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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창작/어머니의 묘한 삶, 묘연사

오직 참음으로 나아가는 길 (2013.02.22.)

by Yujin Choi 2024. 12. 22.



법화는 아무나 하나...

갈수록 태산이다.
걸음도 잘 걸을 수가 없다.
손가락 하나 움직이는 데도 무겁고 너무 힘들다.
온몸 관절마다 노골거리고 뼈골마다 골골마다 
표현키 힘든 괴로움이 꽉 꽉 차 온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옮겨 놓을 때 마다 비틀거리며 넘어지려고 한다.
정신도 어지럽고 무슨 맘으로 오락가락 하는건지
부처님 앞에서 멍하니 왔다갔다 하는 이 물건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이 존재가 
도대체가 너무 힘들기만 하다.

강아지들도 희한한지 갸우뚱거리며 쳐다본다.
너희들은 왜 산다냐?
나는 왜이러구 걸어다녀야 한다냐?
앉아서 울어버리고도 싶고
뜨거운 방안에 들어가 편히 누워 버리고도 싶다.
안마기로 온몸을 두들기면 훨씬 수월할것 같은데
대사님은 그냥 꾹 참으라고만 하신다.
쉬이 나아버리면 거만과 자만이 생기고
자비심이 없어지니라..고 하신다.
그 때마다 한끼니씩 챙겨 먹는 일 조차 너무 버겁고
해야 할 일은 매일 그대로 다 해야 하고
내 머리 감는 일 조차 허리 구부리기가 어려워 그냥 지나간다.

어쩌면 이렇게도 힘이 드는 것일까?
고꾸라져 버릴것만 같다.
왔다 갔다 하는 건 하지만 앞이 제대로 보이지가 않는다.
온 몸이 쑤시고 따갑고 쓰리고 아프고 찌르고 난리다.
법화행자의 수행길이란게 이제서야 엄청 더 실감이 난다.
먹는 것과는 상관이 없다.
힘나고 덜 아플까 해서 이것저것 억지로 좀 먹어보지만
왠걸 무기력함에는 해당이 안된다.

내가 이 정도인데 대사님은 오죽하실까?
수십년의 힘드셨던 홀로 지내오신 수행 고행길.
지금도 왼쪽 다리가 다섯개 붙은 것 마냥 무거워서
질질 끌다시피 하신지가 몇 개월 이시면서도
강추위 눈보라 속에서도 하시는 일을 절대 멈추지를 않으셨다.
아직도 가끔씩 하혈도 하시고 엄지 손가락쪽이 많이 붓고 아파서
물건을 제대로 잡을 수가 없이 불편해도 내색도 않으시고
오직 물러서지 않는 정진만이 굳세게 해 나가실 뿐이다.
아무리 바라봐도 알 수가 없는 분이시다.
아무리 추운 겨울 날씨에도 무릎 훤히 비치도록 닳은
제일 시원한 여름 모스린 승복 입고 시원타 하시니...
제대로 앉지도 못하고 잘 일어 설 수도 없고
숟가락 잡기도 힘들고 먹기조차 힘들어 하는 내 꼴을 보시고는
그냥 더 두고 볼 수가 없네.
더 견뎌봐야 어디쯤에서 어떻게 어디로 어떤 변화가 오고
몸이 나아가는 과정들을 알고
법화의 위력에 어떻게 되어 가는 걸 알게 되는 것이지
이제 시작인데 이정도를 못이기고 휘청거리면
언제 부처님 발꼬락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겠냐고 하신다.

낼 모레가 보름이고 아버님 제삿날이기도 하다.
보름 전날엔 오곡밥 지어 부처님께 공양 올려야 하고
보름날 아침엔 하얀찰밥 지어서 부처님께 공양 올리고
보름날 오후엔 제사 준비 해야 하는데 내 상태가 큰일이다.
도저히 봐 주실 수가 없으셨는지
오늘 저녁 공양이라도 짓게 하려면 도와 주셔야겠기에
빨리 와서 엎드리라고 하시더니.
침봉 안마기로 온 몸을 휙휙 다다다닥 두들겨 주시는데
아픈곳은 정신이 번쩍나게 통증이 튀어 나가고
악악거리며 아파서 소리 질러봐야 절대 사정봐서 살살 해 주지 않으신다.
병원가서 물리치료 받는 것 몇 배 이상의 강함이다.

