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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행

01.Jun.2026 도쿄 1일차

by EugeneChoi 2026. 6. 3.

#공항


아침 7시 비행기라서 전날 미리 도착했습니다.
근데 너무 일찍 도착한 걸까요.

밤 8시에 도착한 뒤 지금 공항에서 7시간째입니다(새벽 2시).
뭐 늦는 것보다야 낫겠죠.
덕분에 인천공항도 많이 둘러보고
공항 밖 시원한 밤거리도 좀 돌아다녔습니다.

(실수로 페퍼스프레이를 가져와서 짐 보관 서비스에 6일 간 맡긴 건 안비밀)

출발 이틀 전날까지 야간근무여서 시차는 아직 야간인 듯합니다.

휴대폰을 오래 썼더니 카메라가 좀 흐릿해요




며칠 전에 제가 이런 글을 썼었죠.
아무도 모르는 누군가와 이런저런 살아온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그런 마음이 들어서 2주 전에 비행기 표를 구매한 걸까요.
아니면 비행기 표를 예매해서 그런 생각이 든 걸까요.

하긴, 이유가 어떻든 어떻습니까.
지금은 저를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떠납니다.
그저 하염없이 비행기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새벽 두 시에 배가 고파져서 햄버거를 사 먹었습니다.
어제오늘 합쳐 첫끼네요.
요새는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불러요.

 

#여행의 이유


이번 여행의 테마는 사진 촬영주짓수, 수영이 될 예정입니다.

2주 전, 영국인 친구 Toni가 일본에서 한 달 동안 머무른다고 말해줬습니다.

"같이 자연 보러 갈래? 너랑 같이 자연에서 사진 찍고 싶어."

저는 인스타 디엠을 보냈고 그녀는 이렇게 답장했습니다.

"너무 좋은 생각이야. 같이 사진 찍으러 가자."


그래서 바로 비행기 티켓을 예매하게 되었습니다.
토니랑 후지산이나 타카오 산을 갈 생각이에요.
좀 더울 예정입니다.

아, 토니는 영국 브라이튼 주짓수 체육관에서 처음 만난 사이입니다.
여자인데도 기술과 힘이 좋아요.

도쿄에서 만나 같이 체육관도 가기로 했습니다.
이마나리 체육관이라고 하더라고요.
주짓수는 안 한 지 좀 된 것 같은데, 살짝 걱정스러운 마음입니다.

실수로 마우스피스도 안 챙겨 왔거든요.

그리고 도쿄에 있는 해수욕장 한 군데를 가보려고 합니다.
개장한 것 같더라고요.
혼자 바다에서 수영이나 좀 하고 올 생각입니다.


#탑승동


새벽 4시 44분
탑승동으로 이동 중입니다.

조금만 움직여도 많이 덥습니다.

사람이 없는 탐승구 앞, 의자에 모로 눕습니다.
음악이 흘러나오는 이어폰을 잠시 귀에서 뺍니다.
저 멀리 티비로부터 들려오는 아나운서 목소리
나지막이 울리는 어느 가족의 대화소리
바로 앞 카페에서 들리는 점원의 상품 진열소리
우웅- 끊기지 않는 냉장고 엇비슷한 기계 소리

공항의 새벽은 꽤나 운치가 있습니다.
창을 경계로 바깥에는 어스름이 깔립니다.

 

까꿍 유진초이

까꿍



#도쿄 도착




유심은 한국에서 미리 사는 게 좋아 보이고
일본에서 살 거면 공항에서는 사지 않는 게 좋습니다.

공항은 비싸요.


날이 좋네요. 숙소까지 오래 걸었습니다.
오래 걸어도 괜찮았습니다.


걷다가 내 눈길을 사로잡은 카이센동.
가격도 저렴해서 들어가 바로 먹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곧 발길을 돌렸습니다.
다시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냥 돈을 아끼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트라이엄프 바이크

걷다가 익숙한 바이크 배기음이 들려서 고개를 드니
순간 트라이엄프 바이크 한 대가 제 옆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바이크가 골목을 돌아 사라진 이후 소리가 더 멀어지지 않았고
저는 무언가에 홀린 듯 그 소리를 따라 걷기 시작했습니다.
이내 멀지 않은 바이크 주차장에서 주차를 하는 라이더가 눈에 보였습니다.
전 그에게 잰걸음으로 가서 말을 붙였습니다.

"저기, 실례합니다. 트라이엄프 바이크죠?"

"네, 네, 맞습니다."

"바이크 너무 멋있어요. 저 트라이엄프 좋아하거든요."

"(웃으며)아 감사합니다. 멋있는 바이크죠."

