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요.
있잖아요.
그런 날 있지 않아요?
처음 본 사람에게 속마음 다 털어놓고 싶은 날.
나는 주로 여행할 때 그런 마음을 느끼곤 해요.
가까운 사이에게 괜히 짐을 주는 게 될까봐
괜히 누군가에게 기대는 한없이 약한 존재처럼 보일까봐
친구, 연인, 가족에게는 말하지 않고
어쩌다 마주친 낯선 이에게 조용히 털어놓고 싶은 때가 있어요.
무책임한 걸까요, 그들을 귀찮게 하는 걸까요.
하지만 대화가 시작되면 그런 마음은 들지 않더라고요.
그냥 편해요. 다시는 보지 않을 사이니까.
그이들은 억지로 내 마음을 들어주는 걸까요?
잘 모르겠어요.
인간들은 너무 이기적이어서, 잘 모르겠어요.
혹시 내가 여름이 좋아진 이유가
따뜻함을 원해서 그랬던 걸까요.
일본인 친구들을 보고 싶어요.
카렌, 아카리, 타쿠조, 모에카, 유마, 메구미...
그 친구들은 진짜 소중해요.
외모, 학력, 직장, 재산 이런 거 안 보거든요.
오로지 저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봐주거든요.
달이 보이네요.
그거 알아요? 세월이라는 말,
달 안에서 살아온 시간을 세월이라고 한다고 누군가 그랬어요.
우리가 달을 보는 시간은 하루 중에 8시간도 되지 않으니까,
우리는 모두 어린아이인 걸까요.
그래서 우리가 모두 미성숙하고 이기적인 걸까요.
달로 가면, 저 멀리까지 우주선을 타고 달로 간다면,
거긴 오랜 세월을 살아온 이들이 살고 있겠죠.
떡방아를 찧는 토끼들이 산다고 해도
적은 세월을 살아온 지구인들보다 낫겠죠.
달로 떠나고 싶어요.
지구에서 사라지고 싶어요.
아주 오랫동안 꿈을 꾸고 싶어요.
꿈 속에서 지구를 떠나 달로 가서,
꿈이니까 내 마음대로 할 수 있겠지,
선하고 따뜻한 생명체들을 만들어서
오손도손 그리고 조용히, 아주 조용히- 살다가
마지막 숨을 쉬고 싶어요.
내가 사라져버리면 같이 소멸할 꿈 속에서
따뜻한 이들과 함께하고 싶어요.
동백이 너무 오래 머무르네요.
동백도 좋지만, 지금은 쑥부쟁이를 보고 싶어요.
꽃들을 보고 싶은데
제가 빛나는 꽃씨들을 심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요.
하긴, 그땐 너무 옛날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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