5 분 정도 지나자 눈이 바로 떠지고 아픈곳도 점점 사라지고
온몸이 시원해져 온다.
살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지난번 안마기로 해 주실 때
척추3번 4번의 통증이 엄청 세서 눈물이 콱 쏟아질 정도로 심한 후 
그 아픔이 사라졌나 보다.
지금 안마기가 지나가도 큰 통증을 느낄 수가 없다.
지난번에 아프던 것이 사라졌다고 하신다.
척추 3번4번 사이의 아픔때문에
침도 많이 맞았고 약도 먹고 여러 병원 다니면서 엑스레이도 많이 찍고 했었다.
이 삼십대에 3시간씩 연장 강의 들을 때면
척추 그 부분이 너무 꺾어질 듯이 아파서 양 옆사람 몰래 눈물
닦으며 고통스러워 하던 곳인데 지금껏 참아오던 곳이다.
그 아픈 곳이 지금 흠씬 줄어 들었다.

그것뿐이랴
수많은 병들이 나타났다가는 사라지고..
법화수행을 제대로 하기만 하면 엄청 좋다.
물론 다른 모든 부처님의 경전이 다 그러하지만
그러나 법화를 쉽게 권할 수는 없다.
부처님 말씀도 지혜없는 자에게는 권하지 말라고 하셨다.
잘못 수행타가 비방을 하게 되면
악업의 죄를 짓게 되니 함부로 권하지 말라는 말씀이
시간이 흐를수록 더 옳은 말씀이라 생각케 된다.
그래서 이 도량을 찾아 오려는 이들을 나중에 오라고 하신다.
볍화수행과 대사님의 고행과정을 이해 못하거나
허술한 이 고행 도량을 와서 보고 가면서 잘못 비방하면
그 사람의 앞길이 막히거나 하던 일들이 잘못되기 때문에
그러함을 막아주기 위해서다.
부처님이 귀막고 눈감고 계심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생들이 하는 얘기를 부처님은 다 듣고 계시잖는가.
혹여라도 스스로 악업지음을 않게 하려고
대사님의 박스 시주 고행이 끝난 후로
편안히 만남을 기약하시는 것이다.

내가 해나가는 법화수행은 목숨을 내어 놓고
엎어지고 자빠지고 터지고 깨어지고 뒤집어지고 날아가고 떨어지고
나 자신과의 갖은 전쟁이 일어나도 물러나지 않고
계속 정진 할 수 있는 뜻이 굳은 자라야만 해나갈 수가 있다.
가족을 보살펴야 하고 돈을 벌어야 하고
남의 회사에 일해주러 다녀야 하고
책임있는 자리에서 남의 대표가 되어야하는 등등...
세상에서 합류되어 남들처럼 모양나게 잘 살아 보려는 이들에겐
절대로 법화수행키를 권하기가 무척 어려운 것이다.

법화수행은 물을 맑게 고요히 가라 앉히는 것이 아니고
물밑조차 굳은 모든것을 마구 흔들어
깨트려 휘저어 놓고
모든 세척작업을 깨끗이 남김없이 해 나가는 것이다.
그 과정이 무척 빠르고 힘이 들어 견디어 내기가 어려운 것이다.
곧 바로 도량청정 무하예 하여서
삼보천룡 강차지 함인 것이다.

그 과정의 어려움들을 누가 능히 이겨 낼 것인가?
수십미터 자라는 보기 좋은 큰 대나무가
심고서 5년동안 죽순을 자라게 하지 않고
사방 10리로 건강한 뿌리만을 갈무리 한 연후에야
쑥쑥 키와 대통을 자라 오르게 하는 그 지혜로움 처럼
법화수행자도 그러함인 것이다.
몸은 마음을 담는 그릇이다.
그 사람의 마음은
그 사람의 몸에
그대로 다 나타나 있는 것이다.
그사람의 마음을 알고자 하면
그냥 그사람을 보면 되는 것이다.

2013.2.22
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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