"제가 한국 사람인데, 한국에 있을 때 저도 T120을 탔었습니다. 이거는..."

"T100이에요."

"아 그렇구나. 특히 이 시리즈의 배기음이 정말 좋더라고요."

"맞아요. 소리도 정말 멋있어요."

(중략)

"혹시 괜찮다면 바이크 사진을 찍어도 괜찮을까요?"

"네, 네, 그럼요. 찍으셔도 돼요."

"감사합니다."

(찰칵)

"정말 감사합니다. 안전하게 라이딩하십시오!"

"감사합니다!"


알본에서는 바이크 주차장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교통의식이 우리나라와는 많이 다릅니다.
일본은 타인을 배려하는 문화다 보니까 더 잘되어 있는 거겠죠.

하여튼, 바이크 형님과 짧은 스몰토크를 했네요.
정말 즐거웠습니다. 형님 성격도 정말 좋았고요.
안전하게 라이딩하시기를.




#카이센동

네 결국 다시 들어가서 주문했습니다.
배고파서 밥 양을 추가했는데 이거 안 해도 될 것 같습니다.
밥이 진짜 많네요. 다 먹긴 했지만요.

 

#게스트하우스

게스트하우스에서 친구를 두 명 만들었습니다.
한 명은 25살의 중국인 여성,
다른 한 명은 대학생 일본인 여성.

중국인 여성은 친오빠와 여행 중이더라고요.
제가 먼저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서 라운지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그 친구가 먼저 저에게 담배를 피우냐고 물어봤습니다.
저는 고개를 끄덕였고 같이 게스트하우스 앞으로 나갔습니다.

그녀가 연초를 한 대 주더군요.
저는 그걸 받았고 그녀는 불까지 붙여줬습니다.
저는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영어를 잘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일본어를 잘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수줍게 웃으며 중국어로 말하고
제가 못 알아들으니 어떻게든 영어로 말하려고 하는데
그 모습이 영락없는 소녀였습니다.

저는 파파고 음성 번역으로 그녀와 대화했습니다.
그녀가 먼저 물었습니다.

"너 몇 살이야?"

"나 27살이야."

"진짜? 왜 한국 사람들은 전부 어려 보이는 거야?"

"나도 몰라(웃음)."



그녀는 곧 떠납니다. 30분 후에 오사카로 간다고 하네요.

가기 전에 그녀가 저의 연락처를 먼저 물어봤습니다.
저는 라인, 인스타, 왓츠앱 등등 다 물어봤지만
그녀는 그 앱들을 쓰지 않았고 위챗을 말하더라고요.

저는 알겠다고 하고 위챗을 다운받아서 회원가입을 하려는데
유심이 달라서 본인인증이 금방 안 됐습니다.

저는 한국으로 돌아간 뒤에 연락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녀의 위챗 계정을 받아서요.

그렇게 그녀가 떠났습니다.
이후 저는 문득 '아 와이파이 있으니까, 한국 유심으로 바꿔서 회원가입만 하면 되잖아?' 생각이 들었고
회원가입을 한 뒤에 갤러리를 뒤졌는데
이런 세상에, 그녀의 연락처를 사진으로 찍어두지 못했습니다.

그녀가 저의 인스타를 찍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네요.



#교포 형님

그녀와 연락이 다시 닿기를 바라며 혼술을 했습니다.
혼자 마시는 맥주 좋아해요.

게스트하우스 식당? 바? 에서 술을 마셨습니다.
편의점에서 사 온 술을 여기서 마시지 못하게 할까 봐
밖에서 한 캔을 꿀떡꿀떡 마시고 다시 들어왔고
바 진열대에 진열되어 있는 아사히 맥주를 한 캔을 사려고 카운터로 걸어갔습니다.

카운터에서 맥주 한 캔을 주문하는데 점원이 저에게 한국인이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그렇다고 했고, 그는 자신을 교포라고 소개했습니다.

저는 반가운 마음에 그 형님과 한국어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형님이 밖에서 사 온 음식도 내부에서 먹어도 된다고 하시네요)

그렇게 스몰토크가 끝나고 저는 자리에 앉아 다시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형님이 안주를 그냥 주셨어요. 감사합니다.



맥주를 다 마신 뒤 화장실에서 양치를 하고 있었습니다.
어떤 여성 한 분이 들어오더군요.

"안녕" 저는 가볍게 인사했습니다.
"안녕" 그녀도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저기 괜찮으면 이야기할래요?"
제가 먼저 물었고 그녀는 "네, 좋아요." 대답했습니다.

