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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창작/어머니의 묘한 삶, 묘연사

지금은 생손앓이 중 (2012.09.10.)

by Yujin Choi 2024. 12. 16.

 


생손앓이... 

아이고 아야-
아이고 아야-
너무아프다-
장지 약지까지 쑤시고 아프니 어디가 진짜 아픈건지
헷갈려서 무조건 아무거나 붙잡고 꽉 눌러본다
그래도 아픈건 마찬가지다
오늘은 더 쑤시고 아프다
아프다고 소리질러 봐도 아픈건 여전하다

아픈게 안없어진다
아공이 설공이가 걱정스런 눈으로 쳐다봐 준다
그래도 아프다
계속 여러날을 너무아파 잠도 못잤다
도저히 견딜수 없을땐 물도 먹어보고 책도 읽어보고
사탕도 먹어보고 앉아서 견뎌보고 왔다갔다도 해보고
진통제도 먹어보지만 너무 아픈건 정말 견디기 힘들다
검지 손가락 손톱있는 마디 하나가 앓는 고통이
온몸으로 퍼지고 팔목으로 꿈치로 어깨로
반대편 팔까지 손끝까지 다 열나고 쑤시고 아픈
열병에 몸살을 앓게 해 주는 것이다
곪아서 썩고 고름으로 변한다
아공이 눈처럼 썩으려나 보다
내살이 썩어보니 아공 눈 곪을때 얼마나 아팠을까?
아공
몰라줘서 너무 미안했어

하얀부분이 고름이 꽉 들어 있다
똥똥붓고 빨갛게 열이 엄청 나고
약간만 건들려도 자지러질듯이 아프고
어디 건들리거나 부딪치게 되면 아픔의 여운이 오래간다 
8월8일에 손톱을 깍았다
왼손 검지가 거치래기가 심한듯 하여 좀 더 바짝 깍고
거치른 살부분을 좀 깍았더니 아프기 시작했다
그전엔 다음날이면 아무렇지도 않게 되는데
이번엔 오늘까지도 아프다
검지 끝마디가 다쳐서 흉터가 있기에
은가락지를 끼워 두는 것인데
그 마디가 균이 침범한 빌미로 쑤시고 아프기 시작하더니
군위 손가락 끊은 할아버지의 손앓이가 생각날 정도로 아프다
날이 갈수록 옆 손가락으로 아픔이 번지고
손목으로 팔꿈치로 오른손 마디까지도 열나고 쑤시고
급기야 온몸이 열나고 몸살을 앓게 되니
진통제는 먹을때 뿐 그냥 아픔을 견디어 내자니
밤이면 손가락이 너무 쑤셔서 잠을 잘 수가 없고 그냥 설치기만 한다
손가락 피부가 골무채운듯 두꺼워졌다
대사님은 그냥 꾹 참으라고 아프단 말도 말라고 하신다
인욕으로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하고 견디라고만 하신다
심장으로 뽑게되면 너무 고통이 심해 죽을수도 있기 때문에
손가락 심장혈로 뽑아내는 것이니 감사하게 생각하라신다
어제 대사님이 고름을 짜내는데 너무아파 기절할것 같았었다
그래도 다행히 기절은 안 했다

난 기절을 잘한다
초등 육상선수 연습때 넘어져 무릎뼈가 튀어 나왔을때 기절
여중때 단채기합으로 손바닥 세게 맞고 1등으로 기절
감기나 체기때 침보고 갑자기 괜히 뱅그르르 기절
보호자로 정형외과 가서 수술할때 바늘로 막 꿰매는것 보고 기절
냉 온수 급히 교체해서 먹게 되면 배 아프면서 하늘 노랗게 되고 기절
치과가서 치료하다가 기절
꿈속에서 갑자기 나타난 귀신보고 기절
꿈에 의성강에 큰 홍수져 황토물에 두여자
휩쓸려 엎어져 물귀신 되는것 보고 기절할것 같던..등등
그럴 땐 심장으로 시커먼 먹물 같은 것이
순식간에 굳듯이 옥죄어 몰려오고
하늘이 노랗게 되면서 혼절할 때가 많았다
그럴때면 꿈속처럼 되고
시커먼 옷을 입은 남자가 나타나 나를 끌고 가려 하고
난 안끌려 가려고 무진 애를 쓰다가 깨어나는 것이다

대사님이 고름을 짜려고 꽉 누르시는데
또 기절할듯이 아팠지만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심장 한 곳에 뭔가 시원한 한줄기가 뻗쳐지는 것이 있었다
그래서 기절하지는 않았다
가운데 지문 부분은 썩은 곳이 푹 터졌다
붉은 피고름이 쏟아져 나왔다
손톱옆으로 고름이 또 차올라 있다
둘째마디 첫째마디 은반지 낀곳까지
엄청 쑤시고 따갑고 쓰리고 시리고 춥고 아프다
두꺼운 추리닝 바지입고 겨울 잠바까지 입고 견디어본다

지금은 열번째 마지막번째 독경이다

대사님말씀
그러한 고통이 없으면 
거만 자만 교만이 넘치나니라
법화는 아무나 쉬이 할수있는게 아니다
그런 고통을 견디지 못하면
법화의 진미를 알수 없니라
겉보기엔 손마디 하나 앓는 고통인듯 하나
수없는 억겁의 업장을 녹여내는 것이니라
아홉번째 법화경 여래신력품-약왕보살품까지 독경하고 있는데
갑자기 검지둘째 마디를 뜨게질하는 대바늘끝 같은것으로
꼭꼭꼭 대여섯번을 누르는 것이다

그리고서 조금씩 나아지는 것이다
대사님이 보시고 많이 좋아졌구만 하신다
오늘은 그래도 견딜만큼 아프다
아공이 목욕은 대사님 혼자서 다 해주셨다
무척 힘드신데 설공은 내일로 기다리라하시고...
내가 너무 아프고 힘들으니
견공들 목욕 해줄수가 없다

겉으로 멀쩡한 왼쪽 발은
마치 말라빠진 송장 뼈다귀만 있는것에
송충이 쏘였을때처럼 따가움이 가루번지듯 하고
몸으로 느껴져 오는 고통들이 여러곳에서
곪고 터지고 헤지고 가렵고 쓰라리고 배기고 갈라지고 썩고
몸도 마음도 무척 힘들게 하고있기 때문이다
이러다가 일찍 죽을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도 들고..하지만
아기하나씩 낳는 고통보다는 덜한 것이니 견딜만하고..
대사님 용맹정진 생각하면 편하고 쉬운건데 무슨
안일한 망념인가..그래도 이제는 견디어 보는 걸로
많이 강해져 가는 편이다

대사님 말씀
경험자는 말이 없니라
그런 고초를 한번씩 겪을 때 마다
철이 드니라
내가 모르고 경험이 없으면 남을 구제할수가 없니라
법화는 강하지 않으면 할수가 없니라
애지녁에
아서라 관둬라 말어라
겨우 손가락 한마디 쪼끔 아픈걸 가지고 엄살은...
그런 정신으로 무슨 법화를 한다고...
온갖 마음의 변화가 요동을 친다
아팠다가 슬펐다가 죽을것 같다가
한끼 공양상 챙기는것도 무지 힘들다가..
아프다고 너무 아프다고 견디다 보챈것이
아서라 관둬라 말어라는 채찍으로 돌아온다
아픔은 아픔일뿐 그냥 놔두고
마지막 용맹정진으로
내가 해야 할건 오직
이 순간
법화독경 뿐이다


2012.9.10
관음

너를 빨리 낫게 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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