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na break up"
끝이 났다.
원인은 나에게 있었다.
#그날 밤
Aline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했었다.
어쩌면 마지막 여자친구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가끔씩 보이는 그녀의 어리숙함이 너무 크게 다가왔다.
나보다 어린 여섯 살의 나이 차이가 크게 느껴졌다.
이따금씩 나타나는 여유 없는 모습이 안정적이지 못했다.
두 달 전이었다.
어머니를 잃은 슬픔에 그녀의 앞에서 어린아이처럼 울고 말았었다.
그녀는 나에게 어설픈 위로를 해주었다.
"너만 슬픈 게 아니야, 유진."
이 외에도 많은 말들을, 알린은 내게 해줬다.
내가 평소에 '위로'라고 부르지도 못할 법한 그런 문장들이었다.
그 말을 듣고 난 이후부터 그녀를 대하는 나의 태도가 변했다.
알린은 두 달 뒤에 내게 말했다. 그렇게 말한 이유가 있었다고.
그날, 그녀가 나에게 그렇게 말하기 직전,
내가 무슨 말을 했다고. 그것이 듣기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그래서 그렇게 말이 나와버렸다고.
그래. 그랬다면 내 잘못이다.
그녀를 탓하고 싶은 마음은 조금만큼도 없다.
그냥,
서로 마음을 확인했던 그 시간,
그 타이밍이 좀 이른 때였던 걸까.
영겁의 시간과 수많은 생의 반복 속에서 끈과 끈을 이어낸,
우리는 그 '인연'이 아니었던 걸까.
#위로
따뜻한 위로를, 그녀가 할 줄 안다고 여겨왔다.
내가 슬픔에 빠져있을 때, 아무 말 없이 나를 안아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녀는 조금 달랐다.
"그냥 안아줘. 아무 말 없이 안아줘."
그녀는 울고 있는 나를 안아주었다.
내 차가운 등을 토닥여주었다.
하지만 다음 날부터 그녀에게 정이 가지 않았다.
손을 잡아도 그녀가 나를 안아주어도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조금의 불편함만 느껴질 뿐이었다.
나는 다짐했다.
이제 더 이상 그 누구에게도 위로를 바라지 않기로.
아주 조금씩이나마 바랐던 기적을
더 이상 바라지 않기로,
그 아주 조금의 기대마저도 머릿속에서 지워 없애버리기로.
#외모
나는 그녀의 외모를 보고 만난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화용월태와는 거리가 멀었다.
성격만을 보고 만났기에 그것으로 만족감을 얻고 있었다.
대화가 재미있었던 것이 만남을 이어갈 수 있었던 주 이유였다.
하지만 그 일이 있고 난 후로부터 대화가 재미있지 않았다.
그녀를 좋아하려고 노력했지만
그 노력의 끝은 항상 도로아미타불이었다.
점점 내 마음은 그녀에게서 멀어져만 갔다.
#관계
그녀는 어린 나이 탓에 연애경험이 없었다.
관계를 시도할 때마다 아프다고 하여 더 강요하지 않았다.
몇 달에 걸친 네 번 정도의 시도는 번번이 도중에 중단되었다.
나는 괜찮다고 했다. 정말 괜찮았다.
대화가 재미있었고, 그거면 충분했다.
연인 관계를 지속시켜 주는 만족감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중 두 가지는 '외적 만족'과 '내적 만족'이라고 생각한다.
잠자리가 썩 만족스럽지 않아도 내적으로 오는 만족감이 있다면
그 관계는 유지된다.
가령 대화나 우월감, 안정감 등이 있다.
반대로, 대화가 잘 되지 않아도 잠자리가 만족스럽다면
그 관계 또한 유지된다.
흔히 몸정이라고 한다.
그래서 많은 연인들이 그렇게 싸우면서도
하룻밤 자고 나면 다시 서로가 사랑하고
오고 가는 스킨십 속에서 서로의 마음에 켜켜이 정이 쌓이는 것이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나는 이 관계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우리 관계에 애초에 '외적 만족'은 없었다.
이 관계가 이어지게끔 꽉 붙들고 있었던 하나의 줄이 '내적 만족'이라는 줄이었고
이제 그마저도 끊어져버려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돌연변이
내가 그녀의 바로 옆에서 눈물을 흘렸던 그날
그때 그녀가 아무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숨을 죽인 채 나를 그냥 꼭 안아주었다면
그래서 그 방 안이 우리 둘의 숨소리로 가득 채워졌다면
내 마음은 그대로일 수 있었을까.
애초에 내가 그녀에게 그런 위로조차 바라지 않았다면
그토록 간단하고도 쉬운 '안아줌'조차 내가 바라지 않았다면
우리는 좀 더 가까운 사이로 발전할 수 있었을까.
앞으로 내가 누구와 만날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다.
더욱더 기대를 버려야겠다.
만나기 전에 고심할 것 같다.
두 번, 세 번, 열 번, 스무 번.
신중하고 또 신중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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