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겨울
너무 오래된 기억이라 되짚기 힘들지도 모른다.
이럴 때면 '진작 정리해서 적어둘 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녀의 이름은 A.
브라질계 일본인이다.
나 :
"Hey"
A :
"Hey, how are you?"
나 :
"Not too bad. I'm coming down with a cold."
나는 식중독에 걸렸지만 그때 당시는 내가 감기인 줄 알았다.
우리는 처음 보는 사이였지만 철학 이야기로 부쩍 친해졌다.
학교 지하에서 샌드위치를 먹으며 만난 그날이
우리의 첫 만남이었다.
#스킨십
거의 매일을 같이 하교했다.
그녀의 집과 나의 집은 반대 방향이었지만
버스 정류장은 가까웠기에 우리는 항상 서로의 버스를 기다려주었다.
우리의 시간이 쌓일수록 그녀의 스킨십도 늘어났다.
어느 날 갑작스러운 A의 키스에 내가 당황하기도 했다.
같이 1박 2일로 런던으로 여행을 가기도 했다.
#버거킹
그녀의 미소는 사랑스러웠다.
버거킹에서 왕관을 쓴 사진은 언제나 나를 웃게 만든다.
#꽃다발
우리 사이에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반년이 지난 지금, 다 기억하기란 역시 무리다.
딱 한 가지 확실히 기억하는 건
우리는 진심으로 사랑했다는 것이다.
받았을 때 화려하게 빛나는
하지만 시간이 흘러 금세 시들어버리는 꽃다발처럼.
#그녀
그녀는 성숙했다.
25살이었던 나, 19살이었던 그녀.
나이 차이가 무색할 정도로 그녀의 생각은 바다처럼 깊었다.
그리고 그녀의 학생 시절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 이야기가 모든 것을 설명해 주었다.
#마지막
우리가 함께했던 시간은 고작 2주 정도였다.
'금사빠'라는 단어는 금방 사랑에 빠진다는 말의 줄임말이다.
사람들은 '금사빠'인 사람들이 어린애 같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과연 그럴까.
모든 순간에 최선이었고 진심으로 사랑했다면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A :
"한 사람으로서, 이 짧은 영국이라는 여행에서 너를 알게 된 것은 정말 큰 축복이야.
우리가 이야기했던 우주, 나눴던 모든 순간들에 감사해.
나와 함께 침묵했던 모든 순간들에 감사해.
영국에서 만난 사람들 중, 네가 가장 소중해"
그녀가 일본으로 떠나기 전, 마지막 밤에
우리는 서로 안고 울었다.
"I'll miss you, A "
"I'll miss you, too, Yujin"
"I hope you're happy in Japan and see you again in another country"
"Remember the song, Don't Worry Be Happy"
.
.
[Bobby McFerrin - Don't Worry Be Happy]
우리는 이따금씩 함께 이 노래를 불렀다.
.
.
.
수개월이 지난 지금, 그녀는 나에게 생일축하 메시지를 보내줬다.
지금도 이 노래를 들으면 그녀가 생각난다.
내가 찍은 이 사진을 보고 그녀는 말했다.
"항상 작은 디테일을 캐치하는 네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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