니 안 계시니 흰눈 속에 잠자네어머니 계실 때 들리던 사랑노래어머니 안 계시니 외로움만 들리네어머니 계실 때 가득하던 행복샘어머니 안 계시니 공허함만 남았네아- 뒤늦게 깨달았네그때가 봄이었음을2025.03.21.五色英明, 鎭 2025. 3. 21.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