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계사년 삼월 초하루다.
세월이란게 참으로 빠르다.
지난 겨우내 한번도 골목밖을 나간적이 없다.
특별히 나갈일도 없거니와
연탄불 갈고 강아지들 이불빨래에
법화독경하기 바쁜 나날들이라
개나리 피고 벗꽃 목련이 언제 피고 지는지 바라보지도 못했다.
눈앞에 있는 불암산의 변화도 알지 못했다.
다만
나 자신의 변화에 적응하면서
법화독경에 애쓰고 정진타보니 어느덧 세월은 또 이만큼 지나게 되었나 보다.
그동안 부처님 가피로 소멸 되어지는 업장들로 인해 겪으며 지내온
신심의 힘들고 어려운 많은 그 어떤 과정들보다 더 힘든 시간들이었다.
지금도 조금씩 먹는 음식들의 맛을 잘 느끼지 못한다.
몸이 힘이 없다.
몸을 추스리자면 더 많은 시간이 지나야 될것같다.
내일이 초하루고 시할머님 제사라서 힘들어도 움직여야 한다.
대사님은 청량리시장을 다녀오셨다.
부처님께 공양올리고 제사 지낼 준비 해 오셨다.
제사음식은 할머님께서 잡숫고 싶어 하시는 것으로 많이 준비해 오셨다.
시장 봐 오시는 동안에 하얀 연잎으로 연화좌대 준비해 놓았다.
이번에 또 한가지 알은 것이 있다.
아이들이나 강아지들이 몸에 열이 날 때
가만히 이마를 짚어 보거나 몸에 손을 가까이 대어보면
그 열이 어느 정도인지 느껴져 오는 감이 있다.
그런데 대사님이 열이 불덩이처럼 엄청 심하셔서
살그머니 조심스럽게 이마에 손을 얹어 보았는데
손으로 느껴져 오는 느낌은 그저 온화할 뿐
찌르거나 따갑거나 검거나하는 그 어떤 느낌도 없으셨다.
나 자신이 더 깜짝 놀라 어쩌면 이럴 수가 있을까?
고열이 이토록 심하신데 아무런 느낌이 없다니...?
대사님말씀
나는 이미 나쁜 기운들이 다 빠져 나갔기 때문이니라.
그런가보다.
일반인들과 도인의 차이가 이런데서 또 다르구나.
겉모습만의 수행자는 누구든 할수있는 일인것이다.
승려이든 목사이든 신부이든 추기경에 교황이든
그럴듯한 겉모습은 누구나 그 행색을 갗출 수가 있다.
그러나 그 행색과 모습에서
어떠한 기운과 자비와 사랑이 넘쳐 나오느냐는
보이지 않는 깊은 내면에서 수행해온
고행의 힘과 세월이 있어야 하는 것임을
또 한 번 깨닫게 된 것이다.
2013. 4.9
관음
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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