저는 양치가 끝나고 화장실 앞에서 기다리겠다고 했습니다.
그녀도 곧 다시 돌아온다고 했습니다.

(5분 뒤)
계단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리더니 그녀가 모습을 비췄습니다.

"옥상으로 갈까요?"

"좋아요."


그렇게 그녀와 대화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밤 11시부터 시작된 대화가 태양이 떠오를 때까지 이어질 거란 걸 모른 채로요.


#스즈카상


우리는 정말 잘 맞았습니다.
대화가 너무 즐거웠어요.

그녀는 게스트하우스의 알바생이었습니다.
낮에는 대학생으로 공부를 하고
밤에는 점원으로 일을 한다고 하네요.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했습니다.
그녀는 감정 기복도 없고 항상 일정하다고 했습니다.
그녀는 문화 차이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걸 좋아했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문화 차이, 두 나라의 연애 방식 차이,
다른 나라와의 문화 차이, 또 서로에 관한 이야기.

한국의 멘헤라 연애방식, 일본의 회피형 연애방식
그리고 그 두 나라의 연애 방식에 대한 서로의 생각이 같았습니다.

네, 우리는 공통점이 많았습니다.
기억력이 안 좋은 것도 같았고
가장 중요한 가치관이 "자유"라는 것,
겨울을 좋아하는 것과 여름을 싫어하는 것,

연애 중 연락을 자주 하는 거나 지금  뭐 하냐고 물어보고
답장이 없을 때 서운함을 느끼는 등 이런 불안한 성격은 여유가 없거나 상대방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
상대방을 믿는다면 전혀 불안할 이유가 없다는 것,
연인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자신의 직업, 가족, 친구 등 자신의 삶이 우선순위여야 한다는 것,
연인이 자신의 삶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
일본은 이런 멘헤라를 멀리하거나, 멘헤라 친구에게 "이건 잘못된 거야"라고 말해준다는 것,
한국의 멘헤라나 일본의 회피경향이나 이런 건 뭐가 나쁘고 틀린 게 아닌 그냥 문화 차이, 다른 점이라는 것,

자신이 존중받으려면 상대방을 먼저 존중해야 한다는 것,
일본, 한국에서 바람을 피우는 것에 대한 생각,
그녀의 MBTI(INTP)를 맞춘 게 제가 처음이라는 것,
서로가 생각하는 친구의 기준이 같은 것,
이성 간의 친구 사이는 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이성 친구에 대해 서로의 생각이 같은 것,
서로 엄청난 T라는 것(저는 공감과 감정을 배운 T지만요),
그녀는 외국인과 이렇게 깊은 대화를 해본 게 처음이라는 것,


시원한 밤공기까지 그냥 모든 것들이 좋았습니다.
기분이 정말 좋았습니다.
차분하게 이런 주제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게
내심 그녀가 많이 똑똑하다고 느꼈습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중간중간의 침묵은 우리들의 목소리 사이에 스며들어
우리의 공간을 가득 채웠습니다.

아침이 왔습니다.


저 멀리 갈매기가 울면서 날아갔습니다.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편하게 말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녀는 물었습니다.

누가 우는 거야?

갈매기 같아.

갈매기? 도쿄에 갈매기라니.

그치만 내가 분명히 봤는걸? 갈매기였어.

도쿄에 갈매기는 있을 수 없어.

도쿄는 원래 바다였잖아?

그렇긴 하지만...

(그녀가 검색한다)

에? 진짜 갈매기가 있네?

내가 갈매기라고 했잖아.

이 주변에 강이 있어서 갈매기가 있는 것 같대.

강 주변에도 갈매기가 있지.

몰랐어.



저와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초밥입니다.

초밥 먹고 싶네-

나도. 한국에도 초밥 가게 많아?

응, 한국에도 초밥 가게 많아. 특히 나는 회전초밥을 좋아해.

나도 회전초밥 진짜 좋아해. 어떤 초밥이 제일 좋아?

나 연어가 제일 좋아.

나도 연어가 진짜 좋아. 너무 부드러워.

괜찮으면 나 일본 떠나기 전에 같이 먹을래?

너무 좋아. 같이 가자.

좋아.


초밥이라는 단어에 두 손을 모으며 설레하는 그녀의 모습이 참 귀여웠습니다.

수줍어하는 사촌동생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렇게 우리는 대화를 마무리하고 옥상에서 내려와 잠에 들었습니다.
한 시간 뒤면 주짓수를 하러 가는데, 몸이 많이 피곤할 예정입니다.

뭐 어때요. 스즈카랑 즐거웠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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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Jun.2026 도쿄 2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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