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ne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알린이랑 만나게 될 줄은.
#준비1
"나를 좋아하니?"
나는 물었다.
"너를 좋아해. 하지만 미래를 생각해야 하잖아.
너는 한국에 있고 나는 일본에서 대학교를 다니게 될 거야.
그리고 우리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사실 두려움이 좀 있어. 네가 보지 못한 나의 단면.
내가 화가 나거나, 나의 특정한 모습이 너를 불편하게 만들 수도 있어.
네가 그걸 싫어할 수도 있잖아.
알아가야 할 시간이 필요해."
나는 알린이 한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저 정도의 말을 표현할 정도면, 사실 된 거 아닌가.
대화로 어려움이나 갈등을 해결할 수 있으니까.
세상에 대화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기에
알린 정도의 마인드라면 나는 어떤 어려움도 같이 이겨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준비2
나는 언제나 준비가 되어 있다.
버스를 운전하는 기사처럼
누군가 들어와 주기를 바라는 빈 집처럼
언제라도 버려질 준비, 혹은 내가 누군가를 버릴 준비.
인간관계는 그런 버스 기사와도 같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늘 누군가를 새롭게 만나고 헤어진다.
그리고 그런 관계는 대부분 내가 컨트롤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 시간을 좀 갖자.
내가 제일 잘하는 것은 그저 기다리는 거야.
네가 날 좋아하지 않아도 괜찮아.
친구로 남는 것도 좋으니까.
너라는 사람이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큰 축복이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나는 알린에게 알겠다고 이야기했다.
누군가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렵고도 힘든 일이니까.
"고마워. 나도 마찬가지야.
이렇게 말하는 내가 너에게 또 상처를 주었다면,
혹은 나를 더 이상 좋아하지 않게 된다면
나에게 말을 해줘. 그리고 떠나가도 좋아"
가슴이 조금 아팠지만, 이내 괜찮아졌다.
알린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반전이야기
그랬던 알린에게서 다음날 연락이 왔다.
"할 말이 있어"
"응"
"어제 너와 통화를 하고 생각해 보았어.
나는 불안함이 조금 있는 것 같아.
우리가 만나게 된다면, 우리 관계에 미래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나도 대학교를 다녀야 하고 많이 만나지 못하게 될 거니까.
가끔은 '내가 지나치게 현실적이지 않았다면 좋았겠다-' 생각하곤 해.
내가 너무 미래에서만 살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
물론 미래를 생각해야 하지만, 가끔씩은 너처럼 현재에 집중하면서 살고 싶거든.
내가 미래에 대한 걱정을 지우고 생각해 본다면,
너를 만나는 것에 대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 같더라고.
그래서... 나와 만날래?"
그녀가 고백했다.
순간 밝은 전구 하나가 탁 하고 켜진 느낌이었다.
너무 밝아서 아무것도 볼 수 없는 그런 전구.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해야 하지?
그러다가 그냥
그냥 웃어 보였다.
알린도 웃었다.
"음.. 먼저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어제 많이 생각한 것처럼 보였어.
하지만 갑작스럽긴 하네. 네가 어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었으니깐.
그걸 이해했었어. 나도 지나치게 빠른 관계는 좋아하지 않아서.
다음에 한국에서 만날 때까지 기다리자,
괜한 기대심을 갖지 말자 생각했었어.
그런데 하루 만에 정 반대의 대답을 가지고 와서 놀랐달까.
이유를 잘 모르겠어. 그래서 네가 충분히 생각하고 나서 결정을...
아, 이미 많이 생각을 했댔지. 그 이유도 내게 말을 해줬고.
내가 뭐라고 하는지 잘 모르겠다.
음. 내 대답은 당연히 Yes야.
... 고마워"
내가 대답했다.
우리는 서로의 휴대폰에 비친 얼굴을 보며 웃었다.
"오늘을 기억해. 네가 기억력이 좋지 않으니까 말해주는 거야"
"아, 응. 첫날이 10월 10일이네. 외우기도 쉽다"
"그러네"
"만약에 네가 불안함으로 힘들다면 내게 이야기하도록 해.
내가 도와줄게."
"고마워. 하지만 이건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야.
너가 도와주게 된다면 거기에 적응되어버릴 것 같아"
"응. 내 말은, 너가 혼자서 해결할 수 있게끔 도와주겠다는 말이었어.
나 또한 누군가를 100% 도와주는 것을 선호하지는 않아.
그래서 그들이 혼자서 일어설 수 있을 정도로만 도와주곤 해.
그리고 나도 알고 있어, 네가 성장하고 싶어한다는 걸.
너가 스스로 무언가를 해결해나간다면, 너 또한 많이 배울 수 있을 거야"
비교하고 싶진 않았지만, 나도 모르게 '누군가'와 비교해버렸다.
아니, 나도 모르게 비교가 되었다.
그 '누군가'와는 의사소통이 되지 않았었는데, 알린이랑은 너무 잘 된다.
그 사실에 너무 기뻤다.
"나는 가끔 이 사진을 봐.
멀리 떨어져 있어도, 이 사진을 보면 너의 곁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알린이 말했다.
그녀는 보라